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떠넘기지 마라”… 부산시, 생곡소각장 돌파구 찾을까

부산/권태완 기자 2026. 9. 2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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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열린 주민 설명회 파행
21일 오후 부산 강서구 강동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생곡소각장 건립 주민 설명회. 강서구 주민들은 전재수 부산시장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요구하며 설명회엔 불참했다. /권태완 기자

“아이 낳아 출산율 높였더니 쓰레기 태워 아이 쫓아냅니다. 에코델타시티 주민 동의 없는 소각장 절대 반대합니다.”

“가덕도엔 절대 안 됩니다. 예정대로 생곡에 소각장을 지으세요.”

지난 21일 오후 7시 부산 강서구 강동동 행정복지센터. 하루 500t 규모의 생활 폐기물을 처리할 생곡소각장 건립 주민 설명회가 열렸지만 100여 석 중 참석자는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설명회장 밖으로 몰려든 주민 대부분은 “전재수 부산시장이 직접 참석하지 않은 설명회는 무효”라며 입장을 거부했다. 반면 대체 부지로 이름이 오르내린 가덕도 주민들은 “원안대로 생곡에 소각장을 지어야 한다”며 맞불을 놓았다. 결국 설명회는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부산 강서구 생곡소각장 건립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총사업비 4562억원을 들여 2033년까지 생곡마을 이주 부지(약 5만9500㎡)에 소각 시설을 짓는 이 사업은 2017년 시작돼 2020년 부지가 확정됐다. 전체 이주 대상 162가구 중 133가구가 이미 이사를 마쳤고, 전체 보상비 1404억원 중 910억원이 집행된 상태다.

그러나 생곡마을과 약 2.5㎞ 떨어진 에코델타시티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사업은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작년 10월 당시 박형준 부산시장은 다른 부지의 검토 가능성을 언급했고, 다음 달 타당성 용역이 중단됐다. 주민들과 지역 정치권은 이를 사업 재검토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6·3 지방선거 이후 전재수 시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기존대로 생곡에 소각장을 짓겠다고 하자 강서구 주민들이 또다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8일엔 강서구 주민 120여 명이 부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특정 지역에만 쓰레기 처리를 떠넘기지 마라”며 시장 참석 공청회를 요구했다.

앞서 국민의힘 김도읍(부산 강서) 국회의원이 지난 16일 부산시의회에서 연 기자회견 당시 대체 부지로 언급됐던 가덕도 주민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가덕도 주민으로 구성된 가덕도주민대표자협의회는 가덕도와 명지동, 녹산동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부산 관문 가덕도신공항, 북극항로 전진기지 부산신항 앞에 쓰레기 소각장이 웬 말이냐’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강서구 주민 120여 명이 18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생곡 광역폐기물처리시설 건립 계획 철회와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뉴스1

부산시는 더 이상 소각장 건립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2030년부터 생활 폐기물 직매립이 전면 금지되는 상황에서 소각장 확충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부산시 추산에 따르면, 2031년 기준 하루 발생 폐기물은 1766t에 달하지만, 해운대·명지 자원순환센터 등 기존 3개 시설의 하루 처리량은 1276t에 불과하다. 매일 490t의 쓰레기가 갈 곳을 잃는 셈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정상 추진되더라도 준공은 2033년에야 가능하다”며 “사업이 무산돼 대체 부지를 다시 찾을 경우 최소 15년이 더 걸리고, 그동안 민간 시설에 위탁 처리하면 공공 소각장보다 톤당 10배 넘는 비용이 든다”고 했다.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도 배수진을 쳤다. 박상준 강서구청장은 “구민 생명권 보호를 위해 건축 협의 요청을 거부하겠다”며 행정·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다음 달 부구청장을 단장으로 하는 ‘소각장 대응 TF’를 가동할 계획이다. 김도읍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변성완 강서구 지역위원장 등 지역 여야 정치권도 일제히 부산시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미 집행된 910억원의 이주·보상비를 두고도 시각차가 크다. 부산시는 사업 중단 시 막대한 매몰 비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김도읍 의원은 “생곡마을 이주는 기존 쓰레기 매립장 피해 보상 차원이었던 만큼 소각장 무산으로 날리는 비용으로 단정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갈등이 확산하자 부산시는 주민 협의 기구를 만들어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시 관계자는 “사업 추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 우려를 해소할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차근차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주민들과 지자체의 반발이 강경해 진통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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