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라지고 SI가 온다"?…트럼프 주장에 전문가들은 '갸웃'

조형준 2026. 9. 2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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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기사

트럼프 "AI 대신 초지능, SI로"…미 정부 문서도 명칭 변경 예고
전문가들 "초지능은 미래 단계 AI 의미…현재 기술 과장 우려"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 도착하며 기자들과 이야기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 AI(Artificial Intelligence)를 앞으로 '초지능', SI(Super Intelligence)라고 부르자고 제안했습니다. 미국 연방정부 문서에도 새로운 명칭을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학계에서 '초지능'이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 트럼프 "AI는 가짜처럼 들려…이제 SI"

영국 BBC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에서 AI의 명칭을 바꾸겠다는 구상을 공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라는 표현에 포함된 '인공(artificial)'이라는 단어 때문에 기술 자체가 "가짜인 것처럼 들린다"며, 대신 '초(super)'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초지능, SI의 새로운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미국 연방정부 문서에서 'Artificial' 대신 'Super'를 사용하도록 하겠다며, 다른 나라들도 새로운 용어를 따르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 SNS 투표 거쳐 'SI' 선택

이번 명칭 변경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진행한 투표에서 시작됐습니다.

B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AI를 대체할 새로운 이름을 정하기 위해 이용자 의견을 물었고, '우월 지능(Superior Intelligence)', '극단 지능(Extreme Intelligence)', '최고 지능(Supreme Intelligence)' 등의 표현이 후보에 올랐습니다. 여러 단계의 투표 끝에 최종적으로 'Super Intelligence', SI가 선택됐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이 미국 정부를 넘어 기술업계와 학계의 일반적인 용어로 자리 잡을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이미 다른 뜻 가진 '초지능'

가장 큰 이유는 '초지능'이라는 말이 이미 AI 연구와 철학 분야에서 별도의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AI는 일반적으로 사람의 지적 능력이 필요한 작업을 컴퓨터가 수행하도록 만드는 기술 전반을 의미합니다. 반면 '초지능'은 인간의 지능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미래 단계의 AI를 설명할 때 주로 쓰입니다.

스웨덴 출신 철학자 닉 보스트롬은 지난 2014년 펴낸 저서 '슈퍼인텔리전스: 경로, 위험, 전략'에서 초지능을 사실상 모든 주요 분야에서 인간의 인지 능력을 크게 뛰어넘는 지성으로 정의했습니다. 과학적 창의성과 문제 해결, 사회적 능력 등을 포함해 가장 뛰어난 인간보다도 압도적으로 높은 능력을 가진 AI를 뜻하는 개념입니다.

현재 이런 수준의 초지능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 전문가들 "현재 AI 능력 과장할 수 있어"

전문가들은 현재의 AI를 모두 SI라고 부를 경우 기술의 실제 수준을 지나치게 높여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디지털 윤리를 연구하는 사이먼 콜런 멜버른대 부교수는 BBC에 SI라는 표현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처럼 널리 사용될지는 의문이라며, 현재 AI의 능력을 과장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전산학자인 코킬 자이드카 싱가포르국립대 부교수도 현재 사용되는 모든 AI 시스템이 초지능이라고 부를 만한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평가했습니다.

벤 렁 싱가포르국립대 부교수 역시 전문가들은 SI라는 표현을 앞으로 등장할 더 높은 수준의 AI를 지칭하는 용어로 남겨둘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SI' 사용에 나섰습니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관계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이 초지능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 마이클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 역시 새로운 명칭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가 실제 공식 문서 전반에서 AI 대신 SI를 사용하기 시작할 경우 정치권과 행정 영역에서는 새로운 표현이 확산될 수 있지만, 오랫동안 별도의 의미로 '초지능'을 받아들여 온 기술업계와 학계까지 이를 받아들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조형준 취재 기자 | brotherjun@tj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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