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유감스럽고 좌절감을 느낀다" 국가대항전 대신 개인 투어 일정을 선택한 엘리제 메르텐스를 향한 벨기에 비난 고조

박성진 기자 2026. 9. 2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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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벨기에는 2026 빌리진킹컵 최종본선진출전(퀄리파이어)에서 세계 최강 미국을 3-1로 격파하는 대이변을 이뤄냈다.

메르텐스가 이번 대표팀에 합류했다면 벨기에는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기대할 수 있었음이 분명했다.

2017년 빌리진킹컵에 데뷔한 메르텐스이지만 지난 9년간, 소집은 여덟 차례, 경기 출전은 11차례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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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 4강에 오를 기회를 아쉽게 놓친 벨기에 빌리진킹컵 대표팀. 그리고 가장 오른쪽이 에이스의 부재를 맹비난한 빔 피세트 감독, 왼쪽에서 두 번째가 벨기에의 애국자형 선수, 그리트 미넨 / 게티이미지코리아

2026년 4월. 벨기에는 2026 빌리진킹컵 최종본선진출전(퀄리파이어)에서 세계 최강 미국을 3-1로 격파하는 대이변을 이뤄냈다. 그리고 당시 팀의 원투펀치는 엘리제 메르텐스(현재 20위)와 한네 반더빈켈(93위)였다. 메르텐스와 반더빈켈은 첫날 단식에서 각각 메카트니 케슬러(48위), 이바 요비치(16위)를 꺾었다. 2일차 그리트 미넨(209위)의 단식 승리까지 더해지면 벨기에는 미국을 꺾고 9월 파이널스행 티켓을 따냈다. 2022년 이후 4년 만이었다.

벨기에는 24일 열린 파이널스 8강전에서 우크라이나에 1-2로 아쉽게 패했다. 벨기에의 애국자형 선수인 미넨이 세계 7위, 엘리나 스비톨리나(우크라이나)를 잡아내는 쾌거를 이뤘으나, 야나 오프지카(474위)가 출전한 1단식과 복식을 패하며 결국 우크라이나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5개월 전, 미국을 꺾을 때의 원투펀치였던 메르텐스와 반더빈켈이 모두 우크라이나와의 경기에 결장한 것이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만약 두 선수 중 한 명만이라도 단식에 출전해 승리했다면, 벨기에는 4강에 오를 수 있었다. 

메르텐스와 반더빈켈은 왜 이번 경기에 출장하지 않았을까?

우선 반더빈켈은 이번 대회 엔트리에 포함됐다. 하지만 갑작스런 독감에 걸렸다고 한다. 올해 벨기에 대표팀 빔 피세트(Wim Fissette) 감독은 8강전이 열리기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반더빈켈의 결장을 이미 발표한 상황이었다. 그 정도로 컨디션이 엉망이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팀의 절대적인 에이스인 메르텐스는 아예 대표팀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다. 메르텐스는 일찌감치 이번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그녀의 행선지는 빌리진킹컵 파이널스가 열리고 있는 중국 셴젠이 아니라, WTA 500 대회가 열리고 있는 싱가포르였다.

2단식 1복식 방식으로 열리는 파이널스는 에이스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리고 벨기에의 현재 에이스는 누가 뭐래도 메르텐스였다. 메르텐스는 현재 단식 19위, 복식 8위에 올라있다. 단복식 모두 잘 한다. 이 시대의 애국자형 플레이어인 자스민 파올리니(단식 20위, 복식 25위)보다 모두 랭킹이 높다. 현재 WTA 랭킹에서 단복식 모두 톱 20에 올라 있는 선수는 메르텐스가 유일하다. 메르텐스가 이번 대표팀에 합류했다면 벨기에는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기대할 수 있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메르텐스는 국가대항전이 아닌 개인 투어를 선택했다. 그리고 대표팀이 패배한 다음 날인 25일, 메르텐스는 마야 흐발린스카(폴란드)에 패하며 단식에서 결국 탈락했다.

벨기에 유니폼을 입고 있는 엘리제 메르텐스. 하지만 이 대회는 국가대항전 방식이지만 WTA 랭킹포인트가 주어지는 혼성 단체전인 1월 유나이티드컵이었다. 국가의 명예가 걸린 대회라기보다, 개인의 영달을 위한 대회라고 봐야 한다. 메르텐스는 빌리진킹컵 소집에는 그간 유난히 비협조적이었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보통 자국 감독들은 국가대항전을 포기하는 선수들에 대해 "이해한다" 등의 옹호적인 입장을 내 놓는다. 하지만 이번 피세트 감독은 달랐다. 공개적으로 메르텐스를 비난했다. 

피세트 감독은 자국 언론 라브니르(L'avenir)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유감스럽고 좌절감을 느낀다"로 시작했다. 이어 "피세트 감독은 "지난 4월 오스텐더에서 미국을 꺾는 대이변을 일으켰을 때 메르텐스가 보여준 긍정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파이널 8 최종 무대도 함께해 주길 진심으로 바랐다"라며, "월드그룹 2지역에서부터 2년 동안 고생해 드디어 세계 8강 최종 무대에 도달했는데, 가장 전력이 좋은 최정예 팀을 꾸리지 못하고 대회에 임해야 하는 지도자 입장에서 매우 허탈하다"고 아쉬움을 강하게 표현했다.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국가대표팀을 언제나 우선시하는 남자 대표팀 지주 베리스와 비교하며 메르텐스를 이기적이라고 표현했다.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외면했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그럴 만 한 것이 메르텐스는 대표팀 차출을 자주 거부해왔다. 실력은 톱이지만 벨기에가 월드그룹 2까지 떨어졌을 때, 메르텐스는 대표팀에 소집된 적이 없다. 2026년 4월 소집은 2022년 이후 4년 만이었다. 2017년 빌리진킹컵에 데뷔한 메르텐스이지만 지난 9년간, 소집은 여덟 차례, 경기 출전은 11차례 밖에 없었다.

일부 언론은 빌리진킹컵 파이널스와 WTA 500 투어를 같은 주에 배치한 일정을 문제삼았다. 하지만 분명해 보이는 것은 메르텐스는 애국자형 플레이어와는 거리가 멀다라는 것이며, 또한 자국 감독이나 동료, 언론들에게 신임을 크게 잃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벨기에는 우크라이나라는 대어를 낚을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세계 19위인 메르텐스 대신 출전한 세계 209위에 불과한 그리트 미넨의 애국심과 투쟁심만 더욱 대조돼 부각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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