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전쟁 중 적국에서 연설…"우린 美 테러의 희생자"(종합)

김상훈 2026. 9. 2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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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의 상대국인 미국 한복판에서 자국민을 미국이 저지른 테러의 희생자로 규정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테러의 희생자"라며 "나는 우리의 존경받는 최고지도자가 어떠한 법적 근거나 명분도 없이 암살당한 조국 이란에서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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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항복하지 않을 것"…서방의 핵무기 개발설도 일축
유엔 총회 연설 도중 미국의 공습에 희생된 학생들의 사진을 들어 올려 보이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의 상대국인 미국 한복판에서 자국민을 미국이 저지른 테러의 희생자로 규정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테러의 희생자"라며 "나는 우리의 존경받는 최고지도자가 어떠한 법적 근거나 명분도 없이 암살당한 조국 이란에서 왔다"고 말했다.

이어 "참혹하게도 그들이 학교마저 폭격해버린 이란에서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단지 스스로를 방어했을 뿐이며,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무고한 국민이 조국에 가해진 비겁한 공격과 침략의 표적이 됐다. 이에 우리는 온 힘을 다해 방어에 나섰다"며 "우리를 공격한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이라고 맹비난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연설 중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와 150여 명의 초등학생 사진을 들어 올려 보이기도 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미국의 지속적인 대이란 제재와 군사적 압박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항전 의지도 다졌다.

그는 "미국은 군사력과 경제 제재를 동원하면 이란을 무릎 꿇릴 수 있다고 믿지만, 이는 거대한 착각이자 오판"이라며 "이란 국민은 역사적으로 그 어떤 외세의 패권주의에도 굴복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결코 미국에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동시에 미국과 서방이 제기해 온 '핵무기 개발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우리는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기술만을 원하며,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결코 추구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핵무기 제조와 비축을 전면 금지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칙령(파트와·Fatwa)에 확고히 기반하고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미국의 주장을 '기만'이라고 일축하며 "미국은 우리의 평화적인 프로그램을 왜곡해 중동에서 자신들의 군사적 개입과 부당한 전쟁을 정당화하는 핑계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날 선 발언이 이어지자, 회의장 앞쪽에 앉았던 미국 대표단 소속 외교관들은 굳은 표정으로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빠져나갔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연설하는 가운데 미국 대표단의 좌석이 비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연설은 전쟁 당사국 지도자가 전시에 한 연설인 동시에 적국의 심장부에서 적국을 신랄하게 비판했다는 점에서 극히 이례적인 연설로 기록됐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작년에는 이란의 최고위급 군사·정치 지도자 다수가 암살당하고 미국과의 협상을 백지화시켰던 12일간의 '이스라엘-이란 전쟁' 직후 연단에 올랐다.

그는 당시 연설에서도 "여러분 모두가 목격했듯, 지난 6월 우리나라는 야만적인 침략과 국제법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에 시달렸다"며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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