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도 안 하는 안부전화, 왜 며느리에게 요구하나”

조혜선 기자 2026. 9. 2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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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늘아가, 연락 좀 하고 지냈으면 좋겠구나."

그는 "주위에서 말로만 듣던 '안부 전화' 요구를 내가 받게 될지 몰랐다"며 "며느리에게 연락을 강요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고민했다.

대전에 거주하는 양모 씨(40)는 결혼 9년차임에도 여전히 시어머니에게 안부 전화를 거는 일이 편하지 않다.

최근 아들이 결혼한 최모 씨(65)는 "며느리에게 안부 전화를 받아본 적도 요구한 적도 없다"며 "나도 시어머니가 생전 매일 전화하길 원하셨던 게 싫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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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앞두고 젊은 기혼 여성들 고민 토로
“딸처럼 연락하라는데…우리는 딸이 아냐”
부모 세대도 “가족 아닌 것 같아” 속앓이
안부 소통 방식 미리 조율하는 부부도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며늘아가, 연락 좀 하고 지냈으면 좋겠구나.”

서울 성동구에 사는 결혼 2년차 이모 씨(31)는 최근 시어머니의 전화를 받고는 마음이 불편했다. 생일이나 어버이날 등 특별한 날에는 꼬박꼬박 전화도 드리고, 2~3달에 한 번은 찾아뵀는데도 ‘한 달이 다 되도록 연락 한 통이 없다’며 시어머니가 섭섭함을 토로했다. 그는 “주위에서 말로만 듣던 ‘안부 전화’ 요구를 내가 받게 될지 몰랐다”며 “며느리에게 연락을 강요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고민했다.

● ‘시댁 전화’ 놓고 고민하는 며느리들

전통적 가부장제 사회에서 며느리가 시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것은 일종의 ‘도리’로 여겨졌다. 하지만 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지금 세대가 결혼하면서 며느리에게 일방적으로 요구되던 역할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이에 과거 ‘기본 도리’로 여겨졌던 안부 전화 등이 세대 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며느리에게 기대되는 역할 자체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컸다. 2024년 서울가족서베이 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의 ‘시가와의 관계나 며느리 역할’ 부담은 5점 만점에 평균 4.0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는 ‘출산·육아’(3.9점) ‘배우자와의 갈등’ ‘배우자와 생활방식 맞추기’ ‘가사일’(각 3.6점)보다도 높은 수치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 “정작 남편은 안 하는데 왜 내가” 불만 토로도

특히 갓 결혼한 며느리들은 시어머니의 연락 요구가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한다. 올초 결혼한 박모 씨(29)는 “시어머니가 결혼 전부터 ‘딸처럼 자주 연락하고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의무적으로 전화드린다”며 “그런데 오히려 남편은 시어머니랑 통화를 거의 안 하더라. 요즘에는 내가 남편 소식을 시어머니에게 전달하고, 남편에게는 시어머니의 근황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일로 바빠서 연락이 뜸하다 싶으면 ‘며느리 목소리가 듣고 싶다’며 전화를 걸어와 무언의 압박을 주신다”며 “아들한텐 전화도 안 하면서 데면데면한 며느리와 통화하고 싶은 이유를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대전에 거주하는 양모 씨(40)는 결혼 9년차임에도 여전히 시어머니에게 안부 전화를 거는 일이 편하지 않다. 그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하고 싶은데 안 하면 섭섭해 하신다”며 “얼마 전엔 2주 만에 전화를 드렸더니 ‘아이고 오랜만이다’라고 하시더라. 전화를 하고도 ‘내가 잘못했나’라는 느낌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양 씨는 “시어머니랑 관심사가 비슷한 것도 아닌데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겠나”라고 말했다. 두 아이를 둔 장모 씨(38)는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이 돌보고 집안일 하느라 친정 엄마한테도 전화를 잘 못한다. 그리고 엄마랑 전화할 땐 편하게 대화가 가능하지만 시어머니는 편한 존재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 부모 세대 속사정 “다들 부담 주지 말라며…”

반면 부모 세대는 며느리들의 ‘무소식’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 외아들을 둔 박모 씨(68)는 “며느리가 특별한 날이 아니면 몇 달이고 전화 한 통 없다”며 “고부 사이가 남보다 못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위에서 며느리에게 부담을 주지 말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탓에 먼저 연락하지 않고 속앓이만 한다고 했다.

최근 아들이 결혼한 최모 씨(65)는 “며느리에게 안부 전화를 받아본 적도 요구한 적도 없다”며 “나도 시어머니가 생전 매일 전화하길 원하셨던 게 싫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요새는 시부모를 가족으로 여기지 않는 느낌이 들어 서운하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부계 중심 어른들-평등한 청년들 ‘갈등’

전문가는 ‘안부 전화’를 둘러싼 갈등이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달라진 가족관계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봤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시어머니 세대는 부계 중심의 직계가족 원리에 충실한 가치를 갖고 있고, 젊은 세대로 가면 부부 중심이고 친족 관계를 한다면 평등하게 하고 싶기 때문에 충돌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함 명예교수는 “부계 중심의 직계가족 원리에서는 부계가 아닌 친족 관계를 소외하고 차별적인 게 있어서 아쉬웠다면, 지금 세대로 가면 너무나 친족 관계의 가치 자체를 평가하지 않는 느낌”이라며 “기본 관계들이 형성돼야 하는데 아예 관계를 안 하려고 하는 게 아쉽다”고 평가했다.

결국 며느리에게 ‘도리’를 요구하기보다 서로 부담스럽지 않게 안부를 주고받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실제로 연락 방식과 역할을 가족끼리 조율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결혼한 권모 씨(30)는 최근 남편과 함께 시부모에게 안부 전화를 하는 방식으로 연락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그는 “주말처럼 비교적 시간이 많은 날 전화드린다. 남편이 먼저 전화를 걸어 통화하다가 나를 바꿔주는 방식이고, 친정 부모님께도 이런 식으로 똑같이 전화한다”며 “시어머니도 내가 연락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는 걸 알고 계신다. 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내가 (안부 전화) 부담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 이해해주셨다”고 말했다.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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