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김장겸 ‘KBS 항의전화’ 진실게임…누구 말이 맞나

2026. 9. 23.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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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이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 보좌진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탄원서’를 보도한 KBS에 항의 전화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KBS 항의전화’를 놓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김 의원은 한 의원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사실과 다른 해명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발언의 전후 맥락을 생략한 정치 공세”라고 맞섰다.

논란은 지난 19일 KBS 보도에서 시작됐다. KBS는 김승원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전직 보좌진들이 성추행 의혹과 추가 음주운전 의혹 등을 담은 탄원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김 후보자는 같은 날 후보자직에서 사퇴했다.

다음날 뉴데일리는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가 KBS 측에 전화를 걸어 “후보자가 사퇴했으면 됐지, 기사를 왜 내느냐”는 취지로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김 의원은 21일 해당 의원실이 한준호 의원실이라고 지목했다.

한 의원실은 같은 날 “보좌진은 해당 기사를 취재·작성한 KBS 기자 누구와도 통화한 사실이 없다”며 “KBS 측에 기사 수정·삭제·비공개 또는 후속 보도 중단을 요구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이 통화 상대와 시점을 특정하면 보좌진의 통화 내역을 공개할 수 있다고도 했다.

공방은 22일 과방위 전체회의로 이어졌다. 한 의원은 “제 보좌진이 그런 압박을 했다면 인사 조치해야 한다”며 통신기록을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며 ‘네가 증명해봐라’ 하는 것은 허위사실”이라고 김 의원에게 반박했다.

이후 KBS 기자협회가 확인한 내용은 양측 주장 사이에 있었다.

최광호 KBS 기자협회장은 한 의원실 보좌관이 KBS 기자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통화 상대는 문제의 ‘김승원 탄원서’ 기사를 취재·작성한 기자나 데스크가 아니었다. 다른 KBS 국회 출입기자였다. 최 회장은 보좌관이 “이미 김승원이 사퇴했는데 이런 기사를 또 냈느냐”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전해 들었다며 이를 ‘항의전화’로 규정했다.

김 의원은 23일 이 대목을 근거로 한 의원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의원실이 아니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며 한 의원에게 사과와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한 의원실은 이날 다시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의원실은 “보좌진은 해당 기사를 취재·작성한 KBS 야당팀 기자나 데스크와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한 의원이 “전화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한 취지는 “기사 담당 기자에게 항의하거나 보도에 개입하기 위한 통화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개된 사실을 따져보면 ‘전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답이 나와 있다. 한 의원실 보좌진과 KBS 기자 사이에 통화는 있었다. 다만 통화 상대를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해당 기사를 취재한 기자나 야당 취재팀, 데스크가 아니었다. 한 의원실이 처음부터 부인한 것도 “해당 기사를 취재·작성한 KBS 기자”와의 통화였다. 평소 연락하던 KBS 국회 출입기자와의 통화였다는 것이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이다.

굳이 문제삼는다면 한 의원이 “전화를 한 적이 없다”고 한 것은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통화의 성격이다. 김장겸 의원은 전화를 걸었다는 점에서 압박이라고 주장했지만 어떤 맥락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는지, 한 의원이 통화가 이뤄진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화를 받은 해당 기자가 이를 압박으로 받아들였는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KBS 기자협회장은 통화에서 해당 발언이 나온 점을 ‘항의’로 봤지만 이를 조직적인 보도 압박으로 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했듯 통화 당사자인 기자와 보좌관이 평소에도 연락하던 사이였다는 이유다. 기자협회는 관련 기자들도 사안이 이렇게 확대된 데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하면 ‘전화를 걸었다’는 행위를 ‘보도 외압’으로 연결짓는 것 사이에는 간극이 있어 보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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