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화수술 뒤 장에서 발견된 거즈…반려동물 진료기록은 왜 못 보나

손지연 2026. 9. 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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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중성화수술을 받은 뒤 상태가 나빠진 강아지의 장에 거즈가 엉겨 붙어 있었다는 것이다.

열 집 중 세 집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가 됐지만, 보호자가 자신의 반려동물 진료기록을 확인할 길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에 A씨 등 반려동물 보호자 4명은 지난 3월 진료기록 교부 의무를 두지 않은 현행법이 알 권리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반면 동물권변호사단체 영원은 불법 자가진료 문제와 보호자의 진료기록 접근권은 별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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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기록 요구했지만 병원은 거부
열람권 법제화 추진… 분쟁·소송에 한정
강아지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서울신문DB

# 푸들 ‘민희’를 키우던 A씨는 동물병원에 갔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2024년 중성화수술을 받은 뒤 상태가 나빠진 강아지의 장에 거즈가 엉겨 붙어 있었다는 것이다. 장 일부까지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지만 민희는 지난 1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A씨는 중성화수술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당시 수술을 진행했던 병원에 진료기록을 요구했지만, 병원은 “법적 의무가 없다”며 거절했다. A씨는 “민희가 왜 오랫동안 아파하다가 갔는지 그 이유를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열 집 중 세 집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가 됐지만, 보호자가 자신의 반려동물 진료기록을 확인할 길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보호자가 진료기록을 볼 권리를 처음 명문화한 수의사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이마저도 분쟁이나 소송 등으로 조건이 한정됐기 때문이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의 지난해 조사를 보면 전체 가구의 29.2%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 가운데 최근 1년 동안 동물병원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비율은 95.1%에 달했다.

현행 수의사법은 수의사가 진료부를 작성·보존하도록 규정하지만 보호자가 이를 열람하거나 사본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별도로 명시되지 않았다. 이에 A씨 등 반려동물 보호자 4명은 지난 3월 진료기록 교부 의무를 두지 않은 현행법이 알 권리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민희의 보호자 A씨와 민희의 중성화수술을 진행한 병원 사이의 대화 내역. 영원 제공

‘깜이’의 보호자 B씨도 반려견을 잃고 헌법소원에 참여했다. 심장병을 앓던 깜이는 지난해 12월 동물병원에서 복용하던 심장병 약을 끊으라는 권유를 받은 뒤 사흘 만에 숨졌다. 보호자는 진료부와 영상자료 등을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고, 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한 뒤에야 겨우 1장 분량의 진료부를 확보했다.

동물병원을 둘러싼 피해구제 신청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접수된 동물병원 피해구제 신청 128건 가운데 96건(75.0%)이 진료상 과실을 둘러싼 분쟁이었다. 소비자원은 동물 진료는 의료진과 소비자 사이 정보 격차가 크고 반려동물이 진료 과정을 직접 설명할 수 없어 소비자가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제도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한 수의사법 개정안은 동물 소유자가 분쟁조정이나 소송 등 권리구제를 위해 진료기록을 열람하거나 사본 발급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수의사 등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할 수 없다.

다만 동물권 단체들은 진료기록을 요구할 수 있는 목적을 ‘권리구제’로 한정한 점은 한계로 지적했다. 다른 동물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이어가거나 과거 검사 내용을 확인하는 경우 등 분쟁이 발생하지 않으면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게 단체들의 주장이다. 사람의 경우 분쟁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의 진료기록을 열람하거나 사본을 요구할 수 있다.

수의계에서는 진료기록에 처방·투약 정보 등이 담기는 만큼 공개 범위를 넓히면 자가진료나 동물용 의약품 오남용 우려가 커질 수 있다며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동물권변호사단체 영원은 불법 자가진료 문제와 보호자의 진료기록 접근권은 별개라고 주장했다.

이다영 영원 대표(변호사)는 “진료계약의 당사자이자 비용 부담 주체인 보호자가 어떤 진료와 수술이 이루어졌는지 알고 싶다는 건 너무 당연한 요구”라며 “더 이상 기록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가족을 떠나보내는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손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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