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대신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석유를 쥔 방식 [사람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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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마두로 전 대통령이 미국으로 끌려갔으나 '베네수엘라의 봄'은 오지 않았다.
마두로 납치 직후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원유를 직접 팔겠다고 선언했다. 명목상 소유권은 베네수엘라에 있지만 송금·인출·지급은 트럼프 정부의 허가에 묶인다.
트럼프 정부의 사실상 하수인인 민간 석유업체 노스아메리칸 블루에너지 파트너스(NABEP)는 베네수엘라 17개 유전에 대한 100년짜리 개발·채굴권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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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마두로 전 대통령이 미국으로 끌려갔으나 ‘베네수엘라의 봄’은 오지 않았다. 놀랍게도 마두로의 충복이던 델시 로드리게스가 트럼프 정부의 후견 아래 임시정부를 이끌고 있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의 원유 자원 약탈에 나섰다. 베네수엘라 인권단체 프로베아(PROVEA)의 오스카르 무리요(43) 총괄조정관은 5월 연례 인권보고서 발표에서 이 나라의 상황을 “퇴행과 박해”로 정리했다.
무리요 총괄조정관은 노동·인권 문제를 집요하게 취재하며 마두로 독재의 국가 폭력에 맞서 싸운 기자 출신이다. 2016년 투메레모 지역에서 광산 지배권을 둘러싼 무장조직의 광부 학살 사건을 추적·보도했다. 당국은 처음엔 사건 자체를 부인했으나, 결국 공동묘지에서 시신 17구를 발굴했다. 그의 보도는 남아메리카의 대표적 언론상인 ‘가보 저널리즘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에게 새로운 투쟁 대상이 나타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권 침해와 자원 약탈이다. 마두로 납치 직후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원유를 직접 팔겠다고 선언했다. 판매대금은 미국이 관리하는 계좌에 들어간다. 명목상 소유권은 베네수엘라에 있지만 송금·인출·지급은 트럼프 정부의 허가에 묶인다. 구체적 자금 흐름도 공개하지 않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계좌를 거친 원유 판매 수입을 130억 달러(약 17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트럼프는 한술 더 떴다. 8월 말, “세계 역사상 최대 석유 거래” 프로젝트를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트럼프 정부의 사실상 하수인인 민간 석유업체 노스아메리칸 블루에너지 파트너스(NABEP)는 베네수엘라 17개 유전에 대한 100년짜리 개발·채굴권을 얻게 된다. 확인 매장량만 650억 배럴, 베네수엘라 총매장량의 약 20%다. 여기에 기상천외한 조건들이 달렸다. 미국 정부는 무상으로 NABEP 모회사 지분 35%를 갖는다. 이사회 과반은 미국 시민으로 채운다. 미국 정부는 이사회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미 국무부는 생산량의 20%를 원가로 매입하며 나머지 80%에도 우선매수권을 갖는다. 무리요는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에 대한) 의사결정 공간이 강력한 외부 행위자들에게 이전됐다”라고 비판했다.
강대국이 군사력을 바탕으로 약소국의 자원을 강탈하던 19세기형 식민주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드리게스 정부는 이 사업으로 향후 25년간 2090억 달러(약 281조원)의 세수와 로열티를 얻는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무리요는 9월3일 프로베아 홈페이지에 게재한 칼럼에서 ‘계약 전문조차 공개되지 않았으며, 예상되는 세수와 로열티를 어떤 방식으로 통제할지도 알려지지 않았다’라며 비판했다. 그 돈의 관리 역시 미국에 맡겨질 가능성이 크다. 무리요는 차베스주의자들에게도 책임을 묻는다. 국가적 몰락을 초래한 차베스 세력과 이를 계승한 로드리게스 정부가 ‘시민적 정당성’도 없는 협상을 미국과 강행하고 있다.
마두로 독재가 물러난 자리에 ‘후견인(트럼프)’과 ‘괴뢰’정부의 야합이 그 공백을 채웠다. 무리요는 절망 대신 시민들의 새로운 실천을 요구한다. “석유 비즈니스와 달리 민주주의 문제엔 투자자들이 넘쳐나지 않는다. 시민들이 더 힘차게 노를 저어야 한다. 우리는 후견의 약속을 단호하게 넘어서야 한다.” 자기 나라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기 위한 베네수엘라 민중의 싸움은 중단되지 않는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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