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기후위기와 무슨 상관이냐'고요?… 9월 거리를 메운 외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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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후위기를 감각하는 만큼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마주하는 기후위기는 훨씬 여러 모습으로 삶에 들어온다.
평소에는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모두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우리가 내려야 할 사회적 선택과 맞닿아 있다.
각자의 삶을 통과한 기후위기의 모습이 한 공간에 놓이면, 적어도 우리가 마주한 위기가 하나의 얼굴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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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기후정의행진의 의미
편집자주
우리가 기후위기를 감각하는 만큼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소수의 정치인과 전문가만으로는 서로 다른 삶에 닥친 위험을 온전히 이해하고 결정에 담아낼 수 없습니다. 다양한 얼굴을 통해 기후위기의 실체를 드러내고, 모두의 삶과 권리를 포함하는 대응의 길을 모색합니다. 환경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만 환경상' 수상자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가 8주에 한 번씩 목요일에 연재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마주한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행진이 19일 전국 곳곳에서 이어졌다. 거리에는 농지와 물을 개발사업에 내주고는 농사를 이어갈 수 없다는 이야기, 석탄발전소를 끄면서도 일자리와 지역의 삶은 이어져야 한다는 이야기, 폭염 속 머물 공공장소마저 사라진다는 이야기, 거대한 전력 수요를 위해 삶터 위로 송전탑이 지나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물과 전기를 공공재로 다뤄야 한다는 요구도, 전쟁과 파병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행진을 바라보며 지나가던 사람들 사이에서 "저게 기후와 무슨 상관이지?"라는 말이 들렸다. 기후위기를 한 가지 모습으로 생각한다면 그럴 수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마주하는 기후위기는 훨씬 여러 모습으로 삶에 들어온다.
기후위기는 재난의 모습으로만 찾아오지 않는다. 비가 많이 오면 출퇴근길이 무서워지고, 농사가 흔들리면 장을 보며 오른 채소값 앞에서 무엇을 내려놓을지 고민하게 된다. 더위와 추위가 길어질수록 냉난방비를 걱정하고, 오래된 집에 살면 큰비가 올 때마다 집이 버텨줄지를 생각한다. 일을 멈추면 생계가 막막한 사람에게 재난은 노동의 문제가 된다. 기후위기는 집과 밥, 일과 휴식처럼 삶의 가장 평범한 것들을 흔든다.

대응의 과정도 마찬가지다. 석탄발전소를 닫는다면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과 지역의 이후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전기를 더 만들겠다면 발전원뿐 아니라 그 전력을 위해 누구의 땅과 삶이 바뀌는지도 물어야 한다. 새로운 산업을 키우겠다면 물과 전기, 토지를 어디에 우선 배분할지, 더 빠른 생산을 위해 노동자의 시간과 안전을 희생시키지는 않을지 따져야 한다. 전환의 공백이 고용불안과 생계 위험으로 남는다면 위험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방식이 반복된다.

그래서 거리의 이야기들이 기후와 연결되는 이유를 모두 탄소배출량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그 이야기들은 기후위기 속에서 무엇을 우선하고 지키며,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를 묻고 있었다. 사람이 안전하게 일하는 것, 살던 곳에서 밀려나지 않는 것, 누구나 필요한 물과 전기를 이용할 수 있는 것,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 평소에는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모두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우리가 내려야 할 사회적 선택과 맞닿아 있다.
여러 해 이어진 9월의 기후정의행진이 여전히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한 번의 행진으로 당장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한 사람이 기후위기의 모든 모습을 볼 수도 없다. 땅과 가까이 살아가는 사람이 감각하는 계절의 변화와 농사의 위기, 발전소가 있는 지역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마주하는 전환의 문제, 재난이 잦아지는 가운데 집과 일터, 생계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 느끼는 위험은 서로 다르다.

각자의 삶을 통과한 기후위기의 모습이 한 공간에 놓이면, 적어도 우리가 마주한 위기가 하나의 얼굴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보이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위험을 보여주고, 당연하다고 여겼던 해법이 다른 이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생각하게 한다.
기후위기의 여러 얼굴을 본다는 것은 더 많은 피해 사례를 아는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삶의 경험을 통해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판단의 기준을 다시 살펴보는 일에 가깝다. 그렇게 보면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말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것인가.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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