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주점 13곳→병원 11곳…업종도, 땅의 가치도 달라졌다 [아현 고가 철거 12년 後➁]

최아름 기자 2026. 9. 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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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고가도로가 사라지기 전까지 아현역 일대는 '음침한 공간'이었다.

2014년 아현고가도로가 철거되기 전.

출발점은 아현고가도로가 시작했던 아현역 서쪽 200m 지점으로 잡았다.

[※참고: 서울시가 아현고가도로 철거 계획을 2009년에 발표했기 때문에 비교시점을 2010년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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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연속기획 넘버링
아현고가도로 사라진 後 2편
취객이 점령했던 자리
고가도로 없어진 후
달라진 도시의 경관
땅값까지 크게 움직여

2014년 고가도로가 사라지기 전까지 아현역 일대는 '음침한 공간'이었다. 대로변엔 빨간 등의 유흥업소가 숱했고, 밤 거리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취객이 점령했다. 그렇다면 고가도로 철거 후 '다리 밑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결과는 놀라웠다. 넘버링+ '고가도로 사라진 후' 2편이다.

고가도로가 사라진 후 아현역 일대의 건물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사진 | 연합뉴스]
2014년 아현고가도로가 철거되기 전. 고가도로 아래에 있던 건물의 모습은 지금과 달랐다. 그곳엔 빨간 불을 켠 '술집'들이 가득했다. 신촌에 있는 대학교 신입생들은 선배들로부터 "밤에 아현역까지 걸어가지 말아라"는 당부를 듣기도 했다.

고가도로 철거 후 12년이 흐른 지금. 가고 싶지 않았던 어두침침했던 이곳은 어떻게 변했을까. 고가도로가 사라진 곳을 직접 걸어보기로 했다. 출발점은 아현고가도로가 시작했던 아현역 서쪽 200m 지점으로 잡았다.

여기서부터 신촌로 200m를 따라 동쪽으로 걸어가면 지하철 2호선 아현역이 나온다(지도① 참조). 이 거리의 과거(2010년)와 현재를 비교하기 위해 포털 지도서비스의 거리뷰·로드뷰 서비스를 활용했다. [※참고: 서울시가 아현고가도로 철거 계획을 2009년에 발표했기 때문에 비교시점을 2010년으로 결정했다.]

■ 변화① 높아진 건물들 = 자! 이제 시선을 2010년 그곳으로 돌려보자. 당시 신촌로 남쪽 가로변에 둥지를 튼 건물은 14개동이었다. 그중 가장 높은 층수는 5층 건물로 14개동 중 3개동이었다. 그다음으로 높은 건물은 4층짜리 1개동이 있었다. 3층 건물은 4개동, 2층 건물 3개동, 1층 건물 3개동이었다.

그렇다면 건물 1층의 용도는 어땠을까. 2010년 가게는 철물점, 부동산, 화랑, 웨딩숍, 반려동물용품 상점, 우체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유흥업소였다. 거리뷰에서 보이는 유흥업소 간판만 해도 10개 이상이었다.

대로변에 이런 유흥업소가 즐비했던 건 '고가도로' 때문이었다. 신촌로는 원래 왕복 8차선 도로다. 폭만 35m에 이를 정도로 크다. 하지만 고가도로가 있을 땐 달랐다. 고가도로 기둥 탓에 4개 차선이 막혀서 신촌로 남쪽에 붙어 있는 차선은 2개뿐이었다. 더구나 차선의 폭은 6~7m로 이면도로 기준(12m)보다 좁았다. 고가도로 때문에 대로가 골목처럼 변했고, 그 음침한 틈새를 유흥업소가 파고들었던 거다.

2026년 고가도로가 사라진 후 '35m의 폭'을 되찾은 신촌로 남쪽 건물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가장 눈에 띄는 건 건물이 8층, 14층, 20층으로 높아졌다는 점이다. 14개 건물 중 3개동이 리모델링이나 신축을 통해 기존보다 층수를 늘린 결과다. 대수선이나 신축·증축을 거친 건물도 3개동이었다.

업종도 완전히 바뀌었다. 식당, 카페, 한의원, 약국 등이 1층을 차지했다. 입점 상가를 대부분 '병원'으로 채운 건물이 생겼고, 일부 건물엔 학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고가도로 철거 후 가장 크게 나타난 변화다.

[사진 | 뉴시스]
■ 변화② 비싸진 가격 = 달라진 건 풍경만이 아니다. 가격에도 변화가 있었다. 고가도로가 출발하던 마포구 아현동 331-9번지의 2010년 1㎡당 729만원이었던 공시지가는 2026년 1465만원으로 100.96% 올랐다.

아현역으로 가까이 갈수록 오름폭은 더 커졌다. 고가도로 탓에 건물이 더 많이 가려졌던 구역의 가격이 더 많이 오른 셈이다. [※참고: 아현고가도로는 신촌로~아현역~중구 중림동을 관통했다. 출발점인 신촌로부터 고가도로가 높아지기 시작해 '아현역' 지점에서 정점을 찍었다. 당연히 아현역 주변 건물들은 대부분 고가 아래에 있었다.]

자! 다시 지번을 보자. 마포구 아현동 330-7번지는 바로 아현역이 있는 블록의 땅이다. 2010년 이곳의 공시지가는 1㎡당 820만원. 2026년 공시지가는 2462만원으로 200.24% 상승했다. 한 블록 차이인데도 고가도로 영향이 컸던 구역의 지가 상승폭이 훨씬 컸다.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이 나올 법하다. "고가도로 철거 때문이 아니라 서울의 땅값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 아닐까"라는 거다. 의문을 풀기 위해 같은 아현고가도로의 초입보다 조금 더 서쪽에 있는 땅(지도②)의 공시지가를 확인해봤다.

아현동 346-1번지는 고가도로와 매우 가까웠지만 고가도로로 인한 시야 방해는 없었던 곳이다. 2010년 이곳의 공시지가는 1㎡당 890만원이었다. 고가도로에 가려져 있던 신촌로 남쪽 구역의 공시지가(711만~820만원)보다 8.6~25.2% 비쌌다.

흥미롭게도 2026년엔 땅값이 뒤집혔다. 이곳의 2026년 공시지가는 1373만원으로 2010년보다 54.3% 올랐지만 인근 지역의 공시지가(1465만~2462만원)보다 되레 6.3~ 44.2% 낮았다. 2010년엔 공시지가가 높았던 곳의 땅값이 고가도로 철거 후엔 더디게 오른 셈이다. 이는 고가도로 철거가 땅의 가치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그래픽 | 더스쿠프]
2014년 서울연구원은 '서울시 고가도로 철거에 따른 경관개선 효과 편익분석 연구'란 보고서에서 경관 가치로 고가도로 철거의 가치를 산정했다. 하지만 고가도로가 사라진 곳에선 외적(경관)뿐만 아니라 '내적 가치'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서울엔 철거해야 할 고가도로가 80여개 남아있다. 용산구 삼각지 고가도로, 영등포구 도림고가도로 등이다. 이 고가도로가 사라지면 가려져 있었던 곳들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아현고가도로 밑 '달라진 세상'이 던지는 질문이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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