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통상에 갇힌 한미 의제, 북미 대화로 옮겨야 "美 한반도평화법 처리 안 되면 120대 의회서 재발의" "호르무즈 개입 땐 방산강국 역풍…K컬처 호감도 훼손"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머니투데이방송(MTN)과 인터뷰 중인 최광철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대표 / 사진=김민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연내 만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정부와 국회가 북미 대화의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미 투자·통상 협상에 쏠린 한미 의제를 한반도 평화로 넓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 나설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광철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대표는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머니투데이방송(MTN)과 만나 "대미 투자나 호르무즈 파병에 끌려가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하는 장면을 만드는 쪽으로 이슈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도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원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최 대표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며 미국 내 한인 유권자 단체인 KAPAC을 이끌고 있다.
미국에서는 브래드 셔먼 민주당 하원의원이 지난해 3월 한반도평화법안(H.R.1841)을 발의했다. 법안은 통과될 경우 국무부가 미국인의 북한 여행 제한을 재검토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의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또 워싱턴과 평양에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의회의 입장도 담았다. 하원 외교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최 대표는 이 법안이 제119대 미 연방 의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 출범하는 제120대 의회에서 재발의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로 이어지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평화협정은 친구가 아니라 적과 하는 것"이라는 셔먼 의원의 발언도 소개했다.
최 대표는 "미국 의회에서도 이렇듯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는 만큼 한국 국회도 이를 뒷받침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차원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결의안을 함께 구상했다"고 말했다. 송 의원 등 여야 88명은 지난 18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북미정상회담 개최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최 대표는 "성명서보다 한 단계 나아가자는 취지로 결의안을 마련했다"며 "결의안에 그치지 않고 추후 법안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 접촉을 극대화할 방안으로 양국 의원실의 일대일 교류를 제안했다. 외교·산업 등 상임위별 의원실을 연결하고 한미 지자체 교류도 확대하자는 구상이다. 군사·안보 중심의 한미동맹을 평화 분야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북미 대화가 북러 밀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북한을 제재와 고립으로만 몰아붙인 결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군사협력이 심화됐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 등 비군사적 교류부터 접촉면을 넓혀 상호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를 중재하려는 한국의 외교적 위상이 호르무즈 해협 대응과도 맞물려 있다고 봤다. 한국이 군사적으로 적극 개입하면 '평화 중재자'의 명분이 약해지고, 방산 강국이라는 위상이 '전쟁 수혜국' 이미지로 바뀔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은 주요 재래식 무기 수출량을 기준으로 2021∼2025년 세계 9위를 기록했다. 수출량은 직전 5년보다 24% 늘었다. 반면 브랜드파이낸스의 '2026 글로벌 소프트파워 지수'에서는 종합 11위, 예술·엔터테인먼트 영향력 7위에 올랐다. 방산과 문화가 동시에 한국의 대외 영향력을 떠받치는 셈이다.
최 대표는 군사적 개입에 따른 반감이 K팝과 드라마, 영화 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경계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140억7543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해외한류실태조사에서는 중동 지역의 '한류 부정 인식 동의율'이 51.1%로 권역별 가장 높았다.
그는 "K컬처가 사랑받은 배경에는 한국 문화가 지닌 따뜻함이 있다"며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지난 10여 년간 쌓아온 소프트파워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