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한동훈’ 될까…김민석 앞에 놓인 세 개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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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폭발한 계파 갈등이 당분간 수면 아래 잠복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패배 직후 "내가 주장한 것까지 진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정청래 의원은 권리당원 투표에서 44.06%나 득표했고, 32만여 명이 참여한 서울·경기에서 김민석 대표에게 1207표밖에 지지 않았다.
정청래 의원의 권리당원 파워를 의식한 김민석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원만으론 힘들다고 판단했는지 당대표 선거 시작부터 '신천지'로 감정의 골을 팠고, 이 대통령 당선에 힘 쏟고 정권 성공에 마음 쓴 친청계 지지자를 '반명'으로 규정하며 상처를 줬다.
결국 김 대표는 '뉴이재명' 세력을 확실한 우군으로 삼고 중도 외연 확장을 통해 지지기반을 구축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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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대 패배에도 더 커진 정청래…화학적 결합 난망
● ‘노무현 배신’ 이미지, 친노·친문 신뢰에 장애물
● 확고 한 지지 세력X…뉴이재명 받고 외연 확장 필요
● 공소 취소, 연임 개헌 등 국민 저항 맞닥뜨릴 수도
● 대통령에 반하면 지지층 이탈, 함께하면 공멸 우려

친청계 빅마우스 유시민 작가는 이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픽'해 당선시키려 한 것은 왕정 또는 귀족정으로 가는 것이라며 "오만한 권력자"란 거친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에 '민주 진영'의 '거두'라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수준 떨어졌다, 바닥을 드러냈다"며 유 작가를 혹평했다.
전대 패배에도 더 커진 정청래…화학적 결합 난망
전당대회를 거치며 정청래 의원은 친노·친문 계파의 '대권 메이커'에서 '대권주자'로 발돋움했다. 전통적 친노·친문 지지층의 강력한 지지 속에 전우애가 싹텄고, 패배 속에 동지애도 강화되며 지지기반이 만들어졌다. 친노·친문계란 말보다 친청계란 말이 빈번하게 사용될 정도였다. 친청계 최고위원 3명이라는 확실한 우군도 확보했다. 수석 최고위원에 오른 최민희 의원은 '정청래 덕'에 당선됐다며 강한 연대감을 표명했다. 정치는 유권자와 지지자에게 마음의 빚을 지우고 선거에서 그 빚을 되돌려받는 행위인데, 정 의원의 패배는 지지자에게 마음의 빚으로 남았다. '더 커진' 정청래로 인해 민주당 내 확실한 대립 구도가 만들어졌다.이를 의식한 듯 김민석 대표는 첫 의원연찬회에서 국정 성공과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청래"를 7번이나 언급하며 그의 '당원중심주의'를 에둘러 비판한 탓에 통합 발언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정 의원과 친청계 유튜버, 지지자들은 "무례한 폭력적 모욕 주기" "마이크 독재"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8월 31일 강민구 민주당 윤리감찰단 부단장이 박선원 최고위원에게 "(윤리감찰단 인선에) 정 전 대표 세력이 작업 들어온 것 같다. 빨리 가서 장악해야 할 듯하다"라고 메시지를 보낸 사실까지 보도돼 논란이 커졌다. 김 대표가 강 전 부단장을 즉각 해임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갈등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8월 말 김민석 대표는 부산 사상구 지역위원장 사무소 개소식에서 2년 뒤 치러질 다음 총선에서 부산과 서울을 '당대표 직할' 지역으로, 특히 현역 의원이 없는 부산을 차기 총선의 핵심 승부처로 삼아 총력전으로 승리를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벌써부터 총선 진두지휘를 언급한 건, 총선을 통한 당 장악으로 대권을 잡은 이른바 '이재명 대권 모델'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26세에 정치 입문, 1996년 32세에 국회에 입성한 김 대표는 2001년 새천년민주당 당내 대선후보 여론조사 2위에 오르며 전도유망한 정치인 반열에 올랐다. 나이 제한에 걸려 대선에는 출마하지 못했지만, 2002년 불과 38세의 나이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같은 해 대선에서는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를 지지하며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후 긴 정치 공백기를 겪었지만 2020년 21대 총선을 통해 18년 만에 재기에 성공했고,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거쳐 올해 8월 여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인생행로에서 드러나듯 권력의지가 강한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런 그가 당대표에 만족할 것이라고 보는 이는 많지 않다. 결국 김 대표의 향후 행보는 대권 가도와 맞물려 움직일 수밖에 없다.
‘노무현 배신' 이미지, 친노·친문 신뢰에 장애물
그래서일까. 그는 갈등 봉합보다 당을 조기 장악하려는 모양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전당대회를 통해 확연해진 경쟁 구도 때문이다. 화해와 협력으로 자기편을 만들든, 힘으로 이겨내든, 어떤 방식으로든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둘째, 당내 지지기반 조기 구축 때문이다. 친청계와 대립 구도 속에서 정치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빠른 시간 내 독자적 자기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급락하는 국정지지율 때문이다. 이 대통령과 김 대표는 운명 공동체로 정치적 성패가 연동돼 있다. 빠른 당권 장악으로 일사불란한 협력체제를 구축해 급락하는 지지율을 회복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김민석호(號)가 순항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시계는 흐리고 넘어야 할 산은 첩첩산중이다.김민석호를 가로막고 있는 첫 번째 산은 화학적 결합이 힘든 민주당의 계파 구조다. 유시민 작가가 'ABC론'과 '재건축 재개발론'으로 밝혔듯 민주당 계파 갈등은 친노·친문 세력에 기반한 전통 코어층과 새롭게 유입된 실용과 효율에 기반한 친명계의 이질성에서 기인하는 근원적 갈등이다. 이미 부동산 세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공소청장 임명부터 갈등이 일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 해소 이슈는 친청계에서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다.
정청래 의원의 권리당원 파워를 의식한 김민석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원만으론 힘들다고 판단했는지 당대표 선거 시작부터 '신천지'로 감정의 골을 팠고, 이 대통령 당선에 힘 쏟고 정권 성공에 마음 쓴 친청계 지지자를 '반명'으로 규정하며 상처를 줬다. 전당대회 마지막 연설에서 한민수 의원은 "정청래가 그렇게 죽을 죄를 지었습니까"라고 소리쳤고, 최민희 의원은 "정청래를 신천지로 몰려고 처가의 슬픈 가족사까지 끌어들이는 자들을 절대로 용서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당대회를 거치며 회복하기 힘든 감정의 골이 파였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두 번째 산은 약한 지지기반이다. 당대표는 됐지만 김민석이라는 브랜드로 이긴 선거가 아니었다. 불과 1년여 넘긴 이재명 정부의 안정적 국정 운영에 동의한 호남과 친명 지지층, 정권과 운명을 같이하는 대의원의 지지로 당선됐다. 결국 김 대표는 '뉴이재명' 세력을 확실한 우군으로 삼고 중도 외연 확장을 통해 지지기반을 구축하려 할 것이다. 이미 김 대표는 태스크포스(TF)만 30여 개 신설했다. 정청래 의원과 소원하다는 정봉주 전 의원과 정치를 떠나있던 송호창 전 의원, 심지어 스폰서 논란을 일으켰던 오랜 후원자 강신성 전 대한체육회 부회장까지 영입하며 경제·외교·사회적약자·지방자치까지 7명의 당대표 특보를 임명했다. '민티07'(‘민주당 티비'의 앞 글자를 딴 '민티'와 방송 시작 시각인 '07시'를 합친 명칭)이라는 당 공식 유튜브 채널도 개설해 직접 출연하며 당의 이슈 장악과 관리에도 나섰다.
눈에 띄는 인선은 제5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의장 출신인 강위원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임명이다. 이재명 당대표 시절 정무특보였던 강위원은 지난 대선에서 큰 역할을 한 '97세대' 주축의 친명계 최대 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를 주도했다. 그는 전남 영광 출신으로 전남 경제부지사도 지냈다. 친명계, 97세대, 호남까지 아우르는 다목적 포석으로 보인다. 충청권 출신 문진석 의원과 장철민 의원을 각각 수석 사무부총장과 국민소통위원장에 발탁하는 등 지역과 이념, 세대를 아우르는 친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대선은 총선과 달리 개인이 아닌 세력으로 승부를 내야 한다. 이 대통령의 '픽'에 의해 국무총리도 되고 당대표도 된 김민석은 18년간 당을 떠나 확고한 자기 세력이 없다. 내년 보궐선거와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세를 형성하는 게 지지기반 구축의 관건이다. 다만 생사고락을 함께한 가신 그룹과 지지 팬덤층을 단기간의 정치 행보로 형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공소 취소, 연임 개헌 등 국민 저항 맞닥뜨릴 수도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산은 이재명 정권의 성공이다. 김 대표와 이 대통령은 운명 공동체다. 그는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당청 관계는 국정의 중심인 대통령과 정부를 지원하는 전면 협력의 창조적 수평 관계가 될 것"이라 밝혔다. 협력으로 정권을 성공시키든지 잘 견인해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지지세를 지켜내야 자신의 정치적 목적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문제는 친명계에 기반한 만큼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쉽게 반대할 수가 없다는 데 있다. 이 대통령에 반대하면 지지층이 이탈하고 찬성하면 함께 위기에 빠지는 딜레마 상황에 놓여 있다. 2024년 한동훈 당시 비대상대책위원장은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에서 62.8%의 압도적 지지로 당대표가 됐다. 하지만 당원의 바람과 달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갈등 관리에 실패했고, 결국 공멸했다. 김 대표 역시 이재명 정권의 일방적이고도 거친 국정 운영을 제어하지 못하면 김순덕 동아일보 칼럼니스트의 말처럼 '민주당의 한동훈'이 될 공산이 크다.
이 대통령은 국정 기조 변화가 절실함에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그대로 둔 채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으로 큰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여론에 떠밀려 김용범 정책실장을 사퇴시켰고, 김승원·용혜인 후보자 역시 사퇴했으나 회심의 개각 카드가 오히려 지지율 하락을 이끌어버렸다. 국정지지율을 반등시킬 모멘텀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공소취소나 연임 개헌 등의 대통령 사법리스크 지우기 시도는 국민적 저항에 맞닥뜨릴 수 있다.
2024년 8월 당시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채해병특검법 제3자 추천안' 발의를 압박하며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에게 '윤석열 아바타'란 조롱과 함께 "실권이 약하면 바지 사장, 더 약하면 반바지 사장"이라고 저격했다. 당청 관계를 "대통령과 정부를 지원하는 전면 협력의 창조적 수평 관계"라 천명한 그는 과연 '이재명의 아바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반대도 찬성도 어려운 딜레마적 처지에서 당청 일체를 표방한 김민석호는 이 대통령을 견인하며 순항할 수 있을까.
1987년 이후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사례는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두 번뿐이다. 정권 재창출 전제 조건은 확실한 대권주자(인물), 다자 구도(구도), 시대정신 선점과 지리멸렬한 야당(바람)이다. 노 전 대통령은 바람으로, 박 전 대통령은 인물과 바람으로 여권의 열세를 딛고 정권심판론을 넘어섰다. 더구나 김영삼 정부 이후 집권당 대표가 대권을 잡은 사례는 박 전 대통령밖에 없다.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며 '정권심판바람'을 받아낸 덕분이다.
김민석호가 순항하며 정치적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선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성공적 당 운영으로 당원의 신임을 얻어야 된다. 또한 재보선 승리로 당내 지지기반을 공고히하고 총선 공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이끌며 정권 재창출의 가능성도 높여야 한다. 현 상황에서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김 대표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지리멸렬한 야당이다. 야당 공세를 통해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인데, 그마저도 앞의 조건들이 담보됐을 때 가능한 일이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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