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슈퍼사이클 나비효과]下 HBM 품귀에 스마트폰도…'프리미엄 쏠림'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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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불러온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파장이 스마트폰 시장까지 번지고 있다.
24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스마트폰용 메모리 가격은 전 분기보다 80% 이상 급등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HBM과 서버용 D램 수요가 워낙 강해 모바일용 메모리 공급도 당분간 빠듯한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스마트폰 업체 입장에서는 높아진 원가를 얼마나 흡수하거나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공급난이 길어질수록 스마트폰 시장의 프리미엄화와 업체 간 양극화도 더 뚜렷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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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폰 비중 40%→25%…700달러 이상은 3대 중 1대
삼성 4년 만 1위 탈환…애플도 역대 최고·중국은 뒷걸음

인공지능(AI)이 불러온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파장이 스마트폰 시장까지 번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을 빨아들이면서 모바일 메모리 가격도 치솟았다.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보다 메모리에 더 많은 돈이 들어갈 정도다.
비싸진 메모리는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구도까지 흔들고 있다. 값싼 제품을 많이 팔아 점유율을 넓히던 전략은 힘을 잃고 높아진 원가를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의 힘은 커졌다. 성적표도 갈렸다. 삼성전자가 4년 만에 글로벌 1위를 탈환하고 애플도 역대 최고 점유율을 기록한 반면, 중저가폰 비중이 큰 중국 업체들은 일제히 뒷걸음질했다.
비싸진 메모리, 브랜드 '체력전'으로
24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스마트폰용 메모리 가격은 전 분기보다 80% 이상 급등했다. D램은 시스템온칩(SoC)을 제치고 스마트폰에서 가장 비싼 단일 부품으로 올라섰다.
AI용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한정된 생산능력이 HBM과 서버용 제품에 우선 배정된 여파다. 모바일 D램과 낸드까지 공급이 빠듯해지면서 HBM에서 시작된 품귀가 스마트폰 원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메모리의 원가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상반기 아이폰의 전체 부품원가(BOM)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AP와 디스플레이에 가려졌던 메모리가 이제 스마트폰 원가를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떠오른 것이다.
높아진 원가는 이미 스마트폰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달 출시한 '갤럭시 S26 FE'는 출고가가 100만원을 넘어섰다. 플래그십 S 시리즈의 주요 기능을 유지하면서 일부 사양을 낮춘 준프리미엄 제품인데도 '100만원대'에 진입했다. 애플도 올해 3월 99만원에 출시한 256GB 기준 아이폰17e 가격을 최근 115만원으로 올렸다.
시장 전체의 가격대도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옴디아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년보다 27% 오른 594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624달러까지 높아질 것으로 봤다.
비싸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먼저 자리를 잃는 것은 저가폰이다. 200달러 미만 제품 비중은 2025년 40.6%에서 내년 25.6%로 15%포인트(p)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반대로 프리미엄 제품 비중은 같은 기간 21.1%에서 28.4%로 상승, 내년께 700달러가 넘는 스마트폰이 전 세계 출하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전망이다.
프리미엄화는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공식도 바꾸고 있다. 옴디아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10억9700만대로 전년보다 12% 줄어드는 반면 시장 규모는 12% 늘어난 651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덜 팔아도 더 비싸게 팔면서 시장 규모는 오히려 커지는 것이다.
이미 2분기부터 이러한 흐름이 뚜렷하다.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7% 감소했지만 매출은 7% 늘어난 1090억달러로 2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ASP도 17% 오른 400달러까지 뛰었다.
프리미엄 쏠림 속에서 제조사별 희비도 선명하게 갈렸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점유율 21.8%를 기록하며 4년 만에 1위 자리를 되찾았다.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점유율이다.
애플도 강했다. 상반기 점유율은 지난해 19.7%에서 올해 20.9%로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0.9%p에 불과했다. 2분기 출하량 역시 삼성전자가 전년 동기보다 9%, 애플이 13% 각각 늘었다.
중국 업체들의 일제히 밀렸다. 샤오미의 상반기 점유율은 지난해 13.2%에서 11.4%로 떨어졌다. 오포는 11.5%에서 10.3%, 비보는 8.5%에서 7.6%로 내려앉았다. 2분기 출하량은 샤오미가 26%, 비보가 21% 각각 급감했다.
갤럭시 선전의 나비효과…엑시노스도 반등
중저가 제품 비중이 높을수록 선택지는 좁다. 메모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얹으면 판매량이 흔들리고 가격을 묶어두면 수익성이 깎인다.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낮고 가격에 민감한 신흥시장에서는 원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넘기기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상대적으로 대응 여력이 크다.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높고 높은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어서다. 특히 삼성전자는 S·Z시리즈부터 A시리즈까지 제품군이 넓고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을 그룹 내에서 조달할 수 있다는 점도 공급난 속 강점으로 꼽힌다.
지역별 판매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2분기 북미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6% 늘었고 서유럽은 1% 감소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출하량이 7%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고가 제품 비중이 높은 선진시장의 선방이 두드러진다.
신제품 가격이 치솟자 수요의 일부는 중고·리퍼비시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비싸진 보급형 신제품을 사느니 가격이 떨어진 이전 세대 플래그십을 택하는 소비자가 늘면서다.
국내 중고폰 B2B 거래관리시스템 UPM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고폰 매입량은 292만5067대, 매입 금액은 9951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 간 거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집계한 중고폰 거래량은 2023년 620만대에서 2024년 635만대, 지난해 681만대로 증가했다.
중고폰의 몸집은 세계적으로도 커지고 있다. 국제데이터코퍼레이션(IDC)은 전 세계 중고·리퍼비시 스마트폰 출하량이 2021년 2억5340만대에서 올해 4억133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애플도 인증 중고폰·보상판매·리퍼비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커지는 수요를 직접 끌어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HBM과 서버용 D램 수요가 워낙 강해 모바일용 메모리 공급도 당분간 빠듯한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스마트폰 업체 입장에서는 높아진 원가를 얼마나 흡수하거나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공급난이 길어질수록 스마트폰 시장의 프리미엄화와 업체 간 양극화도 더 뚜렷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 확대의 효과를 반도체 사업에서도 보고 있다. 갤럭시 판매가 늘면서 자체 모바일 AP인 '엑시노스'도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엑시노스의 출하량 점유율은 9%로 전 분기 7%보다 2%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와 비교하면 3%p 높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조사를 시작한 2024년 이후 최고치다.
프리미엄과 중가 제품이 동시에 힘을 보탰다. 갤럭시 S26 기본형과 플러스 모델에 탑재된 엑시노스2600이 출하량 증가를 이끌었고 갤럭시 A57의 엑시노스1680과 A37의 엑시노스1480도 힘을 보탰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하고 삼성 파운드리가 생산한다. 갤럭시의 선전이 스마트폰에 그치지 않고 모바일 AP와 파운드리로 이어지는 구조다.
경쟁사들은 반대 흐름을 탔다. 퀄컴은 일부 지역 갤럭시 S26에 엑시노스2600이 채택된 데다 메모리 공급 부족까지 겹치면서 출하량이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 미디어텍 역시 주력인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가 꺾이면서 출하량이 감소했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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