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달러 규모 美 ETF 시장은 작명 경쟁…’매그니피센트 7’ 비튼 ‘무니피센트 7’, ‘망고스’ 기업들 담은 ‘FRUT’

유소연 기자 2026. 9. 24. 18: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정다운

지난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는 ‘무니피센트 세븐(Munificent 7, 티커 BBLS)’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됐다. 이 ETF는 엑슨모빌·셰브론·코노코필립스·쉘·토탈에너지스·BP·에퀴노르 등 에너지 대형주에 집중 투자한다.

기존 대형 기술주 7종을 뜻하는 ‘매그니피센트 세븐’을 비틀어 상품명을 만들었다. ‘무니피센트(munificent)’는 ‘후한, 관대한’이라는 뜻이다. 투자하는 종목들이 역사적으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에 매우 후했다는 특징을 담아낸 것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자산 규모가 15조78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ETF 시장에서는 이 같은 작명(作名)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미국 ETF 시장은 올해 2조달러가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신규 자금을 끌어모을 전망이다.

◇티커, 알파벳 네 글자의 미학

특히 상품명에 더해, 네 글자짜리 티커(Ticker)로 튀어보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티커는 주식 시장에서 특정 기업의 주식을 식별하는 고유한 종목 코드다. 미국에서는 알파벳 1~5자를 쓰고, 한국은 6자리 숫자를 쓴다.

미국 주식 시장에서는 통상 알파벳 3~4자로 상품을 잘 나타내거나 각인되기 쉬운 단어를 연상하도록 조합된 경우가 많다. 이달 초에는 ‘T-REX PURR 2배 레버리지 데일리 타깃(티커 KATT)’ ETF가 상장됐는데 고양이(cat)를 떠올리게 하는 발음이 티커로 쓰였다.

이 ETF는 나스닥 상장사 ‘하이퍼리퀴드 스트래티지스(티커 PURR)’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좇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기초 자산의 티커가 고양이 울음 소리 ‘purr(가르릉)’와 같다는 점에서 착안한 작명이다.

지난달 말 상장된 ‘요크빌아메리카 망고스 플러스 인덱스(티커 FRUT)’도 비슷하게 이름이 지어졌다. 이 ETF는 최근 월가에서 뜨는 메타(Meta)·앤트로픽(Anthropic)·엔비디아(Nvidia)·구글(Google/Alphabet)·오픈AI(OpenAI)·스페이스X(SpaceX) 등 이른바 ‘망고스(MANGOS)’에 투자한다. 이에 맞춰 과일(fruit)을 연상시키는 티커(FRUT)를 붙였다.

지난달 상장된 ‘앰플리파이 톱10 퀀텀(티커 XQBT)’ ETF는 양자컴퓨팅 상위 10대 기업에 투자하는데 양자컴퓨팅 핵심 단위인 큐비트(qubit)를 발음대로 옮겨온 직관적 티커가 눈에 띈다.

◇챗GPT 연상되는 티커, 정작 지분은 없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다만 요즘 유행하는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 대형주를 연상시키는 티커가 정작 그 상품의 본질과는 관련이 없는 경우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

지난달 중순 상장된 ‘베가셰어스 AI 추론 ETF(티커 CGPT)’는 챗GPT를 떠올리게 한다. 정작 이 펀드는 챗GPT나 오픈AI 지분이 전혀 없다. 이 ETF는 AI하드웨어·인프라 관련 기업들을 담는다.

지난달 상장된 ‘레버리지 셰어스 2X 롱 MU 데일리(티커 MUG)’ ETF는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티커 MU)’의 일일 수익률 2배를 추종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이다. 기초자산 티커 MU에 알파벳 ‘G’ 한 글자만 붙였는데 특별한 의미는 없다. ‘MUG’로 읽혀 각인되기 쉽게 만든 이름이다.

◇ETF 이름에서 트렌드 보인다

국내 ETF 상품들은 6자리 숫자코드를 써 이 같은 티커 말장난을 만들기는 어렵다. ‘KODEX’, ‘TIGER’ 등 운용사 브랜드명, ‘S&P500’, ‘나스닥100’ 등 투자 대상, ‘액티브’, ‘2X(레버리지)’ 등 투자 방식, ‘커버트콜’, ‘H(환헤지)’ 등 상품 특성이 조합돼 ‘TIGER 미국 나스닥100타겟 데일리 커버드콜’ 같은 복잡한 이름이 탄생한다.

다만 이렇게 긴 ETF명에도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트렌드가 반영된다. 일례로 지난 15일 상장된 ‘HANARO 미국에이전틱AI TOP2+’는 ‘에이전틱 AI’ 같은 최신 기술 트렌드를 반영한 이름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한동안 ‘피지컬 AI’가 들어간 ETF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 꼭 사야할 ETF’ 저자인 마지혜 키움투자자산운용 ETF솔루션팀 책임은 “시장에 존재하는 상품도, 새로 출시되는 상품도 많다보니 튀는 작명을 통해 선점 효과를 노린다”며 “실제 포트폴리오가 유사하더라도 상품명에 최신 유행 테마를 넣으면 투자자 눈길을 끌 수 있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러한 이름 짓기에도 더 신경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