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에 눈물 훔친 세팍타크로 최지나 “이제 한 걸음… 다음엔 꼭 태국 벽 넘는다”

황민국 기자 2026. 9. 2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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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지나가 25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세팍타크로 여자 결승 태국과의 경기에서 수비를 하고 있다. 2026.9.25. 나고야|강윤중 선임기자

[스포츠경향 나고야 | 황민국 기자] “오늘 이 벽을 깨야 했는데…”

태국 선수들이 우승의 환호성을 내지르는 너머 한 선수는 조용히 수건으로 눈가를 문질렀다. 이번 대회가 마지막일지 모르는 선배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8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부터 끝내 넘지 못한 마지막 허들에 대한 짙은 아쉬움이 교차하는 듯했다.

한국 여자 세팍타크로 대표팀의 스타트 멤버인 최지나(33)는 은메달이 확정된 직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첫 세트를 잡았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 모른다. 우리가 조금 더 냉정하게 집중했어야 했다. 스타트 멤버로서의 책임감을 다하지 못했다”며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한국 최지나가 25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세팍타크로 여자 결승 태국과의 경기에서 서브를 넣고 있다. 2026.9.25. 나고야|강윤중 선임기자

한국 여자 세팍타크로 대표팀은 25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세팍타크로 여자 팀 레구 결승에서 태국에 0-2로 패했다.

전날 열린 준결승에서 인도네시아를 2-0으로 꺾고 결승에 오른 한국은 이로써 3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종주국 태국의 벽은 굳건했다. 조별리그에 이어 결승전에서도 다시 한번 태국에 무릎을 꿇었다.

승리를 거머쥘 기회는 분명 있었다. 최지나가 출전한 첫 게임 1세트에서 한국은 7-9로 끌려가다 12-11로 역전에 성공했다. 3점만 추가하면 기선 제압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를 떠올린 최지나는 “세 선수가 다 같이 몰입하지 못했다. 그 약간의 차이가 실점으로 이어졌다”면서 “조금만 더 힘을 냈다면 태국에 재역전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태국이 쉽지 않은 상대인 것은 맞지만, 오늘만큼은 해볼 만하다고 느꼈다”고 돌아봤다.

한국 최지나가 25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세팍타크로 여자 결승 태국과의 경기에서 서브를 넣고 있다. 2026.9.25. 나고야|강윤중 선임기자

서브를 책임지는 테콩(서버) 최지나에게 승부처에서 태국의 변화무쌍한 공격을 온전히 막아내지 못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었다. 그는 “태국의 서브는 다채로우면서도 파괴력이 있어 어떤 포인트에서도 항상 긴장해야 한다. 그래도 오늘은 리시브에서 잘 버텨주어 태국을 넘어보겠다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세팍타크로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사상 첫 은메달을 획득하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3년 전 항저우 대회에 이어 이번 나고야 대회까지 결과는 모두 은메달이지만, 내용은 분명 진일보했다. 종주국을 턱밑까지 위협하는 저력을 확실히 증명해 냈다.

최지나는 “처음 은메달을 땄던 2018년에는 사실 제가 팀에 큰 도움이 되는 주력 멤버라 보긴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스타트 멤버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뛰었고, 그 책임감을 등에 업고 반드시 태국을 넘고 싶었다”며 “감독님도 오늘 경기에서 8점까지만 버티면 된다고 하셨다. 이제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금메달도 가능하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 최지나, 한예지, 이민주(왼쪽부터)가 25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세팍타크로 여자 결승 태국과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환호하고 있다. 2026.9.25. 나고야|강윤중 선임기자

한국 여자 세팍타크로의 이 같은 선전은 척박한 국내 저변을 고려하면 기적에 가깝다. 국내 등록 선수는 300명 남짓이 전부다. 최지나는 “우리가 2개월에 한 번 대회를 치른다면 태국은 2주에 한 번 대회를 한다. 사실 선수 숫자를 비교하는 것조차 무의미하다. 태국은 가정집마다 세팍타크로 코트가 있을 정도로 인프라 수준이 다르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국내의 관심은 조금씩 움트고 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역시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을지라도 국가를 대표해 헌신하는 선수들”이라며 지원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최지나는 마지막으로 작은 소망을 전했다. “경기장을 한 번 찾아주시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의 사기는 크게 오릅니다. 사실 대회에 나서면 ‘대~한민국’을 외치는 응원 소리를 듣기가 쉽지 않거든요. 앞으로 세팍타크로 경기가 열릴 때 한 번쯤은 지켜봐 주시고, 따뜻한 응원 한 번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나고야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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