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 옆에 내 그림 좀”… 유럽 박물관이 ‘보안 구멍’에 몸살 앓는 이유

최하연 기자 2026. 9. 2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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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루브르 털고 망치·도끼에 폭발물까지
절도 늘고 수법은 더 과격해져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직원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보호하는 유리벽을 닦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관람객 2명이 ‘모나리자’가 걸린 전시실 벽에 자신들이 가져온 그림을 붙였다가 체포됐다. 지난해 대낮에 8800만유로(약 1400억원) 상당의 왕실 보석을 도난당한 루브르에서 또다시 보안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최근 유럽 각지에서 박물관·미술관을 노린 절도와 훼손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범행 수법도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AFP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독일인 남성 2명이 루브르박물관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전시된 방 벽에 접착테이프로 가로 30㎝, 세로 40㎝ 크기의 그림 2점을 붙이다 체포됐다. 그림에는 일행 중 한 명이 갑옷을 입은 모습 등이 그려져 있었다. 이들은 박물관 보안요원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고, 경찰에 “재미삼아 한 일”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림을 떼어내는 과정에서 벽 일부가 훼손됐다.

루브르는 지난해 10월에도 대형 절도 사건을 겪었다. 절도범 4명은 대낮에 기계식 사다리차를 타고 건물에 접근한 뒤 전동공구로 창문과 진열장을 부수고 8800만유로 상당의 프랑스 왕실 보석을 훔쳐 달아났다. 용의자 4명은 모두 붙잡혔지만 도난당한 보석 8점은 약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찾지 못했다. 당시 사건을 계기로 세계적인 박물관조차 낡은 방범 카메라(CCTV)와 허술한 출입 통제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럽 박물관의 보안 취약성이 도마에 올랐다.

미술품 절도 사건이 발생했던 지난 8일 프랑스 남부 카뉴쉬르메르의 르누아르박물관 입구에서 경찰관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EPA 연합뉴스

프랑스뿐 아니라 오스트리아·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각지에서 최근 박물관을 노린 절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일 프랑스 남부 카뉴쉬르메르의 르누아르박물관에서는 절도범들이 울타리를 뚫고 들어가 르누아르 작품을 훔쳐 달아났다. 지난 3월에는 이탈리아 파르마 인근 마냐니로카재단에 침입한 일당이 트랙터로 출입문을 부수고 약 3분 만에 르누아르와 폴 세잔, 앙리 마티스 등의 작품을 훔쳤다. 지난해 1월 네덜란드 드렌츠박물관에서는 절도범들이 폭발물로 출입구를 뚫고 고대 루마니아 황금 유물을 훔쳐갔다.

유럽연합(EU) 경찰기구 유로폴은 최근 유럽에서 박물관 절도 건수가 늘고 있을 뿐 아니라 범행 수법도 과격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전문 절도범들이 몰래 침입해 미술품을 빼내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망치·도끼·쇠지렛대는 물론 총기와 폭발물까지 동원해 출입구와 진열장을 부수는 방식의 범행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범행에 필요한 사람을 모집해 침입·운반·처분 등의 역할을 나눈 뒤 범행이 끝나면 흩어지는 일회성 조직도 등장했다. 표적도 유명 회화보다 금·은·보석처럼 작고 운반하기 쉬운 귀금속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금속을 녹이거나 보석을 떼어내면 원형을 알아보기 어려워 처분하기 쉬운 데다 최근 금값이 크게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루브르 절도 사건 이후 박물관의 허술한 보안 실태가 드러나면서 이를 노린 범죄가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랑스 문화재밀매방지중앙국(OCBC)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프랑스에서는 연평균 약 20건의 박물관 절도가 발생했지만, 지난해에는 9~10월 두 달 동안에만 7개 박물관에서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미술품 절도 전문 탐정 아서 브란트는 BBC에 “루브르 같은 곳도 털릴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다른 절도범들도 ‘우리 지역 박물관도 노려볼 만하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이후 비슷한 수법의 모방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왕실 보석 도난 사건 당시 절도범들이 침입했던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아폴론 갤러리 외벽 창문에 보안용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박물관 측은 2003~2004년 갤러리 복원 공사 당시 제거했던 철조망을 지난해 12월 다시 설치했다. /신화 연합뉴스

범행 시간이 짧아지는 점도 범인 검거와 도난품 회수를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 8일 르누아르박물관에서는 절도범들이 침입해 빠져나가기까지 5분도 걸리지 않았고, 지난 3월 마냐니로카재단에서는 침입부터 도주까지 약 3분이 걸렸다. 최근 박물관 절도 가운데는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인 4~5분 안에 범행을 마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난 미술품의 실제 회수율이 5~1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잇딴 사고에 유럽 각국은 박물관 보안 강화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7월 3000만유로(약 480억원) 규모의 박물관 보안기금을 신설하고, 전국 박물관과 문화시설의 위험도를 조사해 취약 시설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보안 담당자의 불시 점검과 직원 교육도 강화한다. 유로폴도 박물관들에 정기적인 보안 점검을 하고 경찰과의 협력을 강화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박물관 특성상 보안을 강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이나 귀금속점처럼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기 어렵고, 유럽에는 수백 년 된 건물을 박물관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 최신 보안시설을 설치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공개된 감사 결과 루브르도 2024년 기준 전시실 465곳 가운데 CCTV가 설치된 곳은 183곳(39%)에 그쳤고, 기존 보안 장비 상당수가 노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보수 공사 중인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외벽에 철조망이 설치돼 있는 모습./신화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절도를 완전히 막으려 하기보다 범인이 침입해 전시물을 빼내고 빠져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지적한다. 박물관 보안 전문가 이브라힘 불루트는 BBC에 “보안의 핵심은 시간을 버는 것”이라며 “절도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훔친 물건을 들고 빠져나가는 일을 최대한 어렵고 오래 걸리게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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