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만에 어머니 만난 박아름씨 "경찰은 왜 일치 유전자가 없다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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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길을 잃어 보육원에서 지내다 1989년 미국으로 입양된 여성이 37년 만에 친어머니를 만나 올 추석을 함께 보냈다. 경찰의 잘못된 안내로 사설 탐정까지 고용해 어머니를 찾아야 했다는 박아름(41)씨는 "가족을 찾는 일이 정부가 아닌, 개인의 경제력과 운으로 결정돼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씨는 2024년 주보스턴총영사관에 친가족 찾기를 신청하고 유전자(DNA) 검체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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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가족 찾아달라 유전자 검사 요청
친자관계 가능성 나왔는데 안 알린 경찰
민간 조사업체에 맡기니 6주 만에 찾아
"가족 찾기가 경제력과 운에 달려선 안돼"

어린 시절 길을 잃어 보육원에서 지내다 1989년 미국으로 입양된 여성이 37년 만에 친어머니를 만나 올 추석을 함께 보냈다. 경찰의 잘못된 안내로 사설 탐정까지 고용해 어머니를 찾아야 했다는 박아름(41)씨는 "가족을 찾는 일이 정부가 아닌, 개인의 경제력과 운으로 결정돼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씨는 2024년 주보스턴총영사관에 친가족 찾기를 신청하고 유전자(DNA) 검체를 제출했다. 친가족 찾기는 국가아동권리보장원이 검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실종아동·보호자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과수는 지난해 4월 '박씨와 DNA 검사 결과 친자관계 성립이 배제되지 않는 보호자가 검색됐다'고 보장원에 알렸고, 보장원은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이 보호자의 추가 검사를 요청했다. 그런데 경찰청은 박씨에게 'DNA가 일치하는 사람이 없다'며 정반대 내용을 안내했다. 해외입양인들과 교류하면서 한국의 공식 절차만 기다려서는 가족을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은 박씨는 결국 지난해 12월 민간 조사업체에 친부모를 찾아달라고 의뢰했다. 700만 원을 입금한 지 불과 6주만에 박씨는 어머니를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박씨는 이달 한국에 와 처음 어머니와 함께 추석을 보냈다. 어머니는 박씨를 꼭 안고 "나를 찾아줘서 고맙다"며 눈물을 보였고, 딸을 위해 한상 가득 음식을 차렸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박씨의 머리카락을 부드러운 손길로 말려주기도 했다. "제 인생에서 이런 소중하고 평범한 순간들을 얼마나 많이 놓쳤는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고 박씨는 말했다.
부모와 왜 헤어지게 됐는지도 뒤늦게 알게 됐다. 1988년 아버지와 함께 외출했던 박씨는 길을 잃고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당시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는 '부랑인'을 단속한다며 거리의 많은 아동을 보호시설로 데려갔다. 이듬해 박씨는 미국으로 입양됐고, 어머니는 2010년 실종아동 데이터베이스에 DNA를 등록하고 딸을 기다려왔다. 박씨는 "가족이 찾고 있었다는 걸 알기 전과 후의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느껴진다"며 고마워했다.


박씨는 2년전 어머니를 찾을 수 있었지만 경찰의 과실로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유전자가 일치하는 사람이 없다고 회신한 이유에 대해 경찰은 "당시 담당자가 영어에 능통하지 않아 번역기를 사용했을 수 있다. 그가 이미 퇴사해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구체적인 이유는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박씨와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셈이다.
한 해 2,000명이 넘는 해외입양인이 박씨처럼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보장원의 문을 두드린다. 보장원에 따르면 2024년 해외입양인의 입양정보공개 청구가 3,374건 이뤄진 가운데 가족과 상봉한 경우는 청구건수 대비 약 7.7%(259건)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적잖은 해외입양인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민간 조사업체를 찾아간다. 한 입양인 지원 단체 관계자는 "사설 탐정에게 가족 찾기를 의뢰했다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해외입양인이 집중적으로 늘었던 시기가 1960~80년대라 이들의 부모는 대부분 고령이 됐다. "입양인들이 친부모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박씨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호소했다.
김 의원은 “국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결국 민간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해외입양인의 가족 찾기가 개인의 경제력에 좌우되지 않도록 경찰과 아동권리보장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이 책임있게 연계해 공적 체계를 제대로 작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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