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패전 ‘적국 조항’ 삭제해달라”…다카이치 첫 유엔 연설서 中 견제

도쿄=황인찬 특파원 2026. 9. 23.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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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집권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22일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연설을 갖고 유엔 헌장의 '적국 조항(Enemy state clauses)'을 조속히 삭제하라고 촉구했다. 적국 조항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승인 없이 군사 대응을 포함한 강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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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지난해 10월 집권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22일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연설을 갖고 유엔 헌장의 ‘적국 조항(Enemy state clauses)’을 조속히 삭제하라고 촉구했다. 적국 조항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승인 없이 군사 대응을 포함한 강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최근 적국 조항을 근거로 일본에 대한 군사적 조치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70년 동안 유엔의 활동에 크게 기여해 온 일본의 자부심과 명예를 걸고 강하게 말한다”며 적국 조항 삭제를 요구했다. 그간 적국 조항은 대상 국가들이 모두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편입되면서 사실상 무의미한 규정이란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유엔 회원국들은 1995년 이 조항을 시대착오적이라고 규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2005년에 조항 자체를 삭제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유엔 헌장을 개정하려면 회원국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고,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모두의 국내 비준을 마쳐야 해 최종적으로 삭제되진 않았다.

이처럼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이 다시 주목받게 된 건 최근 일본과 중국 간 갈등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한 이후 중국은 이 조항을 근거로 일본이 도발할 경우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도 “적국 조항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결국 다카이치 총리의 이번 연설은 중국의 적국 조항을 이용한 압박에 대한 공개 반론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진단했다.
이날 다카이치 총리는 안보리 개편도 촉구했다. 그는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을 모두 늘려 정당성과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보리가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단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유엔 결의안 채택이 불발된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약 35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일본 외무성은 24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둘러싼 여러 의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인공지능(AI), 반도체, 희토류와 핵심 광물 등에 관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전 모두 발언에서 “아시아를 포함한 안보 환경이 엄중해지는 가운데 오늘 회담은 세계에 미일 동맹의 강고함을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본이 미중 정상회담 직전에 중국에 대한 견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성 대신 이름인 ‘도널드’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다카이치 총리를 두고 “나의 친구이며, 역사에 이름을 남길 위대한 총리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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