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폭발 다음날, 공군총장은 활짝 웃으며 ‘따봉’

양지호 기자 2026. 9. 24. 12: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군 KF-21 인도식 홍보영상 논란

우리 군 장병 3명이 북한 목함지뢰로 추정되는 폭발 사고로 부상당한 가운데 군 최고위급 인사가 활짝 웃으며 ‘엄지 척’을 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논란이다. 엄중한 안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이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이 22일 예천기지에서 KF-21 1호기 인도를 반기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웃고 있다./공군

손석락 공군참모총장(대장·공사 40기)은 지난 22일 오후 예천기지 활주로에 착륙하는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을 보며 두 손을 높이 들고 ‘엄지 척’을 했다. 공군이 이날 배포한 KF-21 1호기 인도식 관련 2분 남짓 영상에는 손 총장이 수차례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으며 박수를 치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모습이 담겼다. 하루 전날 경기 파주 군사분계선(MDL) 인근 비무장지대에서 우리 장병 3명이 부상당한 바로 다음 날에 벌어진 일이다.

이날 행사는 북한이 20일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 도발, 21일 동부전선 MDL 월선, 22일 오전 미그 계열 전투기 남하 및 240㎜ 방사포 시험 발사 등을 통해 우리 군의 대비 태세를 연일 떠보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이 22일 예천기지에서 KF-21 1호기 인도를 반기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웃고 있다./공군

공군 16전투비행단이 있는 예천기지 행사에는 공군과 방위사업청 등 여러 군 관계자가 참석했다. 공군이 제공한 영상에 따르면 손 총장 표정은 남들보다 유독 더 밝았다.

공군은 22일 이례적으로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KF-21 인도식 관련 자료 3건을 잇달아 배포하며 공세적으로 홍보했다. 타군 관계자는 “지뢰 사고 상황에서 공군 측은 기자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사진 기사로라도 소화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최고위급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니라면 눈치가 있는 일선 군인들까지 그렇게 했겠냐”고 했다.

같은 날 KF-21 행사에 앞서 이뤄진 국방장관 이취임식에서 강신철 신임 국방장관은 ‘전사 공동체’를 수차례 강조했다. 강 장관은 23일에는 지뢰 폭발로 인해 수도병원에 입원한 장병을 찾았고 이어서 사고가 발생했던 육군 25사단도 방문하는 현장 행보에 나섰다.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양 손으로 엄지를 치켜세운 이)이 22일 공군 예천기지에서 활주로에 착륙한 KF-21을 보며 '쌍따봉'을 날리고 있다. 손 총장 오른쪽에 있는 이원희 16비행단장은 입을 앙다물고 있다. /공군

군 관계자는 “KF-21 인도식 행사 참석 몇 시간 전에 ‘전사 공동체’를 언급하는 장관 취임사를 듣고 간 손 총장이 저런 행동을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KF-21은 지난 3월 이재명 대통령 주관으로 양산 1호기 출고식을 마쳤다. 지난 22일 공군 행사는 KF-21이 실전 투입된다는 의미의 ‘전력화’도 아닌, 공군이 KF-21을 개발업체로부터 넘겨받았다는 의미의 인도식에 불과했다. KF-21은 공대지 공격 능력은 현재 없고, 국산 공대공 무기 개발도 지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군이 ‘인도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군은 본지에 “KF-21 전투기가 체계 개발 10년 9개월 만에 공군에 첫 도입되는 역사적이고 뜻깊은 순간을 기념하는 행사였다”며 “1호기 도입 비행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낸 조종사 등 초도 운용 요원들에게 격려의 마음을 전한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