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장부상 착시’ 낀 저PBR…정부 주먹구구식 꼬리표 주의보

이건엄 2026. 9. 2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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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6년09월24일 18시05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정부가 저평가 상장사에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꼬리표를 붙이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질적 분석 없는 일괄 분류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순자산 증가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이 경우의 PBR 하락을 저평가 신호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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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저평가 상장사 명단 공개…질적 분석 없는 일괄 분류 우려
자산재평가로 순자산 불린 기업…현금 유입 없어 주주환원 여력 한계
“PBR 숫자보다 현금창출력·자본효율성 따져야…잘못된 판단 가능성”
이 기사는 2026년09월24일 18시05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정부가 저평가 상장사에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꼬리표를 붙이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질적 분석 없는 일괄 분류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저PBR 기업이라도 순자산이 늘어난 배경에 따라 주주환원 여력이 크게 다르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영업활동으로 이익을 쌓아 순자산이 늘어난 기업과 자산재평가로 장부상 가치만 커진 기업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오는 11월 2일 처음으로 저 PBR기업을 공표한다. 누적 3년 PBR이 업종별 하위 25% 이내인 코스피 기업과 하위 10% 이내인 코스닥 기업을 대상으로 산정할 예정이다. 이번 첫 공표의 PBR 기준일은 다음 달 22일이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의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의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PBR이 1배 미만이면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가치가 회사가 보유한 순자산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통상 저PBR 기업은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PBR의 분모인 순자산이 어떤 경로로 늘었는지에 따라 지표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순자산이 커지면 주가가 그대로여도 PBR은 낮아진다. 영업으로 번 돈을 쌓아 순자산이 늘어난 기업과 보유 자산의 장부가를 높여 순자산이 늘어난 기업이 같은 저PBR로 묶일 수 있는 구조다. PBR 수치만을 기준으로 기업을 일괄 분류할 경우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익잉여금과 자산재평가를 핵심 구분 기준으로 꼽는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순이익 중 배당 등으로 외부에 유출하지 않고 회사 내부에 쌓아둔 금액이다. 이익잉여금이 풍부한 기업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실질적인 주주환원에 나설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산재평가는 기업이 보유한 토지·건물 등 유형자산을 공정가치에 맞춰 다시 평가해 장부가액을 조정하는 회계 방식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재평가 차익이 자본에 반영된다. 반면 실제로 자산을 매각하지 않는 한 기업에 들어오는 현금은 없다. 장부상 순자산만 커지고 PBR은 낮아지는 셈이다.

상법도 이 같은 차이를 구분한다. 상법은 배당가능이익을 산정할 때 자산 평가로 늘어난 미실현이익을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산재평가로 늘어난 순자산은 자산을 매각해 이익이 실현되기 전까지 배당 재원으로 쓸 수 없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이 자산재평가로 PBR이 낮아진 기업을 ‘가치함정’으로 보는 이유다. 가치함정은 주가가 싸 보여 투자했지만 기업가치가 개선되지 않아 주가가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무는 상황을 뜻한다.

자본효율성 측면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주주의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이익을 냈는지 보여준다. 자산재평가로 자본만 늘어나면 이익에 변화가 없어도 ROE는 떨어진다.

건물처럼 감가상각 대상인 자산은 재평가 이후 감가상각비가 늘어 순이익이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 순자산 증가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이 경우의 PBR 하락을 저평가 신호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자산재평가로 덩치만 키운 ‘무늬만 저PBR’ 기업에까지 일괄적으로 저평가 꼬리표가 붙을 경우 투자자들의 착시와 오판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저평가 기업으로 분류했다는 사실 자체가 투자 판단의 근거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같은 저PBR 기업이라도 순자산이 어떻게 늘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기업으로 봐야 한다”며 “영업으로 이익잉여금을 쌓은 기업과 자산재평가로 장부상 가치만 키운 기업을 한데 묶는 건 질적 분석이 빠진 분류”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산재평가로 늘어난 순자산은 실제 현금이 들어온 게 아니어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으로 연결되기 어렵다”며 “이런 기업까지 저평가 명단에 오르면 투자자들이 PBR 숫자만 보고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투자자들은 겉으로 드러난 PBR 숫자를 맹신하기보다 실제 현금창출력과 자본효율성을 따져 기업의 펀더멘털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엄 (leek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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