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요정’ 황서현, 40년 만의 평균대 금메달… “올해 키 자라서 135㎝, 떡볶이 먹고파”

[스포츠경향 나고야 | 황민국 기자] 길쭉한 평균대를 자유자재로 누비던 ‘작은 요정’의 얼굴에는 정상을 밟았다는 환희가 가득했다. 무려 40년간 한국 기계체조가 염원했던 평균대 금메달이 마침내 그의 목에 걸렸다.
황서현(17·인천체고)은 25일 일본 나고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평균대 결선에서 14.700점을 받아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체조가 아시안게임 여자 평균대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1986년 서울 대회 서선앵 이후 40년 만의 쾌거다.
시상식을 마친 뒤 기자와 만난 황서현은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꿈만 같았다. 그 많은 사람 앞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엄마도 보였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40년이나 지난 줄은 몰랐다. 어제 (여)서정 언니가 금메달을 따는 걸 보면서 ‘나도 꼭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연기를 마칠 때 ‘메달은 땄구나’ 싶었는데, 금메달이라 너무 기쁘다”고 덧붙였다.
작은 체구가 장점인 황서현은 평균대에서 뛰어난 균형 감각과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는 스페셜리스트다. 첫 시니어 국제무대였던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 평균대 금메달을 따내며 이름을 알린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확실한 아시아 최강자로 우뚝 섰다.
앞서 여자 도마에서 8년 만에 두 번째 금메달을 따낸 선배 여서정(제천시청)은 그에게 큰 자극제다. 황서현은 “서정 언니는 도마는 물론 다른 종목도 국내 최상위권 실력을 갖춘 선수”라며 “나는 네 가지 종목을 두루 잘하지 못해 단체전에서 언니들에게 미안했다. 앞으로는 서정 언니처럼 평균대는 물론 나머지 종목도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황서현의 시선은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한다. 당장 10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리는 세계체조선수권대회가 기다리고 있다. 이 대회 활약에 따라 2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향한 기대치도 달라질 전망이다. 그는 “평균대는 유럽보다 아시아가 조금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세계 무대에서도 최대한 실수 없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가 믿는 구석은 꾸준한 노력과 ‘작은 키’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최단신 선수(대한체육회 등록 기준 133.8㎝)로 큰 화제를 모았던 황서현은 “키가 작은 게 일상에선 아쉽지만 평균대에선 유리하다”며 “그래도 프로필보다는 키가 컸다. 올해 조금 자라서 135㎝가 됐다”고 웃으며 강조했다.
이날 관중석에는 그의 이름을 외치며 태극기를 흔든 어머니와 동생이 있었다. 황서현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가족들이) 잘 보였다. 추석이라 아빠만 오지 못하셨는데 가장 기뻐하셨을 거라 믿는다”며 “내일 귀국하면 먹고 싶었던 떡볶이도 먹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17세 소녀다운 풋풋한 미소를 지었다.
나고야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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