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막은 공정위 조사 길 열려···‘7일 전 통지’ 판단은 본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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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거부하고 법원으로 향한 쿠팡의 제동 시도가 집행정지 단계에서 막혔다. 올해 들어 공정위가 쿠팡을 상대로 여러 조사와 제재에 나서고 쿠팡도 잇따라 법적 대응에 나선 가운데 양측의 공방은 추가 현장조사와 본안 소송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2부(최항석 박영주 김민기 고법판사)는 전날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현장조사 결정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쿠팡이 현장조사 결정 전 공정위가 요구한 반품 상세 내역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다가 현장조사 결정의 효력정지가 문제 된 이후 제출한 점 등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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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긴급성은 인정 여지···불시조사 적법성은 추가 심리
올해 초 3개국 30여명 투입 대대적 조사···동일인·납품거래 등 곳곳 충돌
공정위, 과태료·추가 현장조사 예고···조사 관행 둘러싼 법정공방 계속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거부하고 법원으로 향한 쿠팡의 제동 시도가 집행정지 단계에서 막혔다. 법원은 쿠팡이 입을 수 있는 손해보다 현장조사를 중단할 경우 공공복리에 미칠 영향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사전통지 없이 이뤄지는 공정위 현장조사가 적법한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올해 들어 공정위가 쿠팡을 상대로 여러 조사와 제재에 나서고 쿠팡도 잇따라 법적 대응에 나선 가운데 양측의 공방은 추가 현장조사와 본안 소송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2부(최항석 박영주 김민기 고법판사)는 전날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현장조사 결정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현장조사가 중단될 경우 공정위의 증거 확보가 어려워질 가능성을 비중 있게 봤다. 납품업체가 쿠팡과의 거래 단절이나 불이익을 우려해 법 위반 관련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출하기 어려울 수 있고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려면 거래계약과 내부 전산자료, 임직원 진술 등을 신속하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쿠팡의 자료 제출 과정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쿠팡이 현장조사 결정 전 공정위가 요구한 반품 상세 내역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다가 현장조사 결정의 효력정지가 문제 된 이후 제출한 점 등을 고려했다. 쿠팡의 가격 맞춤형 쿠폰(PMC) 할인 비용이 납품업체에 전가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신속한 조사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다.
다만 이번 결정이 공정위 조사 절차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은 아니다. 재판부는 사전통지 없는 현장조사가 위법한지는 본안에서 추가로 따져야 한다고 봤다. 행정조사기본법상 사전통지 규정 적용이 제외되는지 또는 예외가 인정되는지는 관련 법률 해석과 쿠팡의 자료 제출 정도 등을 더 살펴야 한다고 판단했다.
조사 기간이 끝나 집행정지를 구할 실익이 없다는 공정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료가 공정위에 제공된 뒤에는 원상회복이나 금전배상이 어려울 수 있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가 소명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다. 쿠팡은 현장조사 결정 자체를 취소해달라는 본안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집행정지 기각으로 공정위는 다시 조사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공정위는 현장조사 거부에 대해 최대 2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절차에 착수하고 사건 처리를 위해 필요하면 추가 현장조사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조사 예정 기간은 지난 8월28일 종료된 만큼 구체적인 추가 조사 일정과 방식은 다시 정해야 한다.
◇가격 맞춤형 쿠폰 조사하다 정면충돌···네 차례 조사 무산
이번 법정공방의 출발점은 지난달 공정위의 쿠팡 현장조사다.
공정위는 지난 8월19일부터 쿠팡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현장조사에 나섰다. 쿠팡에서 판매하는 상품 가격이 다른 온라인 쇼핑몰보다 높을 경우 자동으로 할인 쿠폰을 발행해 소비자 결제 가격을 낮추는 PMC 과정에서 할인 비용 일부가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전가됐는지를 들여다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쿠팡은 조사 사실을 7일 전에 통지받지 못했다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공정위가 19일부터 24일까지 네 차례 현장조사를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대규모유통업법 관련 조사에서 조사 대상 기업이 조사관의 현장 진입 단계부터 불응한 것은 사실상 첫 사례로 알려졌다.
양측이 맞붙은 법적 쟁점은 행정조사기본법의 적용 여부다. 이 법은 원칙적으로 현장조사 7일 전 조사 대상자에게 조사 일시와 목적 등을 통지하도록 한다. 공정거래법과 표시광고법, 하도급법 등 일부 공정위 소관 법률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지만 2011년 제정된 대규모유통업법은 명시적인 제외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쿠팡은 이를 근거로 사전통지 없는 조사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이 공정거래법상 조사 규정을 준용하는 만큼 행정조사기본법상 사전통지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조사 사실을 사전에 알릴 경우 자료 삭제 등으로 증거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사전통지 의무가 대규모유통업법상 현장조사에도 적용되는지는 본안 소송의 핵심 판단 대상으로 남게 됐다.
◇올해 초 3개국·30여명 쿠팡 조사···법정으로 옮겨간 갈등
이번 PMC 현장조사 충돌도 공정위가 쿠팡을 상대로 조사와 제재를 확대하고 쿠팡이 잇따라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이어진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
공정위는 올해 초 시장감시국과 기업집단감시국, 기업거래결합심사국 등 3개국에서 30명 이상을 투입해 쿠팡을 장기간 현장조사했다. 포렌식 인력까지 투입해 입점업체의 인기 상품을 PB상품으로 출시하거나 직매입으로 전환하도록 압박했다는 의혹과 기업집단 관련 문제 등을 들여다봤다.
앞서 공정위는 2024년 쿠팡이 직매입·PB상품을 검색순위 상단에 노출하고 임직원 구매후기를 활용해 소비자를 유인했다고 판단해 1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쿠팡은 이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납품 거래와 기업집단 규제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쿠팡이 목표 마진을 맞추기 위해 납품업체에 납품단가 인하와 광고비 부담 등을 요구했다며 과징금 21억8500만원을 부과했다. 쿠팡은 강요가 없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공정위가 지난 4월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으로 변경한 것을 둘러싸고도 소송이 제기됐다. 쿠팡은 지정 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7월 동일인 지정 처분의 효력을 정지했다. 당시에는 쿠팡의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지만 이번 현장조사 사건에서는 반대 결과가 나온 셈이다.
쿠팡이츠를 둘러싼 조사도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입점업체에 경쟁 배달앱과 같거나 더 유리한 조건을 요구했다는 이른바 '최혜 대우' 의혹 등을 심리하고 있다. 쿠팡이 제시한 상생 방안을 전제로 한 동의의결 신청은 지난 6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쿠팡을 둘러싼 국내 규제 문제는 미국에서도 논란이 됐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등에서는 한국 규제당국이 미국인이 소유한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쿠팡을 포함한 국내외 플랫폼에 동일한 기준으로 법을 집행하고 있다며 반박해왔다.
쿠팡은 이번 현장조사 거부가 정치적 배경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문제 제기 없이 이어져 온 조사 절차의 적법성을 법원에서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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