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이트진로, 노조 상대 8억 손배소 패소…"효율화 위한 정비 축소로 근로조건 악화"

이안기 기자 2026. 9. 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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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관행으로 굳어진 정비·청소 활동도 근로조건…노사 합의 없는 지시는 무효"

하이트진로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8억원 가량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하이트진로는 노조가 본사 업무지시와 달리 기존 정비 업무를 강행하고 연장근로는 거부해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27일 하이트진로가 자사 노동조합과 노조 간부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이트진로는 2023년 하반기부터 청주와 이천공장에서 생산 효율화를 위한 '공정혁신 활동'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매주 8시간씩 하던 TPM(설비 수리·일상점검·청소 등 설비보전 활동) 시간을 주 4시간으로 줄이거나 건너뛰게 하는 내용이었다.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TPM 시간이 줄면 그만큼 직접 생산시간이 늘어 노동강도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노조는 TPM 시간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것을 요구하고, 이어진 본사의 연장근로 지시를 거부했다. 이에 회사는 TPM 시간을 절반 가량(주 8시간 → 4시간)으로 줄이는 변경 생산계획을 통보했다.

노조는 회사의 지시를 거부하고 기존 관행대로 주 8시간의 TPM 업무를 계속 진행했다. 하이트진로는 이를 불법 쟁의행위이자 업무 방해로 규정, 지난 2024년 3월 생산 차질 등으로 발생한 손해액 7억9421만원을 배상하라며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하이트진로 측은 재판부에 "노조는 생산량 감소로 인한 영업이익 손해, 무용한 고정적 지출 비용로 인한 손해, 생산 지시 거부로 인한 파병(破瓶) 손실을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근로시간 내에 근로자들에게 어떤 업무를 부여할지, 해당 업무에 얼마만큼의 시간과 근로자를 투입할 것인지는 회사의 경영권이자 노무지휘권에 해당하는 사항"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십수 년간 이어진 주 8시간의 TPM 업무를 노사 간 합의된 '근로조건'으로 인정했다. TPM 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생산업무가 늘어나 근로자의 노동강도가 가중되는 것이 명백하다고 봤다. 이러한 지시가 지난 2023년 노사 합의를 통해 체결한 단체협약의 내용 중 '근로조건 저하'를 금지한 항목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의 업무지시는 계약상 근거가 없어 무효이며 근로자에게 따를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하이트진로) 소속 근로자의 근로제공의무가 부정되는 이상, 종전과 같이 티피엠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행위가 원고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로서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안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