강남 잠겼을 때가 최악 아니었다고? '환경위기시계' 언제 가장 나빴나

강지수 2026. 9. 2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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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으로 인류가 느끼는 생존 위기감을 시곗바늘로 나타낸 '환경위기시계'.

26일 환경재단과 일본 아사히글라스재단이 2005년부터 매년 공동 발표해 온 환경위기시계 자료를 보면, 한국 시계의 역대 최고 시각은 2011년 '9시 59분'이다.

환경위기시계는 세계 각국 환경·ESG 전문가와 시민단체 활동가 설문으로 산출한다.

이달 8일 발표된 한국 환경위기시계는 오후 9시 34분으로, 1년 새 41분 더 자정에 가까워지며 '매우 위험' 단계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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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위기감', 15년간 내리막길
"기후위기 먼 나라 일로 여겨서"
올해는 '9시 34분' 6년 만 반등
지난달 17일 경남 거제 옥포동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극한 호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아파트 주변으로 쏟아져 있다. 이날 하루 동안 6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일 강수량이자 200년에 한 번 나올 법한 기록적인 폭우다. 거제=뉴스1

환경오염으로 인류가 느끼는 생존 위기감을 시곗바늘로 나타낸 '환경위기시계'. 바늘이 자정(12시)에 가까울수록 인류 종말이 다가옴을 경고하는 동시에, 그만큼 환경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크다는 뜻이다. 이 시계로 한국이 가장 큰 위기를 느낀 해는 극한 폭염·폭우가 기승을 부린 최근이 아니라 15년 전인 2011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가 뭘까.

26일 환경재단과 일본 아사히글라스재단이 2005년부터 매년 공동 발표해 온 환경위기시계 자료를 보면, 한국 시계의 역대 최고 시각은 2011년 '9시 59분'이다. 같은 해 세계 시계는 역대 가장 느린 9시 1분이었다. 그해 3월 이웃나라 일본에서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있던 만큼, 가까운 곳의 재난이 한국 응답자들의 위기감을 유독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위기시계는 세계 각국 환경·ESG 전문가와 시민단체 활동가 설문으로 산출한다. 올해는 123개국 1,464명이 참여했다. 0~3시는 양호, 3~6시는 불안, 6~9시는 위험, 9~12시는 매우위험 수준을 의미한다.

2005~2026년 환경위기시계 변화 추이. 세계 환경위기시계 조사는 1992년 시작했고 한국 환경위기시계 조사가 시작된 건 2005년이다. 환경재단 제공

눈여겨볼 대목은 2020년대다. 한국 시계는 2020년 9시 56분까지 올랐지만 2011년 기록엔 끝내 못 미쳤고, 이후 5년 내내 뒷걸음질했다. 2021년 9시 38분, 2022년 9시 28분, 2024년 9시 11분을 거쳐 지난해엔 8시 53분까지 내려갔다. 조사 20년 만에 '매우 위험'에서 '위험' 단계로 처음 떨어진 것이다. 그사이 한국은 역대급 폭염과 극한호우를 번갈아 겪었다. 특히 2024년 여름은 폭염과 서울 강남 일대 침수를 일으킨 재난급 호우가 동시에 있었다. 재난은 잦아졌는데 위기의식은 오히려 무뎌진 셈이다.

세계 시계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 선명하다. 2005~2016년 한국 시계는 대체로 세계와 비슷하거나 더 빨랐지만, 2017년 이후로는 2020년 한 해를 빼면 세계보다 느리거나 같았다. 환경재단은 "실제 환경이 개선된 결과라기보다는 기후위기를 먼 나라 일로 여기는 심리적 거리감과 낮은 기후 체감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2022년 8월 폭우가 쏟아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부근 도로와 인도가 물에 잠겼다. 연합뉴스

그러다 올해 6년 만에 한국 시계의 시곗바늘이 다시 자정에 다가섰다. 이달 8일 발표된 한국 환경위기시계는 오후 9시 34분으로, 1년 새 41분 더 자정에 가까워지며 '매우 위험' 단계로 돌아왔다. 환경재단은 그 배경으로 '복합 기후재난의 확산'을 꼽았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폭염과 집중호우, 산불 등 기후재난이 반복되면서 기후위기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삶을 직접 위협하는 현실이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4일 네팔 라수와와 누와코트 지역이 만나는 베트라와티 마을이 빙하 붕괴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로 토사에 파묻혀 있다. 라수와=뉴스1

세계 시계는 한국 시계를 6년째 앞서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6분 빨라진 9시 39분으로, 26년 연속 '매우 위험' 구간인 오후 9시대를 유지했다. 지역별로는 서유럽(10시 10분)과 북아메리카(10시 9분)의 위기의식이 가장 높았고 중동(9시 13분)이 가장 낮았다. 세계 시계의 역대 최고 시각은 9시 47분(2018·2020년)이다. 환경재단은 폭염·산불·집중호우가 동시다발로 덮친 복합 기후재난이 무뎌진 위기감을 깨웠다고 봤다.

최 이사장은 "네팔 대홍수가 보여주듯 기후재난의 피해는 국경과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며 "갈수록 심화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 시민사회와 국제사회의 긴밀한 연대와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중구 태평로 일대에서 열린 9·19기후정의행진에서 최열(맨 왼쪽) 환경재단 이사장과 재단 관계자들이 '환경위기시계'가 그려진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올해 세계환경위기시계는 오후 9시 39분을, 한국환경위기시계는 오후 9시 34분을 가리켰다. 환경재단 제공

올해 조사 응답자들은 환경문제를 풀 열쇠로 '기술 혁신'보다 '정부의 정책과 리더십'을 꼽았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환경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높아진 위기의식이 일시적 경고에 그치지 않고 정부의 일관된 정책과 실질적 대응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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