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며느리도 맛 보여주려고"…80대까지 줄 서서 사갔다 [덕질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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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제 왔다가 오늘 또 왔잖아. 30분 줄 서서 거의 앞까지 왔는데 또 30분 기다려야 한다 해서 어젠 포기했어."
지난 23일 오전 11시 서울 강서구 까치산시장.
'떡지순례(떡+성지순례)'는 재개발로 유동인구가 빠진 시장 떡집까지 2030이 찾아오게 했다. 청량리전통시장에서 25년간 자리를 지킨 떡집 앞 화이트보드에는 '지금 제일 "핫한" 피자설기 1개 2000원'이란 문구가 크게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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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81세도 찾은 '피자설기'
SNS 유행이 시장 떡집까지 번져
피자설기 사러 왔다가 송편까지
동네 시장에 2030 발길 이어져

"나 어제 왔다가 오늘 또 왔잖아. 30분 줄 서서 거의 앞까지 왔는데 또 30분 기다려야 한다 해서 어젠 포기했어."
지난 23일 오전 11시 서울 강서구 까치산시장. 동네 주민 김경애 씨(81)는 이틀 연속 시장 떡집을 찾았다. '피자설기'를 사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원래 이런 곳이 아닌데 시장 올 때마다 사람들 줄 서있길래 뭐냐고 물어봤다"며 "나도 궁금해서 추석에 오는 아들이랑 며느리 것까지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피자설기를 파는 떡집 앞은 평일 오전부터 웨이팅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팝업스토어 오픈런, 품절 대란을 만든 피자설기가 지역 떡집까지 살리고 있다. 이불집, 횟집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팔았던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 유행과 달리 이번 유행의 수혜처는 기존 떡집으로 모이고 있다. 방앗간 등 떡 제조 기반을 갖춘 상가만이 피자설기를 만들 수 있어서다. SNS에서 시작된 유행을 지역 떡집이 나눠가지면서, 2030 소비자층을 끌어들이는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안 팔려도 만들 수 있어야"…떡집들이 피자설기에 올라탄 이유

'떡지순례(떡+성지순례)'는 재개발로 유동인구가 빠진 시장 떡집까지 2030이 찾아오게 했다. 청량리전통시장에서 25년간 자리를 지킨 떡집 앞 화이트보드에는 '지금 제일 "핫한" 피자설기 1개 2000원'이란 문구가 크게 적혀있었다.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받아 떡집을 운영하는 원종례 씨(44)는 이번 유행이 리스크가 적어 도전했다고 했다. 재료가 쉽게 망가지거나 상하지 않고, 주문 제작이 필수인 제품도 아니라 매출을 깎을 요소가 적었다는 것이다.
원씨는 "전에는 떡케이크도 하고 앙금 쿠키도 해봤는데, 개인 주문 제작이 많이 들어오는 공방과 달리 주문이 뜨문뜨문 들어오니까 유통기한으로 재료를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입소문이 나려면 안 팔려도 계속 팔 수 있어야 하는데 쌀이야 매일 있는 거고, 피자설기는 상대적으로 매일 만들 수 있는 상품이라 팔 수 있었다"고 했다.
피자설기를 찾는 손님이 늘면서 가게에 들어오는 고객층도 달라졌다. 원씨네 떡집에도 "피자설기를 파느냐"는 문의 전화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5060이 주된 손님층이었던 이곳에 2030 손님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원씨는 "지금 여기 위는 재개발로 다 빠져서 유동인구가 별로 없다. 피자설기라도 하면 젊은 분들이 오시고 다른 것도 사가실까 해서 했다. 원래 젊은 분들은 청년몰이나 카페, 맛집거리로 가지 여기는 안 오신다"며 "그런데 피자설기를 한 이후부터 찾으러 오기도 하고, 한 번 사가신 분이 10개씩 사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피자설기를 찾는 '떡지순례'가 반가운 이유는 떡집 업계가 꾸준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떡류식품가공협회에 따르면 전국 떡집 수는 2024년 약 2만300개에서 2025년 1만9000개, 2026년 현재 1만8000개로 감소했다. 해마다 500~600곳씩 줄어드는 셈이다. 서울 종로구 낙원떡집거리에는 현재 2곳의 떡집만 남아있다.
"명절 탔다"…추석과 맞물려 더욱 성행하는 '떡 열풍'

떡집은 줄어드는데 떡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배경에는 2030을 중심으로 한 떡의 '디저트화'가 있다. 떡을 명절이나 밥 대용 음식이 아닌 새로운 디저트로 소비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다. 소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SNS에서 떡을 '디저트'로 언급한 게시물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했다. 올해 3월 창억떡 호박인절미에 이어 8월 피자설기까지 개별 떡의 유행은 빠르게 바뀌었지만, 떡이라는 카테고리에 대한 관심 자체는 이어지고 있다는 게 썸트렌드의 분석이다.
특히 피자설기 유행은 추석과 맞물리면서 기존 떡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피자설기를 사러 떡집을 찾은 손님이 송편까지 함께 주문하는 식이다. 마포구 상암동의 한 떡집은 이를 "명절 탔다"고 표현했다. 10년간 떡집을 운영한 점주 A씨는 "명절 앞이라 떡이 팔릴 시기이지만 확실히 피자설기가 도움 된다"며 "오셔서 송편을 주문하시기도 하고, 다른 떡도 사가신다. 특히 2030이 떡을 많이 먹기 시작한 게 의미가 크다"고 했다. 피자설기가 단순한 SNS 디저트 유행에 그치지 않고, 전통 떡집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입구 상품'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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