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불안해 할까 봐”⋯배우자에게만 설명하고 받은 동의서, 법원의 판단은?

박창범 2026. 9. 2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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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심증이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심하게 좁아진 경우를 말한다.

이런 이유로 관상동맥 조영술이나 중재술이 필요한 경우 의사는 환자에게 시술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설명하고 시술에 대한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관상동맥조영술 후 의식이 명료한 환자에게 90% 협착 부위를 보여주며 스텐트 삽입 필요성을 직접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다는 병원 측의 주장과, 환자에게 직접 설명하면 불안해한다는 이유로 보호자에게 동의서 작성을 받았다는 사실은 양립하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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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범 닥터To닥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협심증이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심하게 좁아진 경우를 말한다. 이에 비해 급성심근경색이란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히거나 거의 막힌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질병에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진단과 치료 방법은 관상동맥에 기구를 삽입해 병변을 확인한 후 좁아지거나 막힌 부위를 풍선이나 스텐트로 넓히는 관상동맥 조영술 및 중재술이다. 하지만 관상동맥 중재술은 난도가 높은 시술로, 시술과 관련된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1~2%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급성심근경색인 경우 위험도는 더 높아진다.

이런 이유로 관상동맥 조영술이나 중재술이 필요한 경우 의사는 환자에게 시술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설명하고 시술에 대한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시술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설명하면 매우 불안해하는 환자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유로, 혹은 환자가 이렇게 될까 우려하여 환자에게 설명하지 않고 배우자나 그 가족에게만 설명하고 시술에 대한 동의서를 받아도 될까? 최근에 이에 대한 판결이 나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환자 A는 2주간 지속된 가슴통증으로 의사 B를 만났고, 불안정협심증으로 진단받고 관상동맥조영술 및 중재술을 받기 위하여 입원하였다. 입원당시 환자 A는 서명하고 읽고 쓰기가 가능했으며, 정서 상태도 안정적이었다. 신경계 이상이나 의식 저하, 지남력 장애 등 의료진의 설명을 이해하기 어려운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환자 A의 배우자는 사망 등 시술과 관련된 좋지 않은 결과를 설명하면 환자가 두려워할 것을 우려해 자신에게만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의사 B는 환자 A 배우자에게 시술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설명하고 동의서에 환자를 대신해 보호자가 서명하였다.

다음 날 시행한 관상동맥조영술 상 좌전하동맥 근위부에 90% 협착이 확인되었다. 이에 좁아진 부위에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하면서 스텐트 원위부에 관상동맥 박리 합병증이 발생해 혈류 장애가 발생하였다. 의사 B는 박리가 발생한 부위에 추가적으로 스텐트를 삽입하였으나 박리가 진행되었다. 다행히 추가적인 시술을 통해 혈류가 일부 회복되었고, 활력 징후가 안정적임을 확인한 후 시술을 종료하였다. 이후 환자 A는 중환자실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심인성 쇼크와 심정지가 발생하였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으나 결국 사망하였다.

환자 A의 보호자는 의사 B와 해당병원에 의료과실 및 설명의무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법원은 의사 B의 시술준비와 치료방법 선택, 시술과정 및 사후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하였다. 시술 중 발생한 관상동맥 박리가 발생한 것에서도 조작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시술 종료 당시 환자의 혈압과 맥박이 정상 범위 이내였고, 최종 혈류가 일부만 회복됐고 이송 과정에서 심인성 쇼크가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중환자실 이송 결정이 잘못됐다고 볼 구체적인 의학적 근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동의서 작성에는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였다.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성인인 경우 원칙적으로 설명은 환자 본인에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상동맥조영술 후 의식이 명료한 환자에게 90% 협착 부위를 보여주며 스텐트 삽입 필요성을 직접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다는 병원 측의 주장과, 환자에게 직접 설명하면 불안해한다는 이유로 보호자에게 동의서 작성을 받았다는 사실은 양립하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하였다. 또한 간호 기록에 검사 필요성과 처치 계획을 설명했다는 내용이 있더라도 시술의 구체적인 내용과 위험, 합병증을 환자 본인에게 충분히 설명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기회를 줬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의료진이 충분히 설명했더라도 환자가 시술을 거부하거나 다른 치료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설명의무 위반과 환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았다. (광주지방법원 2026. 9.2. 선고 2022가단550352 판결)

정리하면 관상동맥 조영술이나 중재술의 경우 의식이 명료하고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환자의 경우 보호자가 아닌 환자 본인에게 직접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응급상황으로 빠른 치료가 필요하거나, 의식이 없거나 명료하지 않고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동의서를 작성할 수 있다. 만약 환자에게 직접 설명하지 않고 보호자나 대리인에게 동의서를 받는 경우 그 이유를 상세히 기록해야 한다.

박창범 교수 (heartp@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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