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생산성 상승에도… 노동자 몫은 더 줄었다

선정민 기자 2026. 9. 2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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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미국에서 인공지능(AI) 확산이 빨라지는 가운데 기업의 생산성과 이익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소득의 몫은 오히려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AI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영역이 확대될수록 기업은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임금 상승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국제금융센터의 ‘AI 확산발 미국 노동소득 비중 축소에 대한 해외 시각’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비금융 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3.4%로 2021년 이후 가장 높았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7~2019년 평균 1.6%, 2023~2025년 평균 2.1%보다 높다. 노동생산성이 높아졌다는 것은 직원 한 명이 같은 시간에 만들어내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었다. 올해 상반기 미국 비금융 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은 55.2%로 1929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았다. 노동소득분배율은 기업이 만들어낸 부가가치 가운데 임금 등 근로자 보상으로 지급된 비율이다. 기업이 100원어치를 새로 만들어내면 이 가운데 약 55원이 임금 등 근로자 보상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다. 이 비율은 코로나 이전 평균 58.6%, 최근 3년 평균 56.7%에서 더 낮아졌다.

반면 자본수익률은 11.5%로 1970년 이후 가장 높았고, 기업이익률도 19.0%로 1955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기업의 생산성과 이익은 늘고 있지만, 그 성과가 임금보다는 기업 이익과 자본소득에 더 많이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AI 확산이 앞으로 이런 흐름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봤다. AI가 자료 정리나 서류 작성 같은 반복 업무를 맡게 되면 기업은 예전보다 적은 사람으로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AI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AI가 사람의 일을 돕기보다는 대신할 가능성이 큰 직종에서는 고용이 과거보다 3.6% 줄고 임금도 소폭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사무 지원직 등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교사처럼 AI가 사람의 일을 보완하는 직종에서도 고용이나 임금이 뚜렷하게 늘어나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AI가 실제로 사람을 대체하지 않더라도 임금 상승을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이 ‘이 일은 AI로 대신할 수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커지면 노동자가 임금을 더 올려달라고 요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은 이런 대체 가능성 자체가 노동자의 협상력을 떨어뜨려 생산성이 높아져도 임금 상승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AI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인터넷이 퍼진 뒤 웹디자이너처럼 과거에는 없던 직업이 생겨난 것처럼 AI 확산으로 새로운 업무가 생기면서 기존 일자리 감소를 일부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업의 생산성과 이익이 늘어나는 동안 그 과실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다. 보고서는 자본 소득이 노동 소득보다 빠르게 늘면 자산을 많이 가진 계층의 소득이 더 크게 늘어 소득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자산층은 소득이 늘어도 소비를 크게 늘리지 않는 반면, 다른 계층은 소득 증가 폭이 작아 소비 여력이 충분히 늘지 않는다. 이 때문에 AI가 생산성을 높이더라도 경제 전체의 소비를 끌어올리는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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