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노호' 3-0 승리보다 반가운 변화, 대표팀에 찾아온 소통과 유연성 [이영규의 비욘더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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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은 단순한 신임 감독의 데뷔전 이상이었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0 승리라는 결과와 함께, 이전 대표팀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소통과 경기 운영의 문제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도자의 명확한 메시지, 선수들의 뛰어난 흡수력, 그리고 그 간격을 메운 뜨거운 소통이 만든 이 첫 경기는 모레노호가 앞으로 써 내려갈 새로운 희망의 확실한 복선이 되기에 충분했다.
결국 첫 경기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3-0이라는 스코어보다 감독의 생각이 선수들에게 전달되고, 선수들이 그것을 경기장에서 실행하려는 과정이 비교적 선명하게 보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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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준비 기간에도 선명하게 드러난 전술적 유연성
홍명보호 그림자 걷어낸 선수와의 소통과 실용으로 연 대표팀 '새 시대'

[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은 단순한 신임 감독의 데뷔전 이상이었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0 승리라는 결과와 함께, 이전 대표팀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소통과 경기 운영의 문제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짧은 준비 기간에도 뚜렷한 전술적 색채와 선수 활용의 유연성을 보여주며 대표팀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날 대표팀의 라인업은 변주가 컸다. 이강인, 황인범, 백승호 등 그간 중원을 책임지던 핵심 자원들이 빠진 대신 송민규, 정승원, 박진섭이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인적 구성의 변화보다 눈에 띈 것은 경기장 위에 구현된 전술적 색채였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전방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세컨드볼 싸움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볼을 빼앗긴 뒤에도 쉽게 물러서지 않고 주변 선수들이 빠르게 압박에 가담하면서 상대의 공격 전개를 끊어냈다. 여기에 빠른 패스와 선수 간 위치 교환이 더해지면서 이전과는 다른 경기 템포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대목은 공수 전환의 속도였다. 볼을 빼앗긴 직후 섣불리 물러서지 않고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다시 볼을 빼앗아 공격으로 전환하는 매우 적극적인 움직임이 돋보였다. 좁은 공간을 뚫어내는 속도감 있는 패스 작업은 그동안 무기력했던 대표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더팩트ㅣ수원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평가전이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손흥민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25/THEFACT/20260925000152009ymvy.jpg)
선수 개개인의 변화도 눈부셨다. 특히 오른쪽 측면 풀백 설영우의 변모가 돋보였다. 이전 홍명보호 시절 과도한 전방 침투 후 빠른 백업이 이뤄지지 않아 오른쪽 수비 공간에 빈틈을 내주곤 했던 설영우는, 이날 과감한 침투는 물론 강하게 전방을 압박하고 빠르게 수비위치를 회복하는 전천후 활약을 펼쳐 보였다.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완벽히 잡으며 대표팀의 우측 라인을 단단히 지켜낸 장면은 달라진 대표팀의 일면을 잘 보여준다.
비록 소집 후 함께 손발을 맞춘 훈련 시간이 고작 하루이틀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전술적 완성도는 더욱 놀랍다. 모레노 감독이 부임 직후 선수들과 1대1 면담을 진행하며 자신의 축구 철학과 각자의 역할을 설명한 것도 이런 빠른 적응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지도자와 선수 간의 짧지만 밀도 높은 소통이 선수들의 현장 혼선을 줄였고, 감독의 의중을 빠르게 흡수한 선수단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그라운드 위에서 일목요연하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이전 대표팀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됐던 소통의 문제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물론 아직 채워야 할 숙제도 존재한다. 왼쪽 측면에서 윙어 송민규와 포워드 손흥민의 연계 플레이가 자주 시도되며 가능성을 보였으나, 여전히 완벽한 호흡이라 보기엔 다소 미흡했다.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단 정승원 역시 긴장한 탓인지 슈팅 시 힘조절에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경기 내용을 완벽히 지배하고도 전반전을 득점 없이 마친 점은 향후 더 세밀한 공격 패턴 설계와 약속된 플레이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더팩트ㅣ수원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평가전이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이동경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25/THEFACT/20260925000153261gtbf.jpg)
그러나 후반전에 폭발한 3골의 득점 과정은 전반의 아쉬움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김민재의 절묘한 후방 패스를 송민규가 살짝 흘려주며 흐름을 살렸고, 이를 오현규가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날카로운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어 손흥민의 환상적인 프리킥 골이 터지며 분위기를 압도했다. 용병술의 하이라이트는 후반 40분이었다. 손흥민과 교체되어 들어간 이동경은 투입 단 1분 만에 김봉수의 패스를 받아 박스 정면에서 침착한 왼발 슛으로 쐐기골을 터뜨렸다. 이동경을 미드필더 역할에만 묶어두지 않고 공격적으로 활용한 모레노 감독의 선수 활용이 적중한 순간이었다. 이는 특정 선수나 정형화된 틀에 갇혀 있던 과거의 폐쇄적 운영 정책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전술적 완성도와 3-0이라는 결과물을 차치하더라도, 짧은 시간 안에 감독과 선수단이 만들어낸 화학적 결합과 유연한 전술적 색깔은 더없이 긍정적이다. 지도자의 명확한 메시지, 선수들의 뛰어난 흡수력, 그리고 그 간격을 메운 뜨거운 소통이 만든 이 첫 경기는 모레노호가 앞으로 써 내려갈 새로운 희망의 확실한 복선이 되기에 충분했다.
물론, 한 경기로 새로운 시대를 단정할 수는 없다. 아직 손발을 맞춰야 할 선수도 많고, 상대와 경기 상황에 따라 전술적 대응력을 확인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첫 경기에서 확인된 변화는 분명했다. 모레노 감독은 선발 11명에만 의존하지 않고 후반 20분 이후 황희찬, 김태현, 이태석, 김봉수, 조위제, 김진수, 오세훈, 이동경 등을 차례로 투입하며 다양한 조합을 실험했다. 이날 출전하지 않은 이강인과 황인범 등 기존 핵심 자원까지 가세한다면 대표팀의 전술적 선택지는 더욱 넓어질 수 있다.
결국 첫 경기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3-0이라는 스코어보다 감독의 생각이 선수들에게 전달되고, 선수들이 그것을 경기장에서 실행하려는 과정이 비교적 선명하게 보였다는 점이다. 홍명보호에서 팬들이 답답하게 느꼈던 것은 단순히 승패나 경기력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무엇을 하려는지,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소통의 부족도 적지 않았다. 모레노호의 첫걸음은 바로 그 지점에서 다른 출발을 보여줬다.
이날 경기는 변화의 방향을 보여주는 첫 장면으로는 충분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첫걸음에서 확인된 소통과 유연성을 일관된 경기력과 대표팀의 문화로 이어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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