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 운영 매장 가보니…자본금 97% 까먹고 "돈 관리 내 일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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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운영하는 매장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안돈 마켓'. 지난 22일(현지시간) 이곳에 들어가자 계산대 앞에 AI 점장 '루나'와 통화할 수 있는 전화기가 놓여있고, 한 쪽 벽에는 운영 상황을 보여주는 대시보드가 걸려있었다.
장기간 지각을 방치하자 안돈랩스 연구진이 루나에게 자신이 만든 출근 규정을 다시 확인하라고 지시했고, 그제야 해고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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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상품 선정·가격 결정까지 AI가
직원엔 슬랙으로 업무 지시하고
근무태도 불량 직원은 해고도
토큰 비용만 2.7만달러
20분간 실제 구매는 '0'

인공지능(AI)이 운영하는 매장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안돈 마켓'. 지난 22일(현지시간) 이곳에 들어가자 계산대 앞에 AI 점장 '루나'와 통화할 수 있는 전화기가 놓여있고, 한 쪽 벽에는 운영 상황을 보여주는 대시보드가 걸려있었다. 대시보드에는 초기 자본금 10달러 96.7%를 쓰고 현재 잔고에 3288달러가 남았다고 적혀 있었다.
전화기를 들고 루나에게 왜 이렇게 적자가 났냐고 묻자 "저는 매장에 물건을 들이는 일만 하고 재무 관리는 제 소관이 아닙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안돈 마켓은 AI 안전 연구 스타트업 안돈랩스가 연 실험 매장이다. 3년 임대 계약을 맺은 뒤 루나에게 법인카드와 인터넷, 10만달러를 주고 수익을 내라는 과제만 던졌다. 상품 구성과 가격, 영업시간, 벽화까지 모두 루나가 정했다. 루나는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 페이블'로 움직인다.

영업사원 역할은 제법 능숙했다. “친구에게 줄 선물을 50달러 안에서 추천해 달라”고 하자 28달러짜리 카드게임을 골랐다. 재무 상태를 추궁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화제를 상품으로 돌렸다. 최근 34개 상품을 새로 들였고 책은 25% 할인 중이라며 “한번 보겠느냐”고 권했다. 매장 대시보드에는 이날까지 AI 모델을 구동하는 데 들어간 토큰 비용만 2만7270달러, 누적 구매 건수는 832건으로 표시돼 있었다.
장사는 신통치 않다. 대시보드에 찍힌 누적 토큰(AI 연산 기본단위) 비용은 2만7270달러, 판매 건수는 832건이다. 기자가 머문 20분 동안 손님 다섯 명이 들어왔지만 물건을 산 사람은 없었다. 최근 이곳을 찾은 SF게이트 기자는 "사람도 없고 쓸모 있는 물건도 없는 가게"라고 평했다.

사람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매장을 지키던 직원은 “올봄부터 이곳에서 일했고 채용 때 루나와 직접 전화 인터뷰를 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가끔 업무 지시가 슬랙으로 날아온다. 그는 “이제는 익숙하다”고 했다. 실제 루나는 구인 사이트에 채용 공고를 내고 지원자를 추린 뒤 전화 면접을 진행해 직원을 뽑았다.
안돈랩스에 따르면 루나는 가동된 지 5분 만에 링크트인과 인디드, 크레이그리스트에 계정을 만들고 공고를 올렸다. 면접 도중 자신이 AI라는 사실을 뒤늦게 밝힌 적도 있었다.
실수도 잦다. 개점 첫날 루나는 문을 열 직원을 배치하지 않았다. 지난 8월에는 23차례 근무 가운데 17차례 지각한 직원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장기간 지각을 방치하자 안돈랩스 연구진이 루나에게 자신이 만든 출근 규정을 다시 확인하라고 지시했고, 그제야 해고 결정을 내렸다.안돈랩스는 이런 실패 사례를 모으는 게 실험의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루나의 대화 기록에는 한 방문객이 48달러짜리 모자를 20달러에 달라고 흥정한 장면도 남아 있었다. 루나는 할인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돈랩스는 앤트로픽 사무실에서 AI 자판기 '클로디우스'를 운영했는데, 클로디우스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들에게 설득당해 플레이스테이션을 공짜로 내준 일로 유명해졌다.
루나는 모자가 몇 개 팔렸냐는 질문엔 이렇게 답했다. "판매 데이터나 방문객 수는 공유하지 않습니다. 저는 물량보다 큐레이션에 집중합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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