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증여세 대신 받은 주식‥캠코가 10년간 930억 날렸다

남효정 hjhj@mbc.co.kr 2026. 9. 2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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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 회장이 사망한 뒤, 김 회장의 두 딸과 배우자는 10조 원가량의 유산을 상속받았습니다.

재정경제부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캠코'에 주식으로 납부된 상속세의 관리를 맡기는데요.

왜 캠코는 700억 원 가까이 되는 주식을 모두 잃었을까요? 단 한 번도 코스닥 시장에 주식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부동산 업체는 2020년에 24억 4천만 원어치 상속세를 주식으로 냈는데, 캠코는 2년 만에 단 39.1%의 수익률만 건지고 9억 5천만 원에 주식을 팔아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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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속세를 현금 대신 회사 주식으로 낸다고?

지난 2022년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 회장이 사망한 뒤, 김 회장의 두 딸과 배우자는 10조 원가량의 유산을 상속받았습니다. 상속세는 6조 원에 달했는데요. 김 회장의 유족은 6조 원을 모두 현금으로 낼 여력이 안 돼, 4조 7천억 원을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 주식으로 냈습니다.

이처럼 기업인이 재산을 상속할 때 상속세를 현금으로 내기 어려운 경우, 정부는 주식으로도 받아주는데요. 물론 항상 해주는 건 아닙니다. 상속세가 2천만 원 이상이어야 하고, 부동산이나 주식·채권 등이 물려받는 상속재산의 절반을 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재정경제부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캠코'에 주식으로 납부된 상속세의 관리를 맡기는데요. 캠코가 주식을 팔아 현금화하면 이는 고스란히 국고로 귀속됩니다. 캠코가 만약 관리하던 주식을 손해를 보고 팔게 된다면, 사실상 세수가 증발하는 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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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견기업 주식 697억 원 받았다가 4년 뒤 '0원'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SSCP라는 코스닥 상장기업의 주식이었는데요. SSCP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에 디스플레이용 핵심 소재를 납품하던 건실한 중견기업이었습니다. 2008년, 창업주의 아들이 재산을 물려받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증여세 697억 원을 자사 주식 217만 주로 냈습니다. 현재는 상속세만 가능하지만 2015년까지는 증여세도 주식물납이 가능했습니다.

캠코는 이 주식을 팔아서 현금화하면 되는 거였죠. 그런데 4년 뒤인 2012년 9월, 회사가 부도가 납니다. 캠코는 697억 원을 모두 잃었고, 배당금 1억 원만 겨우 챙길 수 있었습니다.

왜 캠코는 700억 원 가까이 되는 주식을 모두 잃었을까요? 단 한 번도 코스닥 시장에 주식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캠코는 '애초 물납 받았던 주식 가치보다 떨어진 값에 팔면 손해를 보기 때문에 그동안 한 번도 팔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부도가 나기 다섯 달 전부터 외국계 투자회사 모건스탠리는 SSCP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했고, 7월쯤엔 보유주식 비중을 4%까지 낮췄습니다.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부도가 나기 한두 달 전부터 SSCP 주식을 대거 매도하면서 손실을 피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캠코는 가만히 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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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코 관리 부실로 10년간 930억 세수 손실

이러한 사례는 SSCP뿐만이 아니었습니다. MBC가 국회 정무위원회 김용만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을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캠코가 10년 동안 단 한 푼도 건지지 못했던 세금이 929억 4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캠코는 이 기간 동안 총 23건을 '손상차손', 즉 손실 비용으로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이 중 SSCP를 포함한 8건은 입찰 한 번 붙여보지도 못하고 회사들이 파산하는 바람에 캠코가 한 푼도 못 건진 걸로 나타났습니다. 캠코는 상장증권이라서 공매를 붙이지 않았다(SSCP의 사례)거나, 주식을 물납받은 지 2년 만에 회사가 폐업해서 못 했다는 등의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캠코는 2024년 들어 이 23건의 손실 처리를 한꺼번에 했는데요. 2023년 말, '파산한 법인의 발행증권은 폐기할 수 있다'는 기준이 세워진 게 계기가 됐습니다. 만약 이 기준이 없었더라면 더 오랫동안 손실 처리조차 되지 않고 있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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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긴 팔았는데‥수익률이 0.01%?

전액손실은 아니었지만,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팔린 주식도 있었습니다. 한 종합건설사는 2008년 2월에 37억 6천만 원어치 주식을 세금으로 냈는데요. 캠코는 이를 현금화하기 위해 공매에 부쳤지만 14번 유찰됐습니다. 이 회사 주식은 18년 만인 작년에 40만 원에 팔렸습니다. 37억 6천만 원의 세금이 국고로 들어갔어야 하는데, 고작 40만 원이 남았던 거죠. 수익률은 1%도 안 되는 0.01%였습니다. 캠코는 "해당 건설사의 주식을 받자마자 그 회사의 경영이 악화하면서 1년 만에 회생절차를 개시했고, 무상감자로 주식 수가 7천 주에서 6주로 줄어들었다"며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팔게 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부동산 업체는 2020년에 24억 4천만 원어치 상속세를 주식으로 냈는데, 캠코는 2년 만에 단 39.1%의 수익률만 건지고 9억 5천만 원에 주식을 팔아버렸습니다. 그것도 해당 업체의 지분을 이미 많이 가진 대주주 회사에 파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세금을 깎아준 효과를 냈습니다. 캠코는 "해당 업체가 주식을 물납한 뒤 세무서에서 요청이 와 1년 반 동안 매각을 보류했는데, 그 사이 업체의 매출이 급감해 평가금액이 대폭 하락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부동산 업체처럼 세금 대신 주식을 대납한 회사나 관계사가 주식을 되사간 일이 지난 5년간 심심치 않게 있었는데요. 캠코가 관리하던 주식의 매각대금 총 1조 4천7백억 원 중, 95%에 해당하는 1조 4천억 원을 발행회사나 관계사가 사간 걸로 확인됐습니다.

위 두 사례를 포함해 지난 5년 동안 캠코가 팔아서 처분한 주식이 66건이 있었는데요. 그중에 34건은 수익률이 100% 아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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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사자·관계자에게 다시 싸게 팔기, 조세 정의에 맞는가?

캠코에 위탁 업무를 맡긴 재정경제부는 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해명합니다.

1%도 안 되는 수익률에 주식을 넘긴 사례가 엄연히 있는 건 사실이지만 "최근 5년간 매각된 주식 낙찰가율을 평균 내보면 107%를 넘는다"고 했는데요. 또 "물납증권은 '누가 매수했는지'보다 '국가가 물납금액을 온전히 회수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발행회사나 관계자가 주식을 다시 사가도 상관없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애초에 곧 고꾸라질 회사 주식을 왜 세금 대신 받아줬을까요. 18년 동안 안 팔려 현금화가 어려운 주식을 말이죠. 주식 발행사나 관계사가 싼값에 다시 사 가면 상속자는 결과적으로 원래 내야 할 세금보다 훨씬 적은 돈만 내면 되는 건데, 이건 조세 정의에 맞는 걸까요? 상속은 엄연히 개인에게 돌아가는 재산인데요. 이때 발생하는 상속세를 회사 주식으로 대신 낼 수 있게 하려면, 더욱 엄격한 기준이 필요해 보입니다.

해당 사안에 대해 김용만 의원은 "제대로 관리할 역량도 없으면서 세금 대신 주식을 받아주는 구조적 모순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캠코가 방만한 관리를 하도록 내버려둔 재경부의 방조도 문제라며, "물납제도가 부자 특혜로 악용되기 전에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남효정 기자(hjhj@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6/econo/article/6854046_369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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