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손자회사 美상장 추진” 보도.. ‘4중’ 중복 상장 논란이란?

정한국 기자 2026. 9. 2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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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SK하닉 손자회사 솔리다임, 150억달러 조달 목표”SK “확정된 사안 없어”

SK하이닉스의 손자 회사 솔리다임(Solidigm)이 이르면 내년 미국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이라는 로이터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는 25일(현지 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솔리다임이 이번 주 투자은행(IB)과 이른바 ‘베이크 오프(bake-off)’라고 불리는 IPO 주관사 제안 회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솔리다임의 기업 가치가 최대 1500억달러(약 204조원)로 평가받을 수 있으며 150억달러를 조달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등 경영진 및 임직원들이 10일 미국 뉴욕 나스닥 타워에서 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시장 상장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유튜브 캡쳐) 2026.7.10 ⓒ 뉴스1

솔리다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주도로 2020년 인텔에서 인수한 낸드 메모리 사업부를 기반으로 설립한 회사다. 미국 낸드플래시 및 서버와 클라우드 인프라,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기업용 SSD를 주로 만드는데, 최근 반도체 공급난 속 급성장하고 있다.

로이터는 “최대 1500억달러의 기업 가치는 2023년 상장한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 ARM(540억달러)이나 올해 데뷔한 AI 칩 기업 세레브라스(560억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미국 증시 역대 최대 규모 수준의 반도체 IPO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보도를 계기로 국내 주식시장 일각에선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솔리다임 중복 상장 논란이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의 반도체 부문 지배 구조는 ‘SK㈜(지주사) → SK스퀘어→ SK하이닉스→ AI컴퍼니(SK하이닉스의 자회사)→솔리다임’으로 이어진다. 이 중 SK㈜와 SK스퀘어, SK하이닉스가 모두 상장돼 있는 데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도 상장돼 있다. 솔리다임까지 포함하면 최대 ‘4중’에 달하는 중복 상장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미 SK㈜와 SK스퀘어의 경우 이익 상당수가 SK하이닉스에서 비롯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솔리다임 상장으로 외국인 투자자 등이 하이닉스에서 외부로 더 빠져나가게 될 경우, 본진 역할을 하는 SK하이닉스의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중복상장을 우려하는 측의 주장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8월 솔리다임 상장설과 관련해 “국내 공정거래법의 3단 제한 규제를 피하려 해외 법인을 통해 지배 구조 피라미드를 확장하는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외로 수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SK하이닉스 주주 입장에선 솔리다임 상장으로 외부 투자자가 늘어나면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지배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AI 컴퍼니의 지분율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결국 솔리다임 이익이 과거보다 적게 SK하이닉스 실적에 반영된다는 의미다. 특히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의 낸드 경쟁력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뜩이나 SK하이닉스 주가가 최고점 대비 크게 내려와 있는 상태에서, 국내 투자자들의 반발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1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2026 울산포럼’ 클로징 세션에서 AI시대 울산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SK그룹은 솔리다임 상장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최태원 회장 등 SK그룹은 반도체 공급난이 앞으로 수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고, 공장 증설 등을 통해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예탁증서(ADR) 상장도 그런 이유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SK가 2대 주주인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도 비슷한 이유로 ADR 상장을 통해 최소 100억달러(약 13조6000억원)를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최근 보도했다.

SK그룹 안팎에선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할 때는 반드시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하는 규제(공정거래법) 때문에 해외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과 관련한 회사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SK하이닉스가 국내에 이런 회사를 만들면 필요한 자금을 전액 마련해야 하기 때문인데, 반도체 경쟁이 하이퍼스케일로 가는 상황에서 상장 등을 통해 외부 자금을 유치하지 않으면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상장사가 핵심 사업을 쪼개서 별도 회사를 만들어 상장하는 전형적인 사례와는 다르다는 반론도 많다. 솔리다임은 이미 미국 중심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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