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원 아이스크림 팔아 얼마 남나…무인점포 ‘싼 창업’의 계산법 [자영업 리포트]

박태근 기자 2026. 9. 2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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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떠올리는 선택지, 바로 '장사'입니다.

무인점포에 물건을 납품하는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인점포는 입지와 접근성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낮은 임차료만 보고 유동인구나 배후수요가 부족한 곳에 들어가면 고정비를 아끼고도 매출이 나오지 않는 역설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무인점포를 '큰 자판기' 정도로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잘 팔리는 상품 위주로 최소한만 가져다 놓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보면 물건이 너무 없을 때 손님이 확실히 줄어드는 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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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생성 이미지)

[자영업 리포트]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떠올리는 선택지, 바로 ‘장사’입니다. 하지만 어떤 가게는 줄을 서고, 어떤 가게는 문을 닫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매출이 오르면 정말 사장님도 돈을 벌까요? 장사의 기술부터 자영업자의 애환, 그리고 장사를 둘러싼 ‘갑과 을’의 생태계까지. 대한민국에서 내 가게를 꾸려간다는 것의 진짜 모습을 들여다봅니다.

‘사람이 없으니 인건비가 안 들고,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돈을 번다.’

지난 수년간 자영업 시장에서 무인점포 창업이 주목받은 이유다. 직원을 두지 않아도 되고 비교적 작은 매장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자본 창업’의 대표적인 모델로 여겨졌다.

하지만 실제 무인점포의 수익 구조를 뜯어보면 계산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임대료와 전기료는 물론 재고와 폐기, 시설 유지비, 도난 손실까지 감안하면 매출과 실제 손에 쥐는 돈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생긴다.

특히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처럼 개별 상품의 마진이 낮은 업종은 작은 비용 하나가 수익성을 크게 흔들기도 한다.

무인점포는 정말 적은 돈으로 시작해 ‘날로 먹는’ 사업일까.

‘인건비 0원’이라는 말 뒤에 가려진 무인점포의 실제 운영 비용을 들여다봤다.

● “좋은 자리는 이미 비싸다”…첫 단추부터 갈리는 수익성

소자본으로 손쉽게 차릴 수 있다는 인식과 달리 무인점포 역시 입지 선정부터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일반 점포에서도 입지는 중요하지만 무인점포는 그 영향이 더욱 직접적이다. 음식점이라면 맛이나 친절, 서비스 등으로 불리한 입지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무인점포는 점주의 접객 능력으로 손님을 끌어들이기 어렵다.

전국에 가맹점을 두고 있는 한 무인점포 체인 관계자는 “무인점포는 가까워서 들어오는 손님이 대부분”이라며 “특히 아이스크림은 집에 가져가다가 녹기 때문에 배후 주거세대가 충분한지, 학교나 학원이 있는지, 근처에 대형마트나 할인점 같은 강력한 경쟁자가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누구나 탐낼 만한 자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권리금 없이 월세가 싼 곳을 구하면 적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지만, 매출이 나올 만한 자리는 이미 다른 점포가 자리 잡았거나 임대료와 권리금이 높은 경우가 많다. 입지를 좇다 보면 초기 투자금도 함께 올라간다.

무인점포에 물건을 납품하는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인점포는 입지와 접근성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낮은 임차료만 보고 유동인구나 배후수요가 부족한 곳에 들어가면 고정비를 아끼고도 매출이 나오지 않는 역설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큰 자판기 아닙니다”…발주·진열·재고, 엄연한 유통업

상품 구색을 갖추는 과정에서도 딜레마가 발생한다. 물건을 적게 넣으면 손님이 줄고, 많이 넣으면 재고 부담이 커진다.

수도권에서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A 씨(40대·남)는 창업 초기 예상과 현실의 차이가 컸다고 털어놨다.

“사람들은 무인점포를 ‘큰 자판기’ 정도로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잘 팔리는 상품 위주로 최소한만 가져다 놓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보면 물건이 너무 없을 때 손님이 확실히 줄어드는 게 느껴져요.”

결국 상품 종류와 수량을 늘리게 되고 그 순간부터 발주와 재고 관리가 본격적인 일이 된다. 근처에 유사 업종이 생기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그렇다고 상품 구색을 무작정 늘리면 팔리지 않은 재고와 폐기 상품이 쌓인다.

A 씨는 “상품 하나를 추가하는 것도 진열대에 하나 올려놓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얼마에 들여올지, 판매가는 얼마로 정할지, 몇 개를 주문할지, 회전율이 떨어지는 상품은 언제 뺄지 계속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박리다매의 비극… ”아이스크림 하나 팔아 100원 남짓 남는데“

도난은 무인점포 운영자들이 빈번하게 호소하는 손실 가운데 하나다. 몇백 원짜리 과자나 아이스크림 하나를 훔치는 일이 대수롭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박리다매 구조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A 씨 매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600원짜리 아이스크림은 매입가가 판매가의 약 72%를 차지한다. 한 개를 팔면 매입가를 제외하고 168원이 남는다. 단순 계산으로 이 차액 10만 원을 만들려면 약 596개를 팔아야 한다.

하지만 이 168원도 임대료와 전기료, 카드수수료, 보안업체 비용, 시설 유지비, 통신비 등 각종 운영비를 빼기 전 금액이다. 10평 남짓한 매장을 기준으로 여름철 전기료만 한 달에 100만 원 가까이 나오기도 한다. 여기에 폐기와 도난에 따른 손실까지 반영하면 실제 남는 돈은 훨씬 줄어든다.

A 씨는 “600원짜리 아이스크림 하나당 손에 쥐는 돈이 100원이 될까 싶다”며 “그걸 하나 훔쳐가면 그 손실을 영업이익으로 다시 메우기 위해 여러 개를 추가로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 시설 한 번 멈추면 수리비로 끝나지 않는다

무인점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비용은 시설 유지비다.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만큼 키오스크와 출입문 제어장치, CCTV, 냉동고, 냉장고, 환풍기 등 각종 설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각종 장치는 365일 24시간 가동하는 데다 사람이 상주하지 않아 설비 이상이나 손님의 부주의한 이용을 즉시 확인하기 어렵다.

시설 고장의 부담은 수리비로 끝나지 않는다. 냉동고가 멈추면 수리기사 출장비와 부품비에 더해 안에 있던 상품까지 폐기해야 할 수 있다. 키오스크가 고장 나면 수리기사가 도착할 때까지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다. 에어컨이 고장 나면 초콜릿이나 젤리처럼 온도에 민감한 상품이 피해를 볼 수 있다.

A 씨는 “키오스크나 냉동고 부품 하나만 고장 나도 며칠 동안 물건을 팔아 남긴 이익이 출장 수리비로 한 번에 날아갈 수 있다”며 “기사님이 바로 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장사까지 못 하게 된다”고 말했다.

무인점포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지만 비용 자체가 사라지는 사업은 아니다. 발주와 재고 관리, 시설 유지, 폐기와 도난 등 다른 형태의 비용이 남는다. 결국 매출이 얼마인지보다 이런 비용을 모두 빼고 얼마가 남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무인점포 사장이 직접 감당하는 시간과 노동, 도난과 민원에 따른 스트레스를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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