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고급스럽게 비싸게…비즈니스 늘리고 이코노미 줄이는 항공사들 [이원주의 날飛]

이원주 기자 2026. 9. 25. 14: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항공사들은 이코노미석에 다양한 '옵션'을 붙여 판매하는 전략을 썼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항공사들이 이런 '좌석 급나누기'를 이코노미석이 아닌 비즈니스석에서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저비용항공사(LCC) 등장으로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제 FSC들의 수익은 이코노미석보다 고급 좌석에서 더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고급 좌석 판매가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긴 항공사들이 LCC와의 경쟁을 위해 이코노미석을 더 싸게 판매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합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항공사들은 이코노미석에 다양한 ‘옵션’을 붙여 판매하는 전략을 썼었습니다. 소위 ‘프리미엄 이코노미’라고 부르는 좌석으로 형태가 다양했죠. 3열 좌석 중 가운데 좌석을 비워놓는다든가, 좌석 간격을 일반 이코노미보다 조금 더 넓게 만든다든가 하는 식으로 조금 더 편한 (혹은 조금 덜 불편한) 좌석을 웃돈 받고 파는 형식이었습니다.

대한항공의 비즈니스석. 동아일보DB
그런데 최근 항공사들이 이런 ‘좌석 급나누기’를 이코노미석이 아닌 비즈니스석에서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좌석을 만들고 추가 요금을 받는 식입니다. 오늘 ‘날飛’는 이런 항공사들의 ‘프리미엄석 전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나누고 나누고 나누고

독일의 플래그 캐리어이자 유럽 아니 전 세계 항공사를 놓고 봐도 순위권에 드는 대형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최근 자신들의 좌석에 ‘알레그리스’라는 브랜드명을 붙였습니다. 알레그리스라는 브랜드는 좌석 등급에 상관 없이 붙인 이름이지만, 내용만 보면 철저하게 고급 좌석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루프트한자의 ‘알레그리스’ 비즈니스 좌석. 루프트한자 홈페이지 캡처
특히 루프트한자가 ‘알레그리스’ 브랜드를 통해 집중하는 좌석은 비즈니스석입니다. 이 회사는 새로 도입하는 비행기에 설치하는 비즈니스석을 총 5개 종류로 나눴습니다. 클래식 비즈니스, 프라이버시 비즈니스, 엑스트라 스페이스 비즈니스, 엑스트라 롱베드 비즈니스, 비즈니스 스위트 등입니다. 클래식 비즈니스가 기존의 비즈니스석이라면 ‘프라이버시’는 다른 승객과의 간섭을 줄이도록 만든 좌석이고 ‘엑스트라 스페이스’는 비즈니스석 중에서도 조금 더 넓은 좌석, ‘엑스트라 롱베드’는 180도로 좌석을 눕혔을 때 길이가 좀 더 긴 좌석입니다. ‘비즈니스 스위트’는 아예 비즈니스석에 문을 달아 방 같은 개인 공간을 확보한 좌석입니다. ‘문 달린 고급 좌석’은 과거 일등석에 주로 있었는데 이게 이제 비즈니스석에서도 일반화되고 있는 겁니다.
루프트한자의 알레그리스 좌석 분류. 루프트한자 홈페이지 캡처
그러면서 루프트한자는 이 좌석들에 각각 추가 요금을 받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기본 비즈니스석인 ‘클래식 비즈니스’ 가격에서 엑스트라 레그룸 좌석의 경우 50유로(약 8만 원)을, 프라이버시 비즈니스 좌석의 경우 100유로(약 16만 원)을 더 받겠다고 한 겁니다. 다른 좌석들도 형태에 따라 130~250유로(약 20~40만 원)을 더 받고, 문이 달린 비즈니스 스위트 좌석의 경우 이 추가 요금이 우리 돈으로 90만 원까지 올라갑니다.
비즈니스 좌석의 형태에 따라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고 안내하고 있는 루프트한자 홈페이지 내용. 홈페이지 캡처
비슷한 움직임은 미국 항공사에서도 보입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새로 도입하는 보잉 787-9 기종의 비즈니스 좌석(이 회사는 이 좌석을 ‘폴라리스’라고 부릅니다.)을 폴라리스 스튜디오, 폴라리스 스위트 등으로 세분화했습니다. 이 회사 홈페이지를 보면 그 외에도 ‘프리미엄 플러스’ 등 고급 좌석 형태를 세분화해놓은 안내를 볼 수 있습니다.

●좁아지는 이코노미

문제는 비행기 내부 공간이란 게 그렇게 넓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이 공간에 사람 한 명이 누울 수 있을 정도의 편의시설을 갖춘 좌석을 넣으려면 다른 공간을 그만큼 줄여야 할 겁니다. 그래서 실제로 비즈니스석을 고급화하고 있는 항공사들은 이코노미석 수를 줄이는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보기
[이원주의 날飛]비좁은 비행기 이코노미석의 비밀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70802/85639652/1

유나이티드의 경우 787-9 기준 비즈니스석인 ‘폴라리스’ 좌석이 기존에는 69석, 이코노미석은 188석이었습니다. 하지만 새로 도입하는 비행기에는 폴라리스석을 포함한 상급 좌석은 99석으로 늘어났고, 이코노미석은 123석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루프트한자 역시 같은 비행기에 비즈니스석만 28석을 집어넣었습니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에서는 대한항공이 도입하려다가 보잉 777-300ER 단 1대에만 도입하고 모든 계획을 철회한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종의 이코노미석 좌석 공간은 231석으로 더 줄어들었습니다.
대한항공의 이코노미 좌석. 동아일보DB
실제 항공 데이터 분석 업체 ‘비주얼 어프로치 애널리틱스’는 2020년 1월 이후 미국 국내선 기준 비즈니스석과 일등석 등 고급 좌석이 27% 증가하는 동안 이코노미석은 10%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이코노미석 좌석이 점점 좁아지는 데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습니다. 항공사들이 비싼 좌석에 쓸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이코노미석 앞뒤 좌석 간격을 줄이려 하기 때문입니다.
보잉이 개발 중인 777 기종의 최신형 777X 여객기. 보잉 유튜브 캡처
비행기가 커진다고 해서 이 공간이 다시 이코노미석 소비자들에게 돌아올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대형항공사(FSC)들은 보잉 777 기종의 좌석을 3-3-3 배열로 운영하고 있지만 중동 3대 항공사를 비롯한 해외에서는 3-4-3 배열로 운영하는 곳이 많고, 777의 덩치를 더 키운 최신 항공기 보잉 777X의 경우 아예 처음부터 이코노미석 배열을 3-4-3에 맞도록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급화하다 낭패보기도

그런데 비즈니스 좌석을 조금이라도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서 조금이라도 더 비싼 값에 팔려던 항공사들이 낭패를 보게 된 일도 있습니다. 다름 아닌 항공 안전 규정 때문인데, 이 때문에 일부 항공사들은 멀쩡히 만들어놓은 비싼 좌석을 팔지 못 하는 경우도 일부 있었습니다.

비즈니스석 28석 중 25석만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는 루프트한자의 보도자료. 출처 루프트한자 홈페이지
루프트한자가 대표적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부터 787-9 기종에 ‘알레그리스’ 신형 비즈니스석 28석을 설치하고 팔려고 했지만 올해 3월까지 이 좌석들을 모두 텅텅 비운 채 운행해야 했습니다. 항공기 좌석이 안전 인증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4월부터는 좌석 판매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28석 중 25석까지만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되어 있습니다.
루프트한자의 ‘비즈니스 스위트’ 좌석. 문이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루프트한자 홈페이지 캡처
비즈니스석에는 침대부터 모니터, 각종 독서등이나 리모컨 등 이코노미석과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장비들이 장착돼 있습니다. 좌석은 개인 공간 확보를 위해 점점 높은 벽으로 둘러싸이는 추세고, 앞서 다룬 것처럼 아예 문을 달아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급 상황에서는 이 모든 장비들이 모두 승객 대피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항공 당국이 우려한 겁니다.
아시아나항공이 A380 도입 초기에 운영했던 비즈니스 좌석. 최신 비즈니스석과 비교하면 매우 단순한 구조지만 그래도 여러가지 편의 장비들이 달려 있습니다. 동아일보DB
실제 좌석 제작 규정은 매우 까다롭습니다. 모든 소재는 불이 붙더라도 금방 꺼지는 난연성 재질로 만들어져야 하고, 항공기가 충돌할 경우 최대 중력의 9배(9g)의 충격에도 승객 탈출에 방해를 줄 정도로 변형되어서는 안 됩니다. 수직으로 0.08초 사이에 14g의 충격이, 수평으로는 0.09초 사이에 16g의 충격이 가해져도 항공기 좌석이 설치됐던 자리에서 뜯겨져나가면 안 됩니다. 그리고 비즈니스석은 좌석부터 주변 편의장비까지 모든 장비들이 이 조건을 만족해야 항공기 좌석으로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에미레이트의 A380 기종에 장착된 일등석. 에미레이트는 여객기 좌석에 처음으로 개별 문을 장착한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에미레이트 홈페이지 캡처
여기에 ‘문’이 달린 좌석의 경우 또 문제가 됩니다. 원래 항공기 좌석에는 이런 문을 아예 달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항공 안전 규정상 좌석은 원칙적으로 문이나 격벽 등으로 가로막히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상시 탈출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항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문이 달린 비즈니스석, 일등석이 많이 운용되고 있습니다. 항공 서비스 고급화 추세를 원칙적인 규제만으로 제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미국 연방항공국(FAA)나 유럽 항공안전청(EASA)에서 조건을 만족하면 문을 달 수 있도록 제한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제한 사항을 간단히만 요약해도 이정도입니다.

▶이착륙 시에는 문이 열려 있도록 통제될 것
▶충격 발생시 열린 문이 닫히지 않도록 안전 장치가 이중으로 설치돼 있을 것
▶혹시라도 문이 닫힌 채로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키가 155cm 정도인 여성 승객이 보조장비 없이 자기 힘만으로 부술 수 있도록 제작될 것.
▶비즈니스석의 벽은 키가 155cm 정도인 승무원이 직접 승객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높이 이하로만 만들 것
▶문이 장착된 좌석이 32개를 넘어갈 경우 승무원 1명을 추가 배치할 것
▶또 문 달린 좌석이 많을 경우 승무원이 각 문의 개방 상태를 한 눈에 모니터링하거나 컨트롤할 수 있는 장비가 설치될 것.

●항공사 “우리도 절박”

항공사들의 이런 좌석 고급화 움직임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감염증 확산 이후 항공사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데 대한 해법으로 나오는 전략들입니다. 수많은 저비용항공사(LCC) 등장으로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제 FSC들의 수익은 이코노미석보다 고급 좌석에서 더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델타항공의 경우 지난해 4분기(10~12월) 이코노미석 매출은 7% 감소했지만 프리미엄석 판매는 9% 증가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엇갈리는 듯합니다. 일부에서는 이코노미석 좌석이 줄어들어 저렴한 표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고급 좌석 판매가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긴 항공사들이 LCC와의 경쟁을 위해 이코노미석을 더 싸게 판매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합니다.

분명한 건 항공 여행 ‘고급화’는 이미 멈추거나 되돌릴 수 없는 추이라는 겁니다. 과거 ‘큰 회사 높으신 분들이 출장 갈 때 회삿돈으로 타는 좌석’이었던 비즈니스석이었지만 요즘은 일반 여행객들의 이용도 상당히 늘었습니다. 마일리지로 비즈니스석을 타려는 ‘예매 전쟁’도 치열할 정도로 비즈니스석은 이미 대중화한 느끔입니다. 물론 저는 아직 한 번도 비즈니스석에서 여행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