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업계도 ‘영업이익 N% 성과급’ 뉴 노멀 되나? 삼성重, 첫 도입 파장
조선 빅 3중 유일 추석 전 마침표
기본급 5.2%↑·격려금 700만 원
영업이익 10% 성과급 재원 사용
반도체→조선 업계 확산 신호탄
HD현대중도 유사 내용 협상 중

세계 조선 빅3 중 하나로 손꼽히는 삼성중공업이 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제’를 도입한다. 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촉발한 성과급 체계 개편이 삼성전자를 거쳐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삼성중공업 결정이 조선 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장 업계 맏형 격인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영업이익 30% 배분을 요구하며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갈등 장기화 시 어렵게 반등 기회를 잡은 연관 업계는 물론 지역 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23일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전날 노사가 도출한 잠정합의안이 이날 노동자협의회 조합원 투표에서 58.78% 찬성으로 가결됐다. 조합원 3880명이 참여해 찬성 2100표, 반대 1467표, 기권 313표가 나왔다. 이에 따라 기본급은 4.5%(11만 3842원)에 정기승급 0.7%(1만 7944원)를 더해 총 5.2%(13만 1786원) 오른다. 격려금은 임금 타결 격려금 200만 원에 노사화합 격려금 300만 원, 미래 경쟁력 강화 격려금 200만 원을 합쳐 총 700만 원이 지급된다.
성과급 제도도 바뀐다. 초과이익성과급(OPI) 재원을 경제적부가가치(EVA)의 20%에서 영업이익의 10%로 변경한다. 앞서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변경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노협이 요구한 영업이익 연동 방식 성과급 제도를 회사가 수용한 것이다. 새 성과급은 올해 OPI부터 적용해 내년 초 지급한다. 이와 함께 정년퇴직자 계약직 재고용 기간을 1년에서 ‘1+1년’으로 늘리고, 주택대부금 한도를 7000만 원으로 올린다. 40년 근속 휴가는 10일에서 15일로, 콘도 지원금은 1박당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확대한다. 여기에 임금 타결에 따른 특별휴무 1일을 오는 29일 부여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 노사는 지난 6월말 상견례 이후 20차례 넘게 교섭을 이어왔다. 노협은 기본급 9.3% 인상과 임금피크제 폐지, 조건 없는 정년 연장 등을 요구했다. 사 측은 기본급 4.7% 인상, 격려금 총 650만 원, 정년퇴직자 재고용 기간 최대 2년 연장 등을 제시했지만, 반려됐다. 이어 21일 2차 제시안을 두고 진행한 교섭도 중단됐지만 이튿날 협상을 재개해 접점을 찾았다.

반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교섭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최대 쟁점 중 하나가 성과급제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14만 9600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과 상여금 100% 인상 그리고 ‘영업이익 30%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한화오션 노조 역시 기본급 14만 9600원·상여금 900% 인상과 함께 성과급 제도 개선을 핵심 의제로 내세웠다. 두 기업 노사 모두 거듭된 교섭에도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 결단은 하나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면서 “업계 1위, 최고 처우를 자부해 온 현대중공업 입장에선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고 짚었다.
문제는 이로 인한 노사 갈등이 파업과 핵심 생산설비 가동 중단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1일부터 전 조합원 대상 부분 파업을 계속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화오션 노조는 4~7시간 부분 파업에 이어 핵심 생산설비인 골리앗 크레인까지 멈춰 세웠다.
이를 두고 노조의 쟁의행위가 생산 현장을 넘어 회사 경영과 협력사, 지역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조선업은 수많은 공정과 협력사가 촘촘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산업이다. 어느 한 부분 공정이 지연되면 후속 공정은 물론 인도 일정까지 연쇄적으로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로 인한 손실은 고스란히 기업과 협력사 그리고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한화오션의 경우, 연관된 경남 지역 협력사만 1000곳이 넘는다. 소속 노동자는 줄잡아 10만 명 이상이다.
이는 향후 추가 수주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데다, 최근 확대되는 한미 조선 협력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관세 협상과 대미 투자 협력 등 한미 간 주요 경제 현안이 진행되는 상황에 안정적인 생산 기반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 양국이 조선·방산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지금 생산 안정성과 납기 준수 능력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대외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