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홍수 사망·실종자 8000명...수색과 재건도 '막막'

김나윤 2026. 9. 2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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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네팔과 중국 티베트자치구에서 8000명 이상이 숨지거나 실종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실종자 수색과 피해 복구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 재난이 기후변화로 인한 빙하와 영구동토층 붕괴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상대적으로 적은 빈곤국이 기후재난의 피해를 떠안는 '기후불평등'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프리데리케 오토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기후학자는 영구동토층 해빙과 빙하 감소, 강설 대신 강우가 늘어나는 현상 등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이번 재난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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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콧 데비갓의 홍수 피해 지역.(사진=AFP연합뉴스)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네팔과 중국 티베트자치구에서 8000명 이상이 숨지거나 실종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실종자 수색과 피해 복구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 재난이 기후변화로 인한 빙하와 영구동토층 붕괴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상대적으로 적은 빈곤국이 기후재난의 피해를 떠안는 '기후불평등'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재난은 지난달 26일 오전 8시 37분 네팔 중북부 바그마티주 랑탕리룽산 해발 5150m 지점에서 약 2㎢에 달하는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이는 축구장 약 280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무너진 빙하와 암석이 1400m 아래 렌데강으로 떨어졌고, 이 과정에서 규모 5.2 지진과 유사한 강한 충격이 발생했다.

붕괴한 빙하와 암석이 강을 일시적으로 막으면서 자연적인 댐이 만들어졌고, 강한 수압으로 이 댐이 수분 만에 무너지면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빙하와 암석이 섞인 토석류는 시속 188㎞에 달하는 속도로 하류로 밀려 내려가며 렌데강과 보테코시강, 트리슐리강 일대 약 70㎞에 걸쳐 강변 마을과 시설을 휩쓸었다.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네팔에서만 1403명이 숨지고 6150명이 실종됐다. 국경을 맞댄 중국 티베트자치구에서도 43명이 숨지고 519명이 실종됐다. 양국을 합치면 사망자는 1446명, 실종자는 6669명으로 모두 8115명에 달한다.

한국인 9명도 여전히 실종 상태다. 네팔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이다. 한국 정부는 사고 직후 합동 신속대응팀을 파견한 데 이어 해외긴급구호대 44명을 투입해 헬기와 드론, 도보 수색을 진행했지만 실종자들을 찾지 못했다. 해당 기업들은 정부 구호대의 철수 이후에도 현지에 남아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네팔 정부는 이번 홍수로 인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를 2744억8000만 네팔루피, 경제적 손실을 1338억1천만 네팔루피로 집계했다. 피해·손실액을 합치면 약 4천82억9000만 네팔루피, 우리돈 약 3조6000억원에 이른다. 건물 7570동이 완전히 파손되거나 피해를 입었으며, 직접적인 피해를 본 주민은 3만2933명으로 집계됐다.

향후 재건에 필요한 비용은 약 7233억1천만 네팔루피, 우리 돈 약 6조3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다만 이는 초기 평가에 따른 것으로,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사유지 보상 비용 등이 포함되지 않아 실제 재건 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수색 작업도 사실상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네팔 정부는 생존자를 발견할 가능성이 극히 낮아졌다고 보고 이번 주말 즈음 공식적인 수색 종료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동안 수력발전소 터널 내부 등을 중심으로 수색이 진행됐지만 실종자 규모가 워낙 큰 데다 유속이 빠르고 지형이 험해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신 신원 확인 역시 난제다. 네팔에서 수습된 1400여구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시신은 100여구에 불과하다. 급류에 휩쓸려 시신이 훼손됐거나 장기간 물속에 있었던 경우가 많고, DNA 분석을 수행할 전문 인력과 시설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네팔에서 DNA 검사가 가능한 기관은 2곳에 불과한 가운데 평소 연간 1천건 미만이던 검사 물량이 이번 재난 이후 260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네팔 정부는 이재민에게 4인 가족 기준 월 1만5000 네팔루피의 생계비·임차료를 지원하고 가구당 40만 네팔루피의 주택 지원금도 지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막대한 재건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재정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대홍수의 원인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히말라야 빙권 변화가 지목되고 있다. 극단적 기상현상의 원인을 분석하는 세계 기상 원인규명(WWA) 연구팀은 히말라야 지역의 기온 상승으로 빙하가 녹는 동시에 암석을 결속하던 영구동토층까지 약화하면서 산악지대의 붕괴 위험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당시 히말라야 지역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약 5℃ 높았으며, 이 가운데 약 1.5℃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히말라야 빙하가 녹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아시아 약 20억명의 주요 수자원 공급원인 히말라야에서는 2000년 이전 빙하 두께가 연평균 약 34㎝씩 감소했지만, 2000년 이후에는 연간 약 73㎝씩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리데리케 오토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기후학자는 영구동토층 해빙과 빙하 감소, 강설 대신 강우가 늘어나는 현상 등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이번 재난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난은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국가별로 불균등하게 나타나는 현실도 보여줬다. 네팔의 2024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0.05%에 불과한 반면 중국은 30% 이상, 미국은 10% 이상을 차지한다.

발렌드라 샤 네팔 총리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번 홍수를 "세계에 보내는 경고"라고 규정하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가 이 위기를 초래하지 않았지만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기후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빈곤국이 복구를 위해 또다시 막대한 빚을 떠안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샤 총리는 대홍수 피해·손실액이 네팔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해당한다며 국제사회의 적절한 무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네팔과 중국, 인도가 위성자료와 전문지식을 공유하고 빙하호를 공동 감시하는 '히말라야 기후 회복력 체계'를 구축해 조기경보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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