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비공개 회의를 녹취해 유출하다니, 묵과 안 된다

2026. 9. 2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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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인 오세희(오른쪽), 장철민 의원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대미 투자 관련 비공개 보고 내용에 대한 불법 녹취와 유출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3일 대미투자와 관련한 정부의 비공개 국회 보고 내용이 녹취·유포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외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녹취록 유출은 국가의 중대 이익을 훼손할 수 있는,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입법부의 신뢰를 허무는 ‘자해적 행위’의 진상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정치권에서 벌어진 여타 사안처럼 유야무야 넘어갈 일이 아니다.

산자중기위 여당 간사인 장철민 의원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미투자 관련) 비공개 정부 보고가 불법으로 녹취됐고, 그 내용이 언론에 유포·보도되는 참사가 벌어졌다”며 “국회법을 위반한 불법 행위이자, 국익 훼손 범죄”라고 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산업스파이와 똑같은 행태 아닌가”라며 비판했다. 민주당은 녹음이 이뤄져 녹취록까지 만들어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지난 22일 대미투자 관련 보고는 한·미 간 협의조건 같은 기밀을 다루고 있어 국회법과 한미전략투자법에 의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런 보고가 통째로 녹취돼 유출됐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부당한 투자 압력으로 국민 우려가 큰 상황에서 유출된 자료가 한국의 협상력을 저해하는 쪽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것은 ‘알권리’로 포장할 수 있는 대상이 결코 아니다.

국회법은 ‘공개하지 아니한 회의의 내용은 공표되어서는 안 된다’(118조 4항)며 비공개회의 내용의 공개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정보위의 경우 제54조의2를 통해 국가기밀 사항 공개 행위를 엄히 금지하고 있다. 과거 국회의원들의 기밀 누설 행위가 주로 색깔론 같은 정쟁적 의도로 정보위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기밀준수 의무 조항은 역설적으로 국익과 안보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국민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에 설명 의무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야는 국가기관 간 규칙과 신뢰가 무너지면 견제와 균형 같은 본질적 법익이 위협받게 된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대치하는 국면이더라도 공직자로서 국민과 국익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근본만큼은 망각해선 안 된다. 국회법 강화 등 제도 개선도 정치 문화와 관행의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도 이번 녹취·유출 건에 대해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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