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깜빡' 하는 부모님…알츠하이머 치매 정복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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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휴대전화를 어디에 뒀는지 몰라 집안을 뒤지거나, 잘 아는 사람의 이름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아 당황한 경험이 있다.
문제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교수와 알리 자한샤히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 교수 공동 연구팀은 지난 4월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에서 후각 시스템이 손상되는 원인을 세포 수준에서 규명했다.
다만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고 해서 알츠하이머라는 의미는 아니다.
PET나 뇌척수액 검사보다 접근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검사 하나만으로 알츠하이머를 확진하는 것은 아니며 다른 임상정보와 함께 해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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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휴대전화를 어디에 뒀는지 몰라 집안을 뒤지거나, 잘 아는 사람의 이름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아 당황한 경험이 있다. 추석 연휴에 찾아뵌 부모님의 나이가 들수록 이런 일이 잦아지면 '혹시 치매가 시작된 건 아닐까' 걱정하기도 한다.
9월 21일은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이다.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가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치매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편견을 줄이기 위해 1994년 제정했다. 매년 9월은 '세계 알츠하이머의 달'로 운영되며 올해는 특히 조기진단의 중요성이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세계 알츠하이머의 달을 맞아 지난 1년간 발표된 연구를 중심으로 알츠하이머가 진행되는 뇌 안에서 벌어지는 변화부터 초기 신호, 혈액진단, 새로운 치료 표적까지 최근 연구가 찾아낸 단서들을 살펴봤다.
● 알츠하이머가 시작된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알츠하이머병은 특정 단백질 하나의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윤종혁 한국뇌연구원 퇴행성뇌질환 연구그룹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지난 5월 단백체와 신경전달물질 정보를 함께 분석해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에서 뇌 부위별로 나타나는 '분자 신호 회로도'를 규명했다.
알츠하이머병 쥐 모델의 7개 뇌 영역을 분석한 결과 특히 해마와 소뇌에서 도파민·세로토닌 농도 변화가 특정 단백질 신호전달 네트워크와 밀접하게 연동돼 질환 진행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를 뇌 영역별 분자와 신경전달시스템이 복합적으로 얽힌 질환으로 이해할 단서를 마련한 것이다.
알츠하이머가 진행되면서 신경세포가 죽어가는 과정에 대한 새로운 단서도 나왔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과 영국 치매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알츠하이머와 전두측두엽치매 환자의 뇌에서 독성 단백질이 쌓이면서 세포핵이 쪼그라들고 붕괴되는 새로운 세포사멸 과정인 '카리옵토시스(karyoptosis)'의 흔적을 발견했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전두엽 피질 세포에서는 35%에서 카리옵토시스 흔적이 발견된 반면 건강한 고령자 대조군은 15%였다. 연구팀은 세포 반응을 조절하는 'p38 MAP 인산화효소' 등을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 제시했다.
● 뇌에는 독성 단백질을 버리는 '청소부'가 있다
독성 단백질이 왜 뇌에 쌓이는지도 알츠하이머 연구의 중요한 질문이다. 뱅상 프레보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원 연구팀은 지난 3월 뇌 시상하부에 위치한 특수 세포 '탄사이트(tanycyte)'가 타우 단백질을 직접 흡수해 혈관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탄사이트의 물질 운반 기능을 차단한 쥐에서는 혈액으로 빠져나가는 타우의 양이 정상 쥐의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고 해마의 타우 병리도 악화됐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사후 뇌 조직에서도 탄사이트 구조와 물질 운반 관련 유전자에 이상이 발견됐다. 독성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뿐 아니라 이를 얼마나 잘 제거하느냐도 치료의 새로운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 기억력보다 먼저 '코'가 신호를 보낼까
뇌 안에서 이런 변화가 진행된다면 기억력이 떨어지기 전에 알아챌 방법은 없을까. 문제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교수와 알리 자한샤히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 교수 공동 연구팀은 지난 4월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에서 후각 시스템이 손상되는 원인을 세포 수준에서 규명했다.
질병이 진행될수록 후각망울과 후각피질에 독성 단백질 축적이 증가했고, 두 영역에서 서로 다른 면역세포가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런 차이가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 지표와 부위별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고 해서 알츠하이머라는 의미는 아니다. 후각 저하는 노화나 다른 질환 등 다양한 이유로 나타날 수 있다.

● 뇌를 들여다보지 않고 '피 한 방울'로 찾는다
초기 알츠하이머의 흔적을 혈액에서 찾으려는 연구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물질은 혈액 속 인산화 타우 단백질 217(pTau217)이다.
앙현식 미국 매스제너럴브리검 교수 연구팀이 인지기능이 정상인 50~90세 성인 317명의 평균 8년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혈액의 pTau217 변화는 뇌 영상검사인 아밀로이드 PET가 양성으로 나타나기 전 먼저 포착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연구에서는 혈액 속 'MTBR-tau243'을 이용해 알츠하이머 진행 단계를 92%의 정확도로 판별했다.

연구는 실제 진단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로슈와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pTau217 혈액진단 검사를 승인했다. 인지저하를 겪는 55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알츠하이머 관련 뇌 변화를 확인하는 검사다. PET나 뇌척수액 검사보다 접근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검사 하나만으로 알츠하이머를 확진하는 것은 아니며 다른 임상정보와 함께 해석해야 한다.
● 알츠하이머의 '악순환' 끊을 수 있을까
질병을 더 빨리 찾아낸다면 다음 질문은 치료다. 정원석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지난 8월 알츠하이머 초기부터 나타나는 신경회로의 과도한 흥분과 병리 악화를 연결하는 ERBB4 유전자의 역할을 규명했다.
알츠하이머병 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ERBB4를 제거하자 신경세포의 과도한 활성이 낮아지고 염증반응이 완화됐다.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의 면적과 수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으며 기억력과 공간인지 능력도 개선됐다. 알츠하이머 환자 446명의 뇌 조직에서도 ERBB4 발현량이 많을수록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과 인지기능 저하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사람에게 적용할 치료제가 개발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정상적인 ERBB4 기능은 유지하면서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작용만 선택적으로 억제할 방법을 찾고 있다.
알츠하이머의 퍼즐이 모두 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는 뇌에서 병이 시작되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에서부터 기억력이 떨어지기 전 후각과 혈액에서 흔적을 찾아내고, 질병의 진행 과정 자체를 차단할 치료 표적을 찾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알츠하이머를 더 일찍 발견하는 것을 넘어 병의 진행을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지가 다음 과제다.
※참고자료
doi.org/10.1016/j.mcpro.2026.101580
doi.org/10.1038/s41467-026-73802-w
doi.org/10.1016/j.cpblue.2026.100003
doi.org/10.1126/science.aef8451
doi.org/10.1002/alz.71322
doi.org/10.1038/s41467-026-71269-3
doi.org/10.1038/s41591-026-04206-y
doi.org/10.1038/s41591-025-03617-7
doi.org/10.1002/alz.71247
doi.org/10.1038/s41586-026-10964-z
[남상희 에디터 bingb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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