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바미기르 날뛰던 골목 어디?… 추석 연휴 ‘화면 속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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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스크린 속 장면을 직접 밟아보는 여행은 어떨까. 올해 화제작 가운데는 실제 도시와 마을을 적극 활용한 작품이 적지 않다.
겉으로는 가족여행이지만 실제 목적은 복수라는 설정 때문에 경주의 평화로운 관광지가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영화 속 네 모녀가 여행의 '알리바이'를 남기는 장소를 따라가 보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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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 출근길은 성남·서울 곳곳
‘경주기행’ 따라 첨성대·동궁과 월지
‘왕과 사는 남자’ 여운은 영월 청령포로
[이데일리 윤기백 기자] 추석 연휴, 스크린 속 장면을 직접 밟아보는 여행은 어떨까. 올해 화제작 가운데는 실제 도시와 마을을 적극 활용한 작품이 적지 않다. 영화 속 괴물이 날뛰던 골목부터 로또 1등 직장인의 출근길, 네 모녀가 복수를 위해 향했던 경주까지. 작품을 보고 떠나면 익숙한 풍경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가장 강렬한 ‘성지순례’ 후보는 영화 ‘호프’다. 극중 비무장지대 인근의 가상 마을 ‘호포항’은 실제로 전남 해남군 북평면 남창리에서 촬영됐다. 범석(황정민)과 성애(정호연)가 순찰차를 타고 정체불명의 존재와 맞서는 영화 전반부 주요 액션이 이곳에서 완성됐다. 나홍진 감독은 2023년 10월부터 약 3개월간 실제 마을을 활용해 촬영했다.
지금 남창리에 가면 영화의 흔적도 직접 볼 수 있다. 해남군은 북평면사무소에서 해월루까지 약 1㎞를 ‘북평 호프 영화의 거리’로 꾸몄다. 촬영에 사용한 스텔라 순찰차와 ‘금복 정육점 식당’ 간판, 영화 속 주요 장면을 그린 벽화 등이 남아 있다. 극중 출장소를 연상시키는 홍보관에는 황정민과 조인성의 핸드프린팅도 설치됐다.
해남까지 내려갔다면 하루만 보고 돌아오기엔 아쉽다. 영화의 거리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에는 울돌목과 진도대교가 있어 ‘명량’의 기억까지 이어볼 수 있다. 미황사 등 해남의 다른 명소를 묶으면 1박2일 코스로도 충분하다.

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를 재미있게 봤다면 수도권에서 가볍게 촬영지를 따라가 볼 수 있다. 공은태(이준혁)가 다니는 홍성인터내셔널 사옥 외관은 경기 성남시 수정구 금토로의 텐엑스타워에서 촬영됐다. 일원역과 을지로입구역, 종로5길, 남대문로9길, 동호대교 등 서울 곳곳도 등장한다.
멀리 여행할 필요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성남 금토동에서 회사 건물을 보고 서울로 넘어와 일원역이나 종로·을지로를 따라가면 하루짜리 ‘공은태 출근길’ 코스를 만들 수 있다. 드라마처럼 로또 1등 당첨금을 품고 출근할 수는 없어도, 은태가 매일 오가던 풍경만큼은 그대로 만나볼 수 있다.

김미조 감독의 ‘경주기행’을 봤다면 목적지는 제목 그대로 경주다. 영화는 8년 전 막내를 잃은 엄마와 세 딸이 복수를 위해 경주로 향하는 이야기다. 겉으로는 가족여행이지만 실제 목적은 복수라는 설정 때문에 경주의 평화로운 관광지가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영화 속 네 모녀가 여행의 ‘알리바이’를 남기는 장소를 따라가 보는 재미도 있다. 첨성대와 동궁과 월지 등이 대표적이다. 낮에는 첨성대 일대를 걷고, 저녁에는 불빛이 물에 비치는 동궁과 월지를 찾는 식으로 동선을 짜면 영화 속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다. 황리단길과 대릉원을 묶으면 경주 1박2일 코스로도 무리가 없다.

조금 더 묵직한 여행을 원한다면 ‘왕과 사는 남자’의 배경이 된 영월도 있다. 영화의 중심 공간은 단종이 유배됐던 청령포다.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이고 뒤로는 절벽이 막아선 ‘육지 속 섬’ 같은 지형 덕분에 영화 속 고립감과 잘 맞아떨어진다.
다만 한 가지 알고 가야 할 점이 있다. 실제 영화 촬영은 문화유산인 청령포 내부가 아니라 인근에 별도로 조성한 오픈 세트에서 진행됐다. 장항준 감독도 청령포에서는 촬영이 어려워 인근 지역에서 공간을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청령포의 소나무숲과 강, 단종의 실제 흔적을 직접 마주하면 영화의 여운을 이어가기에는 충분하다.
청령포와 함께 장릉, 관풍헌, 선돌 등을 묶으면 영월 당일치기나 1박2일 여행으로 확장할 수 있다.
윤기백 (giba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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