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가족도 서울인데'…공공기관 15만명 지방 이전 '발칵'

김성훈 기자 2026. 9. 25. 04:03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직원들 못 따라간다'...산업은행 퇴사자 급증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지방 이전을 앞두고 술렁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수도권에 남아 있는 공공기관의 '서울 잔류 제로'를 추진하면서 20년 가까이 이어진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이번 2차 공공기관 이전은 1차 때보다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는 연내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2027년부터 이전에 착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서울에 남는 기관 제로'…350여 곳 대상

논란이 다시 불붙은 것은 정부의 이전 방침이 구체화되면서부터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서울에 남는 공공기관이 없도록 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 남아 있는 약 350개 공공기관이 사실상 2차 이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번 이전의 이주 수요는 약 15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의 두 배 수준입니다.

다만 정부 내부에서도 대상 기관을 둘러싼 조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8월 25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됐던 금융위원회 등 행정기관 이전 안건이 막판에 빠졌습니다. 노조 등의 반발이 커지면서 정부가 이전 대상 기관을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도권 일극 깨야'…지방은 벌써 유치전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무엇보다 국가균형발전 효과를 강조합니다.

사람과 자본, 공공기관이 수도권에 집중된 구조를 깨고 지방에 새로운 성장 거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들도 벌써 유치전에 뛰어들었습니다.

부산은 금융 관련 공공기관을 비롯해 이전 대상 기관 유치에 나섰고, 대구 역시 IBK기업은행을 포함한 34개 기관 유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주요 근거입니다.

부산시 산하 부산연구원은 2022년 보고서에서 산업은행 본사 인원의 절반이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약 2조4천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3만6천 명의 취업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공공기관 하나가 이전하는 것만으로도 지역의 일자리와 상권, 주거 수요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이번 2차 이전은 1차 때처럼 공공기관을 여러 지역에 나눠 배치하기보다는 연관 기관을 특정 지역에 모으는 ‘집적’ 방식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지역의 기존 산업과 공공기관을 연계해 산업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구상입니다.

'직원들은 못 따라간다'…산업은행 퇴사자 급증

하지만 직원들의 반발도 거셉니다.

가장 큰 쟁점은 핵심 인력의 이탈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산업은행입니다.

산업은행 노조 집계에 따르면 부산 이전 공약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전인 2021년 연간 퇴사자는 46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전 추진이 본격화된 2022년에는 97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2023년에도 87명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실무를 담당하는 대리급과 과장·차장급 퇴사자가 상당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이전이 이뤄지기도 전에 이전 논의만으로 핵심 인력이 빠져나갔다는 주장입니다.

1차 이전도 인력 이탈…"생활 기반 이전은 한계"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1차 이전 대상 기관의 자발적 퇴사율은 이전 전 2.66%에서 이전 후 3.11%로 높아졌습니다.

부산으로 이전한 한국예탁결제원의 경우 자발적 퇴사율이 1.32%에서 7.72%로 크게 상승했습니다.

직원들의 생활 기반을 지방으로 옮기는 문제도 과제로 남았습니다.

1차 이전 이후 수도권 통근버스를 운영한 기관은 105곳 가운데 60곳에 달했고, 관련 예산도 약 2천억 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현재는 수도권 통근버스 운행이 사실상 중단됐지만, 상당수 직원이 한동안 수도권에 생활 기반을 둔 채 장거리 출퇴근을 이어갔습니다.

기관의 주소를 지방으로 옮기는 것과 직원들의 삶의 터전까지 이전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던 셈입니다.

결국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표와 ‘인력 이탈 및 직원 생활권’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맞부딪히는 사안입니다.

정부의 기본계획은 이르면 오는 10~11월께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어떤 기관이 어느 지역으로 이전하느냐에 따라 해당 지역의 일자리와 상권은 물론 주택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지역이 공개되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됩니다.

당신의 제보가 뉴스로 만들어집니다.SBS Biz는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홈페이지 = https://url.kr/9pghjn

저작권자 SBS미디어넷 & SBS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SBS Bi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