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하라더니 조마카세?‥조희대 대법원장의 수상한 업무추진비 [국회M부스]

장슬기 seul@mbc.co.kr 2026. 9. 2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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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의 독립성과 공정성, 청렴성과 국민의 신뢰는 언제나 보호돼야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주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에서 사법부의 '독립'을 강조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2023년 12월 취임한 이후 약 2년 9개월간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모두 2억 6천여만 원입니다.

조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기록처럼 '혹시 1인당 가격을 더 낮게 조정할 수 있느냐'고도 물었는데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고, 코스를 주문하지 않고 단품만 주문하는 건 어렵다는 답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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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의 독립성과 공정성, 청렴성과 국민의 신뢰는 언제나 보호돼야 한다." Judicial independence, fairness, integrity, and public trust must always be protected.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주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에서 사법부의 '독립'을 강조했습니다. 대법관 재제청 거부 의사를 밝히기 나흘 전이라 청와대의 압박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날 조 대법원장은 '독립'뿐 아니라 '공정'과 '청렴'도 함께 강조합니다. 언론에서 번역을 '청렴성'이라고 번역했지만 조 대법원장이 실제로 언급한 integrity는 사실 더 넓은 뜻입니다. 흠 없이 온전한 상태, 그러니까 '무결성'에 가까운데요. MBC가 입수한 조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은 조 대법원장이 강조한 '청렴성'의 조건을 충족한 것일까요?

■ 조희대 업무추진비 2억 6천만 원 최초 공개‥대법원·공관 근처 레스토랑 주로 이용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2023년 12월 취임한 이후 약 2년 9개월간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모두 2억 6천여만 원입니다. 사용 내역을 살펴보니 대법원과 한남동 공관 근처의 유명 레스토랑을 주로 이용했습니다.

지난해 대법원은 국정감사에서 '회의명과 일시, 장소, 참석인원 등 업무추진비 상세내역을 공개하라'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요구에도 대략적인 회의 이름과 총액만을 공개해 비판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다른 기관의 업무추진비 상세 내역은 공개하라는 판결을 해놓고 말이죠.

결국 1년 만에 조희대 대법원장의 업추비 상세내역을 제출한 건데, 살펴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1인당 5~20만 원 정도의 코스요리만 이용할 수 있는 식당에서도 한 사람당 5만 원을 사용한 것처럼 등록했다는 겁니다. 중식당에서 한 사람당 8천 원을 썼다고 기록된 건도 있었는데, 확인해 보니 이곳은 짜장면 한 그릇에 1만 7천 원이었습니다.

■ 1인에 최대 20만 원인데 기록은 2만 9천 원‥어디를 가도 "인원 뻥튀기" 의혹

조 대법원장이 가장 자주 찾은 곳은 대법원에서 약 1km 떨어진 한 프라이빗 레스토랑입니다. 최소 10명에서 최대 38명까지 한 번에 식사했다고 기록된 이곳은 취재진이 가보니 식당 전체가 룸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38명 예약이 가능하냐' 물었더니 '가장 큰 룸은 19명까지 수용 가능하고 서로 각자 다른 룸에서 식사하더라도 최대 33명까지만 수용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1인당 약 3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도 의아합니다. 식당을 직접 방문해 문의한 결과, 가장 저렴한 런치 코스는 4만 8천 원이었고 가장 비싼 런치 코스는 7만 8천 원이었습니다. 31명이 방문했다고 기록된 조 대법원장의 2026년 3월 사용분은, 12명이 7만 8천 원짜리 런치코스를 먹으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금액(93만 6천 원)입니다.

반포동의 한정식집 기록도 비슷합니다. 이곳은 미쉘린 가이드에 선정된 맛집이기도 한데요. 예약을 문의해 봤더니 1인 런치 금액은 6만 5천 원이고 떡갈비나 간장게장을 추가하면 1인당 8만 원이라고 답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기록처럼 '혹시 1인당 가격을 더 낮게 조정할 수 있느냐'고도 물었는데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고, 코스를 주문하지 않고 단품만 주문하는 건 어렵다는 답도 들었습니다. 지난해 7월 만찬은 28명이 이용했다고 되어있었는데, 식당 측은 가장 큰 룸에 22명까지만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의 또 다른 단골 식당인 서래마을의 한 스시 오마카세 식당 결제 내역에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납니다. 조 대법원장은 여기서 6명부터 25명까지 다양한 규모로 오찬을 했는데, 기록에는 1인당 가격이 2만 8천 원에서 14만 원까지로 다양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식당은 오마카세만 주문할 수 있고, 점심에 가장 저렴한 오마카세 코스 가격이 7만 5천 원(2025년까지는 7만 원)입니다. 7만 원이나 7만 5천 원으로 결제금액을 나누면 8명, 12명, 10명 등으로 딱딱 떨어지는데 인원을 3배까지 부풀려 적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혹시 몰라서 식당에 '1인당 단가를 낮춰서 메뉴를 구성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식당 측은 "가격 조정은 불가능하나 영수증에 1인당 가격을 조정해 줄 순 있다"고 답했습니다.

사진 출처: 캐치테이블 리뷰

'인원 부풀리기' 의혹은 대법원 근처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오찬과 만찬 기록에서도 나타납니다.

세 차례 모두 30명 넘는 인원들이 식사했다고 기록돼 있는데, 이곳 역시 점심과 저녁 모두 코스만 제공합니다. 지금은 상호를 바꾸고 옆 건물에서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당시 남아 있는 기록을 보면 런치 코스는 6만 3천 원, 디너 코스는 13만 원 단품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인원을 2배 가까이 부풀린 셈이 되는 거죠.

이런 패턴은 5성급 호텔 기록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조 대법원장은 서울 소공동 소재 호텔 중식당서 1인당 8만 3천 원, 을지로에 있는 호텔 중식당서 7만 4천 원 등으로 생각보다 저렴한 만찬을 즐겼는데요. 이곳의 저녁 코스 요리는 18만 원대부터 시작합니다.

물론 룸을 이용하지 않고, 다른 손님들과 함께 홀을 이용해 단품만 이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진 못합니다. 다만 문의해 보니 홀의 테이블이 크지 않아, 10명이 이용하려면 3~4개 테이블에 나눠 앉아야 한다고 합니다.

■ 인원 부풀려 '청탁금지법 기준' 맞춘 정황‥"단순 오기"

모든 업추비 기록에서 '인원 뻥튀기'가 있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결국 참석 인원을 실제보다 늘려 적어 1인당 집행액을 낮춰 처리한 정황이 드러난 셈입니다. 조 대법원장이 서울에서 방문한 식당의 1인당 결제금액의 분포를 모아봤더니, 3만 원대와 5만 원 대가 각각 22.5%로 가장 많았고, 3분의 2가 모두 5만 원 이하였습니다.

조 대법원장이 자주 방문했던 레스토랑의 1인당 금액이 5~10만 원 사이인 것을 고려하면 많은 경우 인원을 2배~3배 정도 부풀린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금액도 공교롭게 청탁금지법에서 규정하는 '3만 원', '5만 원' 기준입니다.

청탁금지법 ③ 제10조의 외부강의 등에 관한 사례금 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금품 등의 경우에는 제1항 또는 제2항에서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 등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1.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 등이나 파견 공직자 등에게 지급하거나 상급 공직자 등이 위로ㆍ격려ㆍ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

그런데 법원행정처에서 준용하고 있는 기획예산처의 업무추진비 사용 지침에는, 식사 비용으로 사용할 경우 1인당 금액이 제한되어 있진 않았습니다. 소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에서도 상급 공직자 등이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은 가액 제한 자체를 적용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기록을 조작할 이유까지는 없었는데도 굳이 인원수를 늘려 적은 이유는 뭘까요?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실무자의 실수에 의한 단순 오기"라는 해명을 보내왔습니다.

■ 이마트에서 2백만 원어치 와인은 왜 샀나‥"규정 위반 아니야"

법원행정처는 올해 8월, 지난 2022∼2025년까지 업무추진비에서 1억여 원에 달하는 와인을 구매하면서 사용 용도를 명확히 하지 않아 감사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었죠.

조 대법원장 업무추진비를 보면 올해 1월과 2월 공관 근처 이마트에서 2백만 원어치, 와인 43병을 구매한 기록도 나옵니다.

기록을 살펴보니 법조팀장 간담회, 인공지능위원회 만찬, 정년퇴임 대법관 만찬간담회, 전입 서기관 이상 만찬 간담회 등에 사용할 와인을 구매한 것이었습니다.

업무추진비 사용지침 中 ㅇ 주류구매 및 주류판매를 주목적으로 하는 업종 사용은 지양해야 한다.   - 공식행사 등 특별한 경우에는 예외를 허용하되, 전통주(전통주산업진흥법) 구매를 우선 고려한다.

기획예산처 지침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로 공식행사 등 특별한 경우에는 주류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규정 위반은 아니라고 하지만 1억여 원 대 와인 구매가 용도 불분명으로 지적된 것과 별개로, 올해 초에도 같은 방식의 구매가 이어지고 있었다는 건 개선해야 할 대목입니다.

이와 관련해 법원행정처는 "공식행사에 사용한 것으로 규정과 지침에 위반한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을 보내왔습니다. 또 "전통주를 우선 고려하라고 하긴 했지만, 와인을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 실무자 실수라지만‥800원에도 엄격하던 법원의 잣대는 어디에?

MBC의 조 대법원장 업추비 보도와 대법관 재제청 거부 국면이 맞물리면서, 여권은 '조마카세'라는 신조어를 써가며 조 대법원장의 업추비 비판 논평을 5건이나 쏟아냈습니다. "조마카세가 따로 있는 거냐", "업무추진비 의혹에는 침묵하면서 헌법 해석에는 이틀 연속 입장문을 내느냐" 등 여권은 연일 조 대법원장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거부 관련 입장문만 냈을 뿐, 업추비 인원 부풀리기 의혹에는 침묵하고 있는데요. 재제청 요구에는 '독재'라며 목소리를 높여온 국민의힘도 조 대법원장의 업추비 논란에 대해서만큼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인원 부풀리기가 뭐 그리 대수냐'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버스 기사를 해임해도 정당하다던 법원. 초코파이 하나 때문에 절도범으로 기소해 유죄를 선고했던 검찰과 법원.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엄격했던 그 잣대가, 정작 사법부 수장의 밥값 앞에서는 어디로 갔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로 며칠 전, 사법의 독립성과 공정성, 그리고 청렴성(integrity)을 '나란히' 강조했던 조희대 대법원장. 그 integrity를 스스로는 지켰습니까?

장슬기 기자(seul@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854061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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