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 도미노 상승’, 세계경제 폭풍 전야… 2008년 금융위기 데자뷔

강현철 2026. 9. 2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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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시장이 거대한 '고금리 쓰나미' 앞에 직면했다. 미·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폭등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장기 국채 금리가 수십 년 만의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채권 투매(매도세)가 확산하고 있다.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대출·채권 금리의 기준이 되는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장중 연 5.44%를 돌파하며 2004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가와 국제금융기구(IMF) 등에서는 이번 도미노 금리 인상이 세계 경제의 '약한 고리'를 타격해 연쇄 부도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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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 [연합뉴스 자료 사진]


- 美 30년물 2004년 이후 최고…‘고금리 쓰나미’ 전방위 확산

- 日 30년·獨 17년 만에 최고 수준…“시장 익숙하지 않은 영역 진입”

- 중동 발 유가 폭등에 매파 연준 가세, 신흥국·한계기업 ‘비명’

- “연준이 무언가 부러뜨릴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 월가 공포감 최고조

세계 금융시장이 거대한 ‘고금리 쓰나미’ 앞에 직면했다. 미·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폭등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장기 국채 금리가 수십 년 만의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채권 투매(매도세)가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데자뷔를 경고하며, 세계경제가 ‘폭풍 전야’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치솟는 글로벌 금리… 2000년대 이후 최고치 경신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대출·채권 금리의 기준이 되는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장중 연 5.44%를 돌파하며 2004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5.15%를 넘어서며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수준으로 치솟았다.

문제는 이 같은 금리 폭등이 미국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랜 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며 글로벌 자금(엔캐리 자금)의 젖줄 역할을 했던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3.15%를 돌파하며 1996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유럽의 경제 대국 독일의 10년물 금리도 3.59%까지 치솟아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야말로 전 세계가 ‘도미노 금리 상승’의 늪에 빠진 형국이다.

이처럼 글로벌 채권 가격이 폭락(채권 금리 급등)하는 배경에는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재점화가 자리 잡고 있다. 중동 분쟁이 격화되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6달러 선을 넘어서자,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준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기조가 더욱 거칠어졌다. 시장에서는 당장 다가오는 10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확률을 70% 이상으로 반영하고 있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가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추가적인 정책 조정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데 이어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런던의 한 행사에서 “연내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 폭탄까지 겹치며 채권 수급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마이크 샌더스 매디슨 인베스트먼츠 채권 부문 대표는 “재정과 경제, 지정학, 인플레이션 압력이 동시에 겹치면서 채권시장이 익숙하지 않은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다”며 “최근 금리 상승을 단순히 재정적자 우려만으로 설명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가장 약한 고리부터 터진다”… 신흥국·부채 가계 ‘초비상’

월가와 국제금융기구(IMF) 등에서는 이번 도미노 금리 인상이 세계 경제의 ‘약한 고리’를 타격해 연쇄 부도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장 먼저 비명이 터져 나오는 곳은 신흥국들이다. 미 국채 금리가 치솟아 투자매력이 높아지자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미국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통화 가치 폭락과 고금리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남미와 아프리카 등의 취약국들은 달러화 표시 부채를 갚지 못해 ‘연쇄 디폴트(국가 부도)’ 위기로 내몰리는 중이다.

여기에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여파로 초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전 세계 자산에 투자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마저 급격히 청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나스닥 빅테크 등 글로벌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도 극심한 변동성에 노출됐다.

실물 경제도 얼어붙고 있다. 미국의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7%를 돌파하면서 가계의 주거비 부담이 한계치에 달했다. 국내 역시 한국은행이 한·미 금리 격차와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인상하며 3.00%대 고지를 밟자,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한계기업들의 이자 폭탄 비명이 현실화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재현될까

전문가들은 지금의 국면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과 매우 유사하다고 경고한다. 당시에도 연준은 저금리로 가열된 부동산 버블을 잡기 위해 2004년부터 2년여간 기준금리를 1.0%에서 5.25%까지 급격히 올렸고, 이는 결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과 리먼 브라더스 파산이라는 파국으로 이어졌다.

월가에서는 “연준은 무언가 부러뜨릴 때까지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는다”는 격언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팬데믹 시기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자산 거품을 만들었고, 이제 이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부동산이나 고부채 금융기관 중 어디가 먼저 터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다만 기술주 중심의 대규모 AI(인공지능) 투자가 기업들의 생산성을 방어하며 과거와 같은 전면적인 붕괴 대신, 국가와 산업별 체급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는 ‘극심한 차별화 침체’가 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폭풍 전야의 세계 경제 속에서 한국 경제와 금융당국의 정교한 리스크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강현철 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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