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줄기세포 '회춘'…5분 물리자극으로 기능 되살려 [언박싱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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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상자를 열 때의 설렘, 기억하시나요? 대학 연구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을 바꿀 놀라운 발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건국대학교 조쌍구 교수와 고려대학교 정아람 교수 공동연구팀이 약물이나 유전자 조작 없이 물리적인 자극만으로 나이 든 줄기세포를 다시 젊은 상태에 가깝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오래 키워 기능이 떨어진 줄기세포에 이 기술을 적용하자 노화한 세포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2배 이상 줄었고, 줄기세포의 상태를 보여주는 단백질은 최대 2.5배 늘었다.
이번 연구는 오래 키워 기능이 떨어진 줄기세포에 약물이나 유전자 조작 대신 물리적인 힘을 가해 일부 기능을 되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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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세포 특징 2배 이상 감소
줄기세포 관련 단백질 최대 2.5배
시간당 2억7000만개 세포 처리

쉽게 말하면 '세포 회춘'이다. 다만 사람의 나이를 되돌리는 기술은 아니다. 오래 키워 나이 든 줄기세포에 물리적인 힘을 가해 다시 활발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노화한 줄기세포가 다시 잘 늘어나고 상처 회복을 돕는 능력도 초기 배양 세포에 가까워지는 것을 확인했다.
줄기세포는 세포치료제를 만드는 데 활용되지만 같은 세포를 오랫동안 키우면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이렇게 기능이 떨어진 줄기세포를 세포치료제에 사용하기 전에 회복시키는 과정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세포의 양도 많다. 연구팀이 만든 장치는 1분에 약 450만개의 세포를 처리할 수 있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2억7000만개다. 많은 세포를 다뤄야 하는 세포치료제 제조 과정에 활용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규모다. 다만 실제 세포치료제 제조에 적용할 수 있는지와 치료 효과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탯줄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오랫동안 키워 나이 든 상태로 만든 뒤 실험했다. 먼저 세포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은 통로가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세포를 이 통로로 통과시키면 세포가 눌리고 모양이 변하면서 물리적인 자극을 받게 된다.
연구팀은 이 방법을 'μ-CPR'이라고 이름 붙였다. 약물을 세포에 넣거나 유전자를 바꾸는 대신 세포에 물리적인 힘을 가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자극의 강도를 여러 단계로 바꿔가며 세포의 변화를 살폈다. 자극이 너무 약하면 효과가 충분하지 않았고, 반대로 너무 강하면 세포가 살아남거나 늘어나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런 실험을 거쳐 세포에 손상을 줄이면서 회복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자극 강도를 찾았다.
실제로 세포에 물리적인 자극을 주는 데 걸린 시간은 약 5분이었다. 이후 세포가 안정을 되찾을 시간을 준 뒤 세포의 상태를 살폈다. 짧은 시간 동안 힘을 가한 뒤 세포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여러 방법으로 확인한 것이다.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은 세포가 얼마나 늙었는지였다. 노화한 세포에서 많이 나타나는 특징은 μ-CPR을 거친 뒤 2배 이상 줄었다. 초기 배양 세포와 비슷한 수준까지 낮아진 것이다.
반대로 줄기세포가 가진 특성을 보여주는 단백질의 양은 늘었다. 주요 단백질은 처리 전보다 1.8~2.5배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노화한 줄기세포가 다시 줄기세포다운 상태에 가까워지는 변화를 확인했다.
세포가 스스로 늘어나 새로운 세포 집단을 만드는 능력도 2배 이상 높아졌다. 노화하면서 커지고 흐트러졌던 세포핵과 세포 안을 지탱하는 구조도 다시 정돈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가 다른 세포에서도 나타나는지 살폈다. 탯줄에서 얻은 줄기세포뿐 아니라 지방에서 얻은 줄기세포와 피부를 이루는 섬유아세포 등에서도 비슷하게 노화한 세포의 특징이 줄어드는 반응을 확인했다. 다만 세포 종류에 따라 효과가 얼마나 달라지는지와 실제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세포의 모습이 달라지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기능도 좋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상처 회복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세포 실험에서 μ-CPR을 거친 노화 줄기세포가 처리하지 않은 노화 줄기세포보다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생쥐의 피부에 상처를 내고 줄기세포를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생쥐 피부에는 지름 약 8㎜ 크기의 상처를 만들었다. 초기 배양 줄기세포, 오랫동안 키워 나이 든 줄기세포, μ-CPR을 거친 노화 줄기세포 등을 각각 투여한 뒤 상처가 아물어가는 과정을 비교했다.
처음 3일 동안은 그룹별 상처 회복 정도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6일째부터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9일째에는 μ-CPR을 거친 노화 줄기세포를 투여한 생쥐의 상처가 처리하지 않은 노화 줄기세포를 투여한 경우보다 더 잘 아물었다. 초기 배양 줄기세포를 투여한 경우와 비슷한 수준의 상처 회복도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오래 키워 기능이 떨어진 줄기세포에 약물이나 유전자 조작 대신 물리적인 힘을 가해 일부 기능을 되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반복해서 물리적인 자극을 줬을 때 세포에 어떤 영향이 나타나는지, 회복된 기능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 등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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