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검진율 1%, ‘개 코’에서 해법 찾은 인도 스타트업 도그노시스

홍준기 기자 2026. 9. 2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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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단 한 번이라도 암 검진을 받아본 인도인은 100명 중 1명꼴에 불과하다. EY 인디아의 2022년 자료에 따르면, 인도에서 암 환자 80% 이상이 이미 3~4기로 접어든 뒤에야 뒤늦게 병원을 찾았다. 병원과 전문의를 찾아갈 시간과 자원이 부족한 14억 인구 앞에서, 인도 스타트업 도그노시스(Dognosis)는 사람이 아닌 개의 ‘코’에서 답을 찾았다.

/도그노시스머리 위에 뇌 활동을 읽어내는 센서를 달고 암 탐지에 나선 도그노시스 소속 탐지견.

도그노시스는 훈련받은 탐지견이 마스크에 담긴 날숨 냄새에서 10분 만에 암 위험군을 가려내는 스크리닝 제품 ‘브레스이지(BreathEasy)’를 개발했다. 탐지견이 환자의 호흡에 담긴 일종의 ‘냄새 분자’인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을 감지한다. 도그노시스는 자체 개발한 AI를 통해 탐지견의 행동, 호흡, 뇌파를 분석해 암 위험군을 가려낸다. 국제학술지 ‘임상종양학저널(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발표된 2상 연구에서 이 기술은 20종 이상의 암에 대해 민감도 90.8%, 특이도 91.3%라는 결과를 얻었다. 회사는 내년 초 인도 벵갈루루에서 브레스이지를 출시할 계획이다.

미국 UC 버클리에서 인지과학을 공부하던 인도 벨가비(Belagavi) 출신 청년 아카시 쿨고드(Akash Kulgod)가 개의 후각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20년 코로나 사태였다. 아버지가 병원에서 코로나 환자를 돌보던 시기, 그는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 무렵 개가 냄새만으로 코로나19를 탐지할 수 있고, 일부 연구에서는 표준 검사법인 PCR 검사보다도 더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는 사실을 접했다. 개의 후각을 실제 질병 진단에 활용하고자 동료 이타마르 비탄(Itamar Bitan)과 함께 도그노시스를 세웠다. 두 사람이 풀고자 한 건 다름 아닌 고국 인도의 현실이었다.

/도그노시스도그노시스 공동 창업자인 아카시 쿨고드(왼쪽)와 이타마르 비탄이 암을 찾아내는 훈련을 받고 있는 도그노시스 탐지견들과 함께 촬영한 사진.

쿨고드 도그노시스 최고경영자(CEO)는 WEEKLY BIZ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개가 ‘암’의 냄새를 맡는 게 아니라 훈련을 통해 특정 VOC를 감지하면 이를 사람에게 알리는 방식”이라며 “탐지견들은 실제로 훈련받지 않은 새로운 종류의 암을 탐지하는 능력까지 보여줬다”고 했다.

◇호흡 속 ‘암의 흔적’ 찾아내는 탐지견들

―개의 후각이 인간보다 훨씬 예민하다고는 하지만, 암 환자를 어떻게 가려내는지 궁금하다.

“암은 신체의 화학적 조성을 바꾼다. 이 과정에서 호흡을 비롯해 사람의 몸에서 퍼져나오는 VOC에도 변화가 생긴다. 호흡은 VOC가 풍부한 원천(1488종)이며, 암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VOC 패턴을 만들어낸다. 개는 호흡 샘플에서 이러한 특정 패턴을 인식하도록 훈련받는다. 개가 ‘암’이라는 단일한 무언가를 냄새 맡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학습한 ‘화학적 시그니처’를 찾아내는 것이다.”

―귀사의 기술로 현재 탐지 가능한 주요 암종은 무엇인가.

“지난 4월 학술지에 게재된 우리 2상 연구는 20종 이상의 개별 암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금 더 크게 나눈다면 두경부암, 유방암, 폐·흉부암, 부인과암, 상부 위장관암, 하부 위장관암, 비뇨생식기암 등이다. 해당 연구 전체에서 (탐지견의 암 진단 시도는) 민감도 90.8%, 특이도 91.3%를 기록했다. 가장 초기이자 치료 가능성이 높은 1기 단계의 민감도는 90.3%이며, 3~4기 말기까지도 그 수치가 1%포인트 이내로 유지됐다. 앞으로 더 많은 암종을 탐지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서 추가 데이터가 확보돼야 한다.”

◇인도 암 검진율 1%, 브레스이지는 게임 체인저

―암 환자는 늘고 있지만 진단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인도 같은 시장에서, 이 기술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

“인도에서는 암 환자가 늘고 있지만, 병원에 방문해 전문의로부터 진단을 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현재 상황에서 14억 인도인들이 충분히 암 검사를 받기는 어렵다. 검진을 받는 사람 자체가 워낙 적다 보니, 대부분의 암은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을 때에야 발견된다. EY 인디아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평생 한 번이라도 검진을 받는 인도인은 1%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 때문에 암의 80% 이상이 3~4기에 발견된다. 브레스이지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됐다.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마스크에 숨을 불어넣어서 보내면 10분 만에 검사가 끝난다. 브레스이지를 통해 종양이 생겼을 것으로 의심이 되는 사람만 병원을 찾아서 정밀검사를 받으면 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도그노시스의 기술이 의료 비용을 절감하고,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조기 진단은 암의 종류에 상관없이 더 나은 예후, 더 낮은 치료비용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개발한 브레스이지는 깔때기의 맨 위 단계, 즉 민감도가 높은 광범위한 1차 스크리닝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 검사를 통해 찾아낸 암 위험군만) 정밀검사·영상진단·조직검사 같은 더 비용이 큰 확진 검사를 받으면 된다. 물론 진단과 치료는 여전히 의사의 몫이다. 이것이 실제로 규모 있는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지는 검증과 실제 배치가 더 진전된 이후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계획은 2027년 초 인도 벵갈루루에서 출시하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에서 시작된 ‘암 진단’의 꿈

―탐지견으로 암을 찾아내는 기술에 대한 연구에 뛰어든 계기가 있나.

“함께 도그노시스를 창업한 이타마르 비탄과 함께 5년 넘게 이 분야에 몰두해 왔다. UC 버클리에서 2년간 인지과학을 공부했을 때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아버지는 내 고향 벨가비에서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고 돌보고 계셨다. 나는 개가 냄새로 코로나19를 탐지할 수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표준 검사법인 PCR 검사보다도 더 뛰어난 탐지능력을 보인다는 연구를 접했다. 나중에 UC버클리로 돌아가 ‘개가 특정 냄새를 감지했을 때 보이는 반응을 어떻게 실제 진단에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이타마르는 다른 경로로 같은 질문에 도달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K9(경찰견) 부대에서 우수한 탐지견들과 4년간 함께 일했다. 이러한 경험은 자연스레 개가 냄새로 유방암과 파킨슨병을 탐지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이스라엘의 한 연구자에게로 그를 이끌었다. 우리는 탐지견이 질병을 찾아내는 능력에 인프라와 기술, 그리고 수많은 검진 대상에게 닿을 수 있는 ‘규모’를 부여하고자 도그노시스를 설립했다.”

―탐지견들이 실제로 훈련받지 않은 종류의 암까지 감지하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들었다.

“그렇다, 우리는 개들이 서로 다른 암에서 배출되는 VOC를 감지하는 훈련을 받으면, ‘암의 냄새’를 일반화해서 인식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있다. 암 종류가 다르더라도 환자에게서 배출되는 VOC 시그니처 사이에 유사한 부분이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암 외에 다른 질병의 조기 발견에 대한 추가 연구 계획도 있나.

“좋은 질문이다. 그렇다, 질병이 생기면 VOC 프로파일이 바뀌기 때문에 VOC 변화를 찾아내는 기술은 꼭 암 탐지에만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현재는 도그노시스의 모든 역량이 암 진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다른 질병을 찾아내는 기술에 대해서도) 더 살펴볼 여지가 있다. 서로 다른 질병의 ‘냄새’를 감지하는 탐지견들이 하나의 샘플을 검사해 각기 다른 질병을 찾아내는 검사법 개발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동물이나 곤충의 후각을 활용해 암을 탐지하는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진행 중인 여러 연구의 결과들은 (암 환자의 몸에서 퍼져나오는) VOC 패턴을 파악하는 기술이 암 조기 발견이라는 목표에 있어서 유효한 기술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곤충이나 동물을 활용하는 기술은 서로 경쟁한다기 보다는 함께 발전하는 중이다. 개의 후각 활용에는 실질적인 이점도 있다. 개는 한 번 훈련받으면 몇 년간 탐지 프로그램에 계속 참여할 수 있어, 일부 곤충이나 선충을 활용하는 연구에서처럼 ‘사육 인프라’를 갖출 필요가 없다. 인간과 개는 특별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어서, 앞으로는 가정의 반려견도 지역의 훈련 시설에서 암 탐지 훈련을 받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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