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사철 무색한 전월세 ‘품귀’… 중개업소 유리창엔 ‘매물 접수 환영’

유진주 2026. 9. 2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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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천가구 단지에 3~4개가 전부”
인천 전셋값 주간 상승률 전국 1위
‘월세 88만원’ 매달 최고치 경신

23일 오전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부동산 밀집 상가. 부동산 유리창에 매물 안내가 아닌 ‘매물 접수 환영’ 문구가 적힌 종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26.9.23 /유진주 기자 yoopearl@kyeongin.com

지난 23일 오전 11시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 한 상가 건물. 이 일대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품은 9천여가구 대단지 아파트 밀집 지역이라서 상가 1층에는 공인중개사무소들이 줄지어 자리하고 있었다. 매매·전세·임대 등 부동산 정보로 빽빽해야 할 공인중개사무소 유리창 안내판에는 ‘매물 접수 상담 환영’ 등의 문구들이 붙어 있었다.

이날 만난 공인중개사들은 하나같이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됐지만 전·월세 매물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전세는 ‘실종’·월세는 ‘폭등’

한 공인중개사는 “불과 3~4개월 전만 해도 130만원 선이던 26~30평대 아파트 월세가 지금은 150만~160만원으로 올랐고, 전세도 5천만원~1억원가량 뛰었다”며 “인근 9천 가구 중 지금 나온 전세 매물은 겨우 3~4개 수준이라 세입자가 조건을 따져 골라갈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23일 오전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부동산 밀집 상가. 부동산 유리창에 매물 안내가 아닌 ‘매물 접수 환영’ 문구가 적힌 종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26.9.23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직장이나 자녀 학교 등으로 주거지를 쉽사리 옮기기 어려운 임차인들은 임대인이 올려 제시한 전세 보증금이나 월세 등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 7월 초부터 주변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다는 한 세입자는 “7월 초 3억 5천만원이던 전세 매물이 8월에는 4억원, 현재는 5억원까지 올랐다”며 “가격 등 조건이 맞는 집을 구하지 못해 두 달 넘게 이사를 못 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극심한 전·월세 매물난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14일 기준)을 보면, 인천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16% 오르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인천 주택 평균 월세가격 역시 88만원으로, 지난해 12월 85만원을 넘어선 이후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래픽/박주우기자 neojo@kyeongin.com


부동산 업계는 집주인들의 실거주 전환에 따른 전월세 물량 감소와 기존 세입자들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등으로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세입자들의 체감 주거비 부담도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명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인천시회장은 “시장에 전세 매물이 없다 보니 이사할 이유가 없는 기존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며 “이로 인해 시장에 신규 전세 매물이 더 나오지 않고, 전세금이 오르자 세입자들이 월세로 밀려나면서 월세까지 치솟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인위적인 규제보다 시장 수급을 맞춰주는 공급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진주 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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