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반도체 온다지만 거래는 뚝"…토허제에 식어버린 광주

김준희 2026. 9. 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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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8일 오후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신촌동 광주공항 인근.

반도체 호재의 기쁨도 잠시, 곧바로 이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거래가 끊겼다는 설명이다.

이날 부지 인근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씨는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과 동시에 토허구역이 지정됐다"며 "(호재로 인한) 기대감에 의해 관심도나 거래가 증가하려던 참이었는데 바로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다 보니 주거용은 물론이고 상가나 토지도 거래가 급감했다"고 말했다.

현지 공인중개사 B씨는 "광주는 투기 세력이 유입될 만큼 시장이 과열된 지역이 아니라 오히려 거래 침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며 "투기 억제 효과보다는 지역 경제를 침체시킬 부작용이 클 수 있어 토허구역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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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부동산]'반도체 클러스터' 발표 두 달
'토허구역' 지정에 지역 부동산 침체 여전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 일부 완화해야"

이달 8일 오후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신촌동 광주공항 인근. 현장에선 이착륙을 위해 낮은 고도로 운행하는 비행기들이 굉음과 함께 오가고 있었다. 주민들은 무심하게 거리를 활보했다. 공항 앞 주차장은 차량과 택시로 만차를 이루고 있었다.

이곳 뒤편 약 826만㎡(250만평) 규모 군공항 부지에 호남권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계획이 발표된 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 공항을 포함해 광활하게 펼쳐진 평야에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들이 들어설 계획이다. 부지 주변은 논밭이 펼쳐져 있었다.

호남권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계획이 발표된 광주 군공항 부지 전경./사진=김준희 기자 kjun@

그러나 기대감이 가득했던 두 달 전과 달리 현장에선 볼멘소리가 나왔다. 반도체 호재의 기쁨도 잠시, 곧바로 이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거래가 끊겼다는 설명이다. 대규모 투자 호재에 따른 투기수요 억제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규제는 현실적으로 완화해 지역 밖의 건전한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끓으려다 식어버린

광주 군공항 부지에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확정된 건 지난 7월6일이다. 사흘 뒤인 9일 국토교통부는 이 일대 총 364.19㎢를 7월14일부터 2028년 7월13일까지 2년간 토허구역으로 지정했다. 도시지역 기준으로 주거지역 60㎡, 상업 ·공업지역은 150㎡를 초과하면 반드시 관할 지자체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관련기사: 광주 군공항 250만평, 반도체 국가산단 후보지로(2026년 7월29일)

토허구역 대상 지역은 광산구가 124.98㎢로 가장 넓다. 이어 △나주시 97.93㎢ △남구 44.76㎢ △북구 28.72㎢ △서구 26.94㎢ △동구 22.66㎢ 등 순으로 분포됐다. 이 구역 내 일정 면적을 초과하는 모든 토지는 용도지역별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5년 이내 실이용 의무도 부과된다.

현장에선 토허제 시행 이후 거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이날 부지 인근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씨는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과 동시에 토허구역이 지정됐다"며 "(호재로 인한) 기대감에 의해 관심도나 거래가 증가하려던 참이었는데 바로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다 보니 주거용은 물론이고 상가나 토지도 거래가 급감했다"고 말했다.

광주공항 인근 제1전투비행단 표지./사진=김준희 기자 kjun@

이는 숫자로도 나타난다. 광주·전남 부동산 플랫폼 사랑방부동산이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남광주 내 토허제 지정 대상 지역 동·리 토지 거래는 토허제 시행 전인 7월6~13일 일평균 15.9건에서 시행 후인 14~31일 1.1건으로 93% 감소했다. 이는 상반기 일평균 건수인 6.1건과 비교해도 82% 줄어든 수치다.

상업·업무용 부동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토허제 시행 전(7월6~13일) 일평균 3.4건에서 시행 후(7월14~31일) 1.6건으로 반토막이 났다. 상반기 2.3건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발표 이후 늘어나는 추세였음을 감안하면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규제 강도·범위 과도해"

투기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의 필요성은 차치하더라도 그 범위와 강도가 실제 시장 상황보다 과도하게 설정됐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나온다.

현지 공인중개사 B씨는 "광주는 투기 세력이 유입될 만큼 시장이 과열된 지역이 아니라 오히려 거래 침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며 "투기 억제 효과보다는 지역 경제를 침체시킬 부작용이 클 수 있어 토허구역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이어 "수도권은 공동주택, 아파트 위주지만 광주는 토지나 상가 거래에도 영향을 크게 미친다"며 "예컨대 1층이 상가고 2층이 원룸인 건물의 경우 거래 허가를 받으려면 직접 상가를 운영하면서 원룸에 실거주해야 하는 등 현실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최현웅 사랑방부동산 차장은 "토허제 지정으로 거래 급감 등 단기 시장 충격이 상당하다"며 "현재 규제 범위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해 오히려 지역 부동산 시장을 이전보다 위축시키는 건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광주공항 전경./사진=김준희 기자 kjun@

이러한 영향은 주택·분양시장으로도 전이되는 분위기다.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이 대지지분 60㎡ 이하로 허가대상이 아닌데도 그렇다. 사업주체들이 반도체 특수를 노리고 미루던 분양에 나서고 있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다.

광주연구개발특구 첨단3지구 A6블록에 조성되는 '제일풍경채 첨단3지구'는 지난달 청약을 받았지만 574가구 모집에 576명 접수에 그쳤다. 옛 전방·일신방직 터에 들어서는 '올 뉴 챔피언스시티 1차' 또한 2순위까지 청약 접수 결과 2932가구 모집에 청약통장 3641개를 받아 평균 1.2대 1 경쟁률에 머물렀다.

결국 광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려면 '말로만' 투자가 아닌 실제 실행 여부가 가시화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광주 군공항 부지의 경우 이전할 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기업들의 투자 계획도 아직은 구체화하지 않은 상황이다.

최은선 광주시 공인중개사협회장은 "대규모 반도체 투자로 인한 기대감은 있지만 한편으론 '과연 될까'라는 걱정도 있다"며 "삽이 뜨고 뭔가 움직임이 있으면 기대감이 더 커지고 실수요자나 장기투자 수요자들의 관심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형 개발 호재로 인한 토허구역 지정을 해제하긴 힘들더라도 정부가 일부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는 부분적으로 완화해 외부의 건전 자본이 들어와 지역 활성화를 유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준희 (kju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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