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도 탄소 배출...산림 통계에 없는 뜻밖의 사각지대
전 세계 육지 탄소 흡수·방출 30년간 동반 증가
늘어난 방출량, 순흡수 증가 효과의 약 44% 상쇄
국내 산림 통계는 토양·낙엽층 탄소 변화 반영 못 해

전 세계 육지의 탄소 흡수량이 최근 30년간 증가했지만, 동시에 대기로 방출되는 탄소량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흡수량 증가가 기대만큼의 순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숲은 지구의 거대한 탄소 저장고다. 식물이 광합성을 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탄소를 나무와 토양 등에 저장한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서 뜻밖의 변화가 확인됐다. 육지가 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는 동시에 다시 대기로 내놓는 양도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숲과 땅이 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지만 그만큼 더 내놓으면서 추가로 얻은 탄소 흡수 효과의 상당 부분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된 연구에서 연구진은 1993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와 육상 생태계 모델 16개를 종합해 육지와 대기 사이의 탄소 이동을 분석했다.
그 결과 육지는 탄소를 더 많이, 더 오래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중 흡수량이 가장 많은 시기의 흡수 규모가 커졌고, 흡수가 지속되는 기간도 길어졌다.
문제는 탄소를 가장 많이 방출하는 시기의 방출량도 함께 늘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렇게 증가한 방출량이 흡수량 증가와 흡수 기간 연장으로 기대할 수 있는 연간 순흡수 증가 효과의 약 44%를 상쇄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흡수와 방출이 동시에 늘어난 주요 요인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을 지목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식물의 광합성이 활발해지고, 이 과정에서 뿌리를 통해 땅속으로 배출되는 유기물의 양도 늘어난다. 이 유기물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일부가 다시 대기로 방출된다는 것이다. 기온 상승에 따른 유기물 분해 변화, 폭염과 가뭄, 산불 등도 방출이 촉진하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이 같은 현상이 국내 산림에서도 나타나고 있는지는 현재 통계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국내 산림지 탄소 흡수량은 나무에 저장된 탄소량의 변화를 중심으로 산정된다. 반면 고사목과 낙엽층, 토양에 저장된 탄소의 변화는 현행 산림지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번 국제 연구가 지목한 주요 방출 경로인 미생물의 유기물 분해는 주로 낙엽층과 토양에서 발생하는데, 이 부분이 국내 통계에서 빠져 있는 셈이다.
다만 전 세계 육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와, 산림에 저장된 탄소만을 계산하는 국내 통계는 측정 대상과 방식이 달라 두 수치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고사목과 낙엽층, 토양까지 포함할 경우 국내 산림의 실제 흡수량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이선정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는 23일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고사목과 낙엽층, 토양의 변화를 산정하려면 토지가 어떻게 이용되고 바뀌었는지에 관한 자료와 탄소 변화량을 계산할 계수가 필요한데, 아직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사는 숲이 농경지로 바뀌거나 농경지가 숲이 됐을 때 그 면적을 관계 부처가 동일한 기준으로 파악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와 관련한 기초 자료 구축에 나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6월 과거와 현재의 토지이용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도를 개발 중이며, 이를 활용해 나무와 토양 등 탄소저장고별 흡수량 산정 방법을 개선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