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골목인 줄"…북유럽서 인기 폭발한 길거리 간식 뭐길래 [씬메이커]

박상경 2026. 9. 2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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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덴마크 출국을 앞두고 남은 세 시간 남짓한 여유. "요즘 덴마크에서도 K푸드가 뜨고 있으니 들러보라"는 현지인 추천에 코펜하겐 시내의 한 작은 매장을 찾았다.

이곳을 이끄는 김희욱 코판 대표는 2014년 세 바퀴 자전거 푸드트레일러 한 대로 덴마크 길거리에 섰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던 덴마크 사람들의 삶을 현장에서 직접 묻고 배우며 두 나라의 온기를 잇겠다는 '행복배달프로젝트'가 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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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서 만난 '뜻밖의 K푸드'
"현지인에 통하는 반죽" 10년 걸렸다
코펜하겐 떠나기 직전 찾은 골목…'안녕' 발 매트와 트와이스 음악
떡 식감 낯설어하던 현지인…10년 연구 끝에 '페이스트리 결' 입힌 반죽 완성
캡사이신 감싸는 밀키스 페어링, 직접 담근 김치로 '덴마크 정부 펀딩'까지
불김치 호떡. /사진=박상경 기자


지난달 덴마크 출국을 앞두고 남은 세 시간 남짓한 여유. "요즘 덴마크에서도 K푸드가 뜨고 있으니 들러보라"는 현지인 추천에 코펜하겐 시내의 한 작은 매장을 찾았다. 한국식 길거리 음식을 파는 '코판 스트리트(KOPAN STREET)'였다.

가게 앞 벤치에는 현지인 서너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손에 든 둥근 빵을 베어 물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ANNYEONG(안녕)'이란 문구가 적힌 매트가 손님을 맞았다. 매장 안쪽 스피커에서는 트와이스의 노래 'Cheer Up'이 경쾌하게 흘러나왔다. 벽에는 즉석 흑백 스티커 사진기로 찍은 사진이 빼곡했다. 마치 서울 홍대 골목의 분식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광경이었다.

KOPAN STREET. /사진=박상경 기자


철판 위에서 익어가는 음식은 한국의 씨앗호떡과는 사뭇 달랐다. 겉모습은 딤섬 바오나 두툼한 발효 빵을 연상시켰다. 대표 메뉴인 '불김치 호떡'에 치즈를 얹어 한 입 베어 물자 단짠의 불고기와 매콤한 김치, 치즈 풍미가 바삭하면서도 폭신한 반죽과 어우러졌다. 매대 한구석을 채운 음료 '밀키스'도 눈에 띄었다.

안녕하세요 발매트. /사진=박상경 기자


이곳을 이끄는 김희욱 코판 대표는 2014년 세 바퀴 자전거 푸드트레일러 한 대로 덴마크 길거리에 섰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던 덴마크 사람들의 삶을 현장에서 직접 묻고 배우며 두 나라의 온기를 잇겠다는 '행복배달프로젝트'가 출발점이었다.

수많은 메뉴 중 호떡을 고른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주방 안에서 완성돼 나가는 요리보다 손님 눈앞에서 반죽이 눌려지고 노릇하게 익어가는 퍼포먼스가 낯선 음식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최고의 소통 장치였다"며 "덴마크의 길고 추운 날씨 속에서 손에 쥐는 따뜻한 온기와 단맛이 현지인에게 분명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서울 남대문과 부산 남포동의 장인들을 찾아가 전통 비법을 전수받았지만 북유럽 현지의 식문화 장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덴마크의 밀가루와 버터, 기후 조건에서는 반죽의 발효 속도와 식감이 완전히 달라졌다.

무엇보다 식감의 괴리가 컸다. 김 대표는 "한국 전통 호떡 특유의 차지고 쫄깃한 떡 같은 식감은 빵을 주식으로 먹어온 덴마크인들에게 자칫 '덜 익은 밀가루 덩어리'처럼 느껴질 수 있었다"며 "현지인들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폭신한 페이스트리와 빵의 결에 익숙하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 호떡 특유의 기분 좋은 쫄깃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발효 빵의 폭신하고 바삭한 결을 결합한 반죽 배합을 완성하는 데 10년이 걸렸다"며 "시간이 지나 포장해 가더라도 떡처럼 딱딱하게 굳지 않고 부드러움이 유지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자전거 노점에서 로드숍 매장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겪은 가장 큰 변화는 호떡을 단순한 길거리 간식에서 '한 끼 식사'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판매하고 있는 메뉴. 기자는 불김치 호떡을 선택했다. /사진=박상경 기자


그 중심에 외국인에게 친숙한 불고기와 김치를 함께 채워 넣은 시그니처 '불킴 호떡'이 있다. 여기에 채소와 당면의 감칠맛을 살린 비건용 '잡채 호떡', 화끈한 매운맛을 찾는 이들을 위한 '불닭 호떡', 달콤한 누텔라 호떡과 짭조름한 콘치즈 호떡까지 시간대별·취향별 식사와 스낵을 아우르는 라인업을 완성했다.

매장에 구비된 밀키스 역시 철저한 계산 끝에 나온 '페어링 전략'이다. 김 대표는 "현지 손님들 요청으로 화끈한 불닭 호떡을 선보였지만 기존 탄산음료는 강한 탄산 탓에 혀의 매운맛을 오히려 증폭시켰다"며 "음료의 부드러운 유성분이 캡사이신의 매운맛을 감싸주고 은은한 탄산은 호떡의 기름진 맛을 씻어내줘 손님들이 자연스레 함께 찾는 조합이 됐다"고 귀띔했다.

사진=박상경 기자


지금의 번듯한 매장으로 자리잡기까지는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날씨 탓에 겨울철 매출이 곤두박질치면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고용마저 위태로워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실내 주방을 갖춘 식당 '코판 라이스'를 연 게 지금의 오프라인 로드숍 브랜드 '코판 스트리트'로 바뀌었다.

그는 당시 한인 마트가 없어 독일 등지에서 비싼 물류비를 감수하며 재료를 조달하다가 현지 채소로 김치를 직접 담그기 시작했다. 현지 외식업계에 발효 열풍이 불던 시기였던 터라 김치가 식당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채소를 줄여주는 '친환경 발효 솔루션'으로도 주목받으면서 덴마크 정부의 펀딩을 받아 자체 김치 생산 시스템까지 구축했다.

그는 현지에서 경쟁력을 갖는 요인으로 '익숙한 그릇에 담아낸 우리의 오리지널리티'와 덴마크식 편안함인 '휘게(Hygge)'의 결합으로 꼽았다.

김 대표는 "마늘, 고추장, 참기름 등 한식 본연의 직관적인 풍미는 고수하되, 손님들이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제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인들에게 주식으로 친숙한 '빵' 위에 불고기와 김치를 얹어 낯섦을 호기심으로 바꾼 코판 스트리트의 방식이 대표적이다.

초기에는 K팝이나 드라마를 즐겨보는 팬덤층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점심 한 끼를 해결하려는 주변 직장인과 학생, 주말 외식을 즐기는 덴마크 현지 가족 단위 손님까지 고객층이 넓어졌다.

코판은 최근 한식 본연의 깊이와 정갈함을 모던하게 풀어낸 다이닝 매장 '우리(OURI)'를 선보이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덴마크산 프리미엄 돼지고기를 활용해 숯불돼지갈비와 깊고 칼칼한 김치찌개를 선보이는 플래그십 공간이다. 서구권에 친숙한 코스 요리의 흐름을 따르면서도 테이블 위에는 한국 고유의 풍성한 '한상차림' 공간 구성을 녹여냈다.

김 대표는 "다이닝 공간인 '우리'가 한식의 깊이와 품격을 단단하게 지켜가는 거점이라면, 효율적인 주방 시스템과 유연성을 갖춘 '코판 스트리트'는 사업적 확장을 담당하는 두 축"이라고 설명했다.

직원이 호떡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볼 수도 있다. /사진=박상경 기자


유행이나 트렌드를 타는 걸 넘어서야 한다는 김 대표는 "덴마크인들이 금요일 저녁 피자나 스시를 자연스레 떠올리듯, 한식이 일주일에 한두 번 고민 없이 선택하는 일상식이 돼야 한다"며 "북유럽 사회가 요구하는 탄소 배출 저감과 친환경 생분해 포장재, 지역 사회와의 유대라는 기준을 충족해야 현지 일상에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입양된 아이에게 '뿌리의 맛'을 알려주려 호떡을 사러 왔던 덴마크인 할머니가 훌쩍 자란 손자와 함께 다시 매장을 찾아왔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코펜하겐에서의 안착을 바탕으로 유럽 내 젊고 역동적인 주요 거점 도시들로 스트리트 푸드 플랫폼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라며 "해외 무대에 도전하는 한국 청년들에게 합법적인 비자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든든한 가교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코펜하겐(덴마크)=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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