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에 산 구호가 강남 빌딩으로…숭구리당당 김정렬의 반전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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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대한민국을 뒤흔든 개그맨 김정렬의 행보는 가벼운 유행어의 히트를 넘어선다.
1987년 MBC '청춘만만세' 코너 출연을 앞두고 도사 캐릭터의 멘트를 고민하던 그는, 동료 개그맨 조정현이 축구 경기 응원구호로 쓰던 구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 시절의 물가를 고려할 때 결코 적지 않은 액수였지만, 그 5만원짜리 투자는 김정렬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꾸었다.
5만원을 주고 구호를 사들인 감각적인 안목, 토지의 한계를 깨닫고 상업용 건물로 눈을 돌린 전략적 유연성, 그리고 텍사스 공인중개사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자산을 지켜낸 치열함이 모여 오늘날의 강남 건물주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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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의 물가를 고려할 때 결코 적지 않은 액수였지만, 그 5만원짜리 투자는 김정렬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꾸었다. 구호를 사들인 것에 그치지 않고, 나이트클럽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남자의 동작을 관찰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슬랩스틱 춤으로 재탄생시켰다. 하체에 아령을 매달고 피나는 연습을 거듭한 끝에 완성된 이 동작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온 국민이 따라 하는 메가 히트 개그로 등극했다. 한 시대의 아이콘이 된 이 춤은 이후 그에게 평생을 지탱할 수 있는 강력한 경제적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숭구리당당’으로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김정렬에게 또 한 번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사회적으로 큰 유행을 끌었던 자동응답시스템(ARS) 유료 전화 운세 서비스 업체가 그에게 점을 보는 책의 내용을 목소리로 녹음해 달라고 제안했다.

현금 흐름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과감하게 토지를 처분하고 서울 신월동에 첫 번째 건물을 매입했다. 이때부터 그의 자산 증식 방식은 크게 진화했다. 건물을 매입해 임대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가치가 오른 건물을 매각하고 그 대금을 더 우수한 입지의 자산에 재투자하는 방식을 반복했다. 건물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겪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치밀한 분석을 거듭한 결과, 마침내 대한민국 부의 중심지인 서울 강남에 건물을 보유한 건물주 반열에 올랐다. 단순히 운으로 벌어들인 돈을 지킨 것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읽고 자산의 체급을 순차적으로 끌어올린 성과였다.
김정렬이 부동산 시장에서 이처럼 탁월한 안목을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엄격한 자기관리와 공부가 자리 잡고 있다. 그는 과거 방송 활동 중에도 미국 텍사스주의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해 화제를 모았다. 영어 회화 능력은 물론이고, 까다롭고 복잡한 현지 부동산 법률 용어까지 완벽하게 소화해야만 통과할 수 있는 시험이었다.

아버지를 여읜 어린 시절의 아픔과 군 복무 중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친형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수십 년간 외로운 싸움을 견뎌낸 시간들은 그에게 남다른 무게감을 안겨주었다. 시련 속에서도 비뚤어지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가족을 건사해 온 삶의 궤적은 그의 해학적인 춤사위 이면에 감춰진 단단한 내면을 증명한다.

김수진 기자 s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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