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서 압도적 지지 보낸 호남, 1년만에 싸늘한 민심
연임·공소취소·파병 등 입장 밝힌뒤
지지율 10주만에 반등, 상승세 전환
개헌·반도체 등 국정동력 악화 우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10주 만에 반등했지만 정작 텃밭인 호남에서는 지지세율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2030과 진보층의 결집으로 전체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집권 2년 차 초반부터 정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민심에 강한 경고등이 들어오면서 이 대통령이 추진해온 개혁과 개헌, 균형발전 등 주요 국정과제에도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체 지지율 10주 만에 반등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4~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1.0%p 오른 34.8%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63.4%로 전주 대비 0.1%p 오르며 8주 연속 오차 범위 밖(28.6%p)에서 긍정 평가보다 높았다. '잘 모름'이라는 응답은 1.8%를 차지했다.
리얼미터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한 것은 지난 7월 13일 48.9%를 기록한 이후 10주 만이다.
2030·진보층 결집…호남 민심은 냉각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연임·공소취소·파병 등 쟁점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쇄신 의지를 피력한 점이 20대(+5.4%p), 30대(+2.8%p), 진보층(+5.9%p)의 결집을 이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속사정은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전남·광주·전북 등 호남 지역 지지율은 전주보다 4.1%p 떨어진 51.8%에 그쳤다. 최근 2주간 빠져나간 지지율만 9.6%에 달한다. 반면 부정평가는 46.5%까지 치솟아 긍·부정 격차는 불과 5.3%로 좁혀졌다.
전체 부정평가가 63.4%로 8주 연속 오차범위 밖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집권 기반인 호남마저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지난주까지 이어진 지지율 하락세가 기자회견을 계기로 회복 흐름을 보였지만,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인 호남이 반등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대선서 압도적 지지…1년여 만에 달라진 민심
호남의 민심이 주목되는 이유는 이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광주·전남의 압도적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 이 대통령은 광주에서 84.77%, 전남에서 85.87%를 득표했다. 전남은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5·18 헌법 전문 수록, AI·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전남권 의대 신설 등 호남의 주요 숙원사업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며 지역 민심을 공략했다.
그런 만큼 이번 호남 지지율 하락은 단순한 주간 등락을 넘어, 취임 이후 정부 정책에 대한 지역 민심의 평가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지율 흐름에 여권 위기감 고조
여권 내부에서는 최근 지지율 흐름에 대한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핵심 지지층의 이탈이 장기화할 경우 국정 운영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서 조기 레임덕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다만 현재 지지율 수치만으로 국정 운영의 동력 상실이나 레임덕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청년층과 진보층이 다시 결집하고 있는 만큼 향후 지지율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개헌·반도체·공공기관 이전 추진에 부담
문제는 이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 상당수가 호남과 직접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1987년 체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기본권 강화, 권력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 개헌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균형발전 분야에서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한 메가프로젝트와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2차 이전,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출범과 연계한 금융·반도체 관련 기관 유치 등이 추진되고 있다.
이들 정책은 상당한 국가 재정과 정치적 조정이 필요한 만큼 지역의 지지와 협조가 뒷받침돼야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호남 민심 회복, 국정 동력 변수로
호남 민심의 냉각이 장기화할 경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야권의 공세와 지역 내부 이견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관건은 이번 반등이 일시적인 흐름에 그칠지, 지지 기반 전반의 회복으로 이어질지다.
특히 호남 민심이 다시 돌아서지 못하고 냉소가 고착될 경우 개헌을 비롯한 개혁 입법과 균형발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이 대통령과 여권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사에 인용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4.1%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