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한 마리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 기후위기를 물을 때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 2026. 9. 2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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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산 친구들이 "그거 봤나?"라고 말한다.

상어 한 마리를 보겠다고 거기까지 간다니.

부산에서는 상어 한 마리가 헤엄친다.

상어 한 마리 보겠다고 일부러 거기까지 가는 게 호들갑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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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기자의 시선]

[미디어오늘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

▲ 2026년 9월20일 부산 동구 부산항 북항친수공원 수로에 출몰한 상어를 시민들이 카메라로 담고 있다. 지난 9월18일에 이곳에서 처음 발견된 상어는 친수공원 수로를 맴돌면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상어 출몰로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안내 문자까지 보냈지만 주말을 맞아 상어를 직접 보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북항친수공원은 북새통을 이뤘다. ⓒ연합뉴스

요즘 부산 친구들이 “그거 봤나?”라고 말한다. 두 가지 있다. 라밤바와 부캉이다. 멕시코 노래 라밤바는 얼마 전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현장을 휩쓸었다. 그 이야기는 아마 조만간 유퀴즈에서 자세히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부캉이'다. 부캉이는 북항친수공원에 나타난 상어에게 붙은 이름이다. 상어가 며칠째 연안에 머물고 있다. 수족관 밖 상어를 보려는 사람들이 몰렸다. 19일 8800명, 20일 1만 명이 찾았다고 한다.

상어 한 마리를 보겠다고 거기까지 간다니. 어쩐지 좀 사람들이 귀엽다. 그곳을 다녀온 친구 얘기를 들어봤다. 삼삼오오 모여앉아 부캉이만 바라본다고 했다. 부캉이가 움직이면 일제히 환호한단다. 앞에서 충분히 본 사람은 뒷사람에게 자리를 비켜준다고 한다. 사람들 진짜 좀 귀엽지 않나.

전재수 부산시장은 신나 보인다. 전 시장은 상어가 나타난 것을 두고 “북항친수공원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굴러들어 온 부캉이가 전 시장을 춤추게 한다.

마산만 생각이 났다. 문득. 2020년 허성무 당시 창원시장은 마산만에 뛰어들었다. 한때 '죽음의 바다'로 불린 마산만이었다. 콜라빛 바다였다. 허 시장이 뛰어든 바닷물은 달랐다. 허 시장은 헤엄쳤다. 깨끗한 바다를 어푸어푸. 나름 귀여운 면이 있었다. 아쉽게도 부캉이처럼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 마산 바다를 수영하던 모습을 떠올리니 잠시 아련해진다. 그런 면에서 전재수 시장은 참 운도 좋다.

마산만이 전국 뉴스에 크게 나온 건 그로부터 2년 뒤였다. 2022년 가을 정어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나중에 집계해봤더니 1000만 마리였다. 친수공원 앞바다에는 정어리 시체가 둥둥 떠다녔다.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편집국에는 제보가 쇄도했다.

정어리의 직접적인 사인은 산소 부족이었다. 바다가 뜨거워지면 위아래 물이 잘 섞이지 않는다고 한다. 바닥에는 산소가 부족해지기 쉽다. 그때 마침 많은 정어리가 마산만에 몰렸다. 일순간 떼죽음을 당했다.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2023년 10월11일 창원시는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 앞바다에서 정어리 집단폐사 현상을 확인하고 12일부터 15일까지 총 45t의 폐사체를 수거해 소각처리 했다. 사진=창원시청 제공

그렇다면 부캉이는 왜 북항을 찾았을까.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물고기들이 부산 앞바다에서도 자주 보인다. 고등어와 참다랑어 같은 '난류성 어종'이다. 상어는 이런 물고기를 먹는다. 난류성 어종을 먹으러 상어도 따라온다.

인간의 시선으로 보면 두 현상은 극과 극처럼 보인다. 마산에서는 물고기 1000만 마리가 죽어 떠올랐다. 괴이했다. 비릿한 썩은내도 진동했다. 부산에서는 상어 한 마리가 헤엄친다. 이름이 붙었다. 사람들이 웃으며 구경한다. 하나는 혐오스럽고 하나는 귀엽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이 보고 느끼는 차이다. 정어리의 떼죽음과 상어의 생동의 배경에는 뜨거워지는 바다가 있다. 본질적인 이유는 같고 그것이 드러내는 현상이 인간의 눈에 흉물스럽거나 귀여울 뿐이다.

녹색당은 주요 언론이 북항을 새로운 '핫플'로 소개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어특수'와 관련 기업 주가 상승 같은 흥미성 보도도 꼬집었다. 전재수 시장의 긍정적인 해석에도 날을 세웠다. 부캉이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이 있다는 얘기다. 이 비판은 언론과 행정에는 꽤 아프게 들릴 만하다. 관광 호재만 강조하다 보면 기후변화라는 배경은 흐려지니까.

다만 시민들의 '호들갑'은 조금 다르게 보고 싶다. 북항에 가는 사람들도 안다. 상어 한 마리 보겠다고 일부러 거기까지 가는 게 호들갑이라는 걸. 오랜만에 호들갑 좀 떨어보려고 가는 것이다. 굳이 고생해서 그까지 가는 것. 모르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 상어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 지친 일상에서 굳이 이런 일을 벌이는 마음이 있다. 호들갑도 나름의 낭만이다. 호들갑 떨려고 가는 사람들에게 “너 지금 이거 호들갑 떠는 거야”라고 말하면 반감을 일으킨다.

사실 온라인에서는 더 신나게 호들갑 떨고 있다. 북항에는 가상의 '부산 레드샥스 야구장'까지 세워졌다. 상어 모양 돔구장이다. 입 안에 야구장이 있다. 맑은 날에는 상어가 입을 벌리고, 비가 오면 닫힌다. '기승전돔'을 외치는 허구연 KBO 총재라면 좋아할 만하다. 이처럼 부캉이는 이미 밈이 됐다.

▲ 부산시설공단이 북항친수공원에 출현한 상어를 '부캉이'로 부르며 SNS에 상어의 근황을 알리고 있다(왼쪽 사진), 부산 동구 북항 일대에 상어 모양 야구장을 건립해야 한다는 내용의 밈이 SNS에 올라있다. 사진=부산시설공단 페이스북, SNS 갈무리

메시지가 진중하거나 거세다고 무조건 사림들 뇌리에 박히는 건 아니다. 담뱃갑에 끔찍한 사진이 붙어 있어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피운다. 마산만에서 정어리 1000만 마리가 죽었을 때도 충격은 컸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일을 기억하지 않으니 기후 변화라는 연상 직용도 일어나지 않는다.

부캉이는 조금 다르다. 사람들이 먼저 관심을 가졌다. 자기 돈과 시간을 써서 보러 갔다. 친구에게 사진을 보냈다. 이름까지 지어줬다. 사람들이 충분히 즐기고 나면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유쾌한 방식으로 기후 위기를 알릴 수 있는 차례가 올 것 같다. 그 대비가 필요하다. 저 상어는 왜 여기까지 왔을까. 먹이는 왜 부산까지 왔을까. 부산 앞바다는 얼마나 따뜻해졌을까. 바다가 계속 뜨거워지면 다음에는 또 무엇이 달라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유쾌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부캉이는 기후위기를 이야기하기에 꽤 좋은 시작점이다. 지금의 부캉이 열풍을 기후위기와 굳이 반대편에 세울 필요는 없다고 본다. 북항에 모여 상어 한 마리를 기다리는 그 호들갑. 기후위기 이야기도 거기서 시작해보면 어떨까. 언론도 사안을 바라보는 눈이 지나치게 가십성이거나 지나치게 진중한 것 같다. 대중에게 소구될만한 스토리텔링과 포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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